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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 새로운 교육과 문명의 길 열어가다
배운 대로 살고 사는 대로 가르치는 삶의 주역들이 기획

'삼일학림'의 토대는 마을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삶이다. 대안적 삶의 양식에 기반하여 새로운 교육적 틀이 세워진 것이다. 삼일학림에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한다. 가장 중요한 주체는 아름다운마을학교와 생동중학교에서 '학생심'과 '더불어 사는 능력'을 길러온 학생들이다. 그리고 일반 직장, 공교육, 시민단체, 대안학교, 농사와 생태건축, 마을밥상 등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며 20~40대 생활인 서른 한 명이 뜨거운 마음을 품고 기획위원으로 모였다. 기획위원들은 연구와 교육 뿐 아니라, 운영과 재정을 함께 책임지는 '유기적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기획위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10월 18일 인수동 마을찻집에서 좌담을 했다. 참석자는 정대영(의정부 발곡고등학교 교사), 정연경(사회적경제활동가), 박민수(홍천 생동중학교 교사), 신 원(풍력발전기업 팀장), 이한영(농부) 님이다(편집자 주).

▲ 삼일학림 기획위원들은 올해 7월부터 모여 전체회의를 했다. 10월 12일 진행된 기획위원회.


- 학림을 세우는 뜻을 모으는 데 선뜻 동참한 계기와 마음이 궁금하다.

정대영 학교 교사로 고3 학생들과 만나면서 근대 공교육체제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고, 혁신학교에서도 답답함은 여전했습니다. '삼일학림'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학교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며 '아, 이렇게 가능하겠구나' 하는 기쁨을 느꼈지요. 다양한 현장에 있는 기획위원들이, 학생들의 잠재성을 키워주고 든든한 삶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정연경 마을어린이집과 마을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마을에서 자란 아이들은 이후에 어떻게 살아갈까 질문이 생기던 차에, 삼일학림 기획위원회가 열려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연관된 교육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첫 모임에서, 우리가 준비한 것이 아이들에게도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 질문하는 시간이 있었고, 그런 질문으로 출발한다는 게 울림이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 교육에 대해 철저히 돌아보고 평가하면서 반성하고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걸 기반으로 이후 과정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어요.
요즘 학제 간 연구, 융합학문이 시도되지만, 실제로 말처럼 안 되거든요. 학문을 합쳐놓는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니까요. 삼일학림에선 다양한 기획위원들이 각자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지향을 가지고 뭉쳐나가니, 진짜 학제 간 연구, 융합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민수 대학원생으로서, 귀촌하여 대안교육 현장에서 지내고 있는데, 최근 다시 학교에 가보니, 이전에는 안 보이던 문제들이 새삼 보였습니다. 첫 번째는 학교와 학생의 관계가, 등록금과 비민주성 문제로 학교가 투쟁의 대상이어야 하는가 고민이 들었고, 다음으로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본관 앞에 텐트를 치고 1년 넘게 투쟁하시는 분이나 힘겹게 지내시는 미화노동자 분들을 보면서, 이 대학이 운영하는 방침대로 살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어요.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와 그걸 현실화할 수 있는 힘을 배우는 곳이 학교인데, 오히려 제가 다닌 대학이 보여준 행태를 배우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고, 새로운 배움의 과정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느꼈습니다. 대안학교 아이들이 가치를 구현해갈 수 있도록 돕는 관계에 대해 책임있는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학교를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 원 저는 8년차 직장인으로서 어느 정도 제 분야 전문성과 일 처리 능력도 생겼고, 같이 일하는 팀원들도 있어서 영향력도 발휘할 수 있는 연차가 되었는데, 그런 역량을 통해서 무엇을 할 건가 질문 앞에서는 여전히 막막한 부분이 있었어요. 삼일학림을 통해서 그걸 풀어낼 관계와 장이 생기겠다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자기가 가진 능력이나 익숙하게 해왔던 방식을 뛰어넘어 내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어떤 지식을 알고 있다 해도, 먼저 그것이 내 삶으로 들어와 있어야 하고, 내 일터에서 실현이 되어야 새로운 틀에 담아 가르칠 수 있는 거구나 확인하게 되었지요.

이한영 3년째 홍천에서 농사도 조금씩 짓고 밥상 살림도 꾸리면서 내가 먼저 경험하고 배운 것을 학생들과 나누고, 오래된 지혜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정황에 맞게 창조적으로 재해석하고 실천해가는 작업을 함께 하고 싶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책임있게 공부하는 관계가 꾸준히 수련하는 삶의 원동력이 될 거라는 소망이 있는데, 학생들을 어떻게 만날까 고민하며 공부에 대한 긴장을 놓치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삼일학림을 통해 학생들의 창조적인 생각, 생동하는 기운을 받게 될 것을 기대하며, 먹거리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함께 길러가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감사하며 마주하는 밥상이 주는 행복을 잘 나눌 수 있겠지요.

▲ 고등 이후 과정에 대한 학생 집담회와 부모 집담회에 이어 10월 12일 홍천마을 강당에서 열린 삼일학림 설명회.


- 고등대학 통합과정 교육체계에 대해 설명해달라.

정대영 오늘 대학이 예전과 같은 긍정적 기능을 상실했다는 진단이 기획위원 모임에서 있었어요. 대학에서 의식이 각성되고, 변혁의 주체를 만들던 시대가 분명히 있었지요. 저도 독서서클을 하거나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비형식적 틀에서 배운 게 많았는데, 어느새 관계가 다 깨지면서 자기 학점 챙기기도 바쁜 곳이 되어 버렸지요. 학교 졸업한 제자들이 가끔 찾아와서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참담한 지경이에요. 지쳐 있고, 고등학교 시절을 퇴행적으로 그리워하고…. 그러면서 대학 가지 않으면 인생을 무책임하게 사는 사람으로 매도되는데, 대학을 왜 가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지요.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대입이라는 지점 앞에서 생각이 멈춰버린 것 같아요. '고등·대학 통합'이라는 개념은, 6-3-3-4 학제를 벗어난 발상의 전환이자, 우리 사회에 오늘 대학이 운영되는 방식에, 입시에 대해 의미있는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필요에 따라 학생들 결정을 존중해서 특정 이공계열이나 삼일학림의 여건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전공은 대학을 방편적으로 선택할 여지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정연경 공교육도 그렇지만, 대안학교 졸업생의 진로 역시 대입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아요. 중·고등 통합과정 대안학교들을 살펴보면, 학생 능력에 맞는 평가체제, 외국어 학습 등은 유사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어느 때에 가서는 진학지도를 하겠다고 하거든요. 진학지도를 내세우는 순간부터 입시, 수능 준비에서 자유로워지지 않는 것이죠.

박민수 최근 한 대안학교 선생님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흔히 고2까지는 대안학교에서 가르치는 과정을 하고, 고3 때는 대다수 학생들이 수능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비단 그 선생님 뿐 아니라 많은 대안학교 선생님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모님들이 우려하시는 것도 자녀들이 대학을 안 가게 될 경우, 할 것이 불투명하다는 점이지요. 고등대학통합과정은 그 한계를 해소할 수 있는 교육편제라고 봅니다.
삼일학림은 교육철학을 명확히 세우고 그걸 토대로 학교의 제도적 양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제도적 양식은 필수과목과 선택과목, 그리고 한해살이와 하루살이에서 나타납니다. 필수과목으로 농생활 교과인 생명 순환하는 농사, 생태건축, 적정기술, 수신과 양생이 있고, 그것을 문명의 전환 속에서 사고하는 철학이 있습니다. 흔히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국영수사과’는 선택과목으로 되어 있어요. 그리고 농사력에 맞춰 학기와 시간표를 구성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오전에는 지식교과, 오후에는 농생활교과를 배치했는데, 사실 농사짓기에는 여름에는 새벽이 가장 좋더군요. 농사력에 맞춰 한해와 하루의 흐름을 정하고 그에 맞게 농사, 건축, 다양한 지식교과 과목들을 융통성 있게 배치하려고 합니다.

이한영 고등·대학 통합과정은 입시패러다임을 넘어선 교육의 장 속에서 학생들의 주체성과 창의성을 고양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독립학습은 삼일학림에서 배워온 역량을 확인하고 더 확장할 수 있는, 객관화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대안교육을 받으면 너무 온실 속에서만 자라서 사회에서 부적응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 부모님들도 계시는데, 독립학습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면서 자기가 배운 것을 통합해내고 세상과 소통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장과 시간이 독립학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연경 보통 고등학교 때가 학습 능력이 가장 높고, 졸업을 하면 성인이 되는 나이기에, 공부하고 자기 삶을 살아내는 게 병행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고등학교는 대학을 가기 위한 곳이고, 대학은 취업을 하기 위한 곳이 되어버려서 학교에서의 배움이라는 게 삶의 능력으로 가지 못하고 있지요. 고등·대학 통합과정은 필수과목들과 선택과목들로 학습 능력을 갖추고, 그것을 살아내는 능력을 키우며 끊임없이 이어갈 배움의 과정이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배움의 숲인 학림은 고등학교 적령기 학생 뿐 아니라 직장인, 학부모도 올 수 있는 곳, 평생 배움의 장으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신 원 고등·대학 통합과정에 대한 학생 집담회에서, 삼일학림에 입학하면 자기 신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어요.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요. 좋은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통 고등학생이면 사회적 위상, 역할이 분명하잖아요.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역할, 대학생도 사회에서 바라보는 역할이 분명하고요. 그런데 삼일학림에서는, 고등학생도, 대학생도 아닌, 자기가 자율 판단 속에서 진로와 학문영역,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주체로 보고 그 선택과 책임을 도와주는 교육과정이 녹아있어요. 우리는 학생을 고등학생이라고 부르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떤 주체로 대하느냐도 크게 다른 것 같아요.

박민수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도 신선합니다. 학교들은 보통 점수화할 수 있는 기준을 내규에 명시하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학생의 학습능력이나 활동능력이 아니라, 이 학교의 가치와 지향하는 삶에 함께하고 싶고, 서로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가가 대안학교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삼일학림은 엄격하게 선발하겠다고 정했는데, 그 기준은 다른 게 아니라 학생이 얼마나 내적 규율과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 함께 생활할 수 있는가입니다. 기존의 점수화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사실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그래서 함께하기 원하는 학생들에게 이런 부분을 숙지시키고, 한 번에 합격, 불합격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접촉과 교제시간을 열어두려고 합니다.

- 학생들이 몸으로 습득해온 배움을 철학적 틀로 해석하는 공부를 고등·대학 통합과정에서 한다는데, 중등까지의 교육에서 학생들이 체득한 학습을 축약해서 설명해준다면.

이한영 학생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얻은 점으로 가장 많이 나눈 이야기가 ‘더불어 사는 능력’이었어요. 서당에서 공부하는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생활하고 잠자면서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나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힘을 길러올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런 부분은 삼일학림에서 계속 중요한 것으로 수련해갈 것입니다. 홍천에서 지내며 수많은 온생명들과의 만남, 처음 경험해본 생태뒷간, 소박한 밥상, 땀 흘려 얻은 수확물(생산한 것이나 직접 지은 흙집서당 모두 포함) 등 자기 몸에 새롭게 들이게 된 생활도 많습니다. 이런 자기 삶의 변화와 사건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공부를 하면서 더욱 힘있게 배운 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정연경 생동중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배운 것, 가장 많이 변한 것이 뭐냐고 물으니까, 학생들이 성격이 다른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게 된 것, 불편한 상황에 대해 잘 이야기하게 된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이야기했어요. 그게 아이들에게 가장 큰 배움이 아니었을까. 사람과 사람, 세상과 관계를 맺는 기본기를 살아냈다는 것이 가장 커다란 학습이었던 거죠.

박민수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나 자기 과제가 있는데, 생동중학교 학생들은 관계 안에서 자기 학습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자기 과제를 확인하고 있어요. 또 교사로서 가장 뿌듯한 부분은 아이들이 보여주는 학생심(學生心)이에요. 어떤 한 학생이 생동중학교에 들어온 결정적 계기에 대해 입학 자기소개서에, “배움을 이렇게 즐겁게 할 수 있는 학생들은 처음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걸 관찰한 아이의 통찰력도 중요하고, 그런 느낌을 갖게 해준 학생들도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그런 학생심이 삼일학림을 시도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고등 이후 과정에 대한 학생 집담회와 부모 집담회에 이어 10월 12일 홍천마을 강당에서 열린 삼일학림 설명회.


- 공동체를 기반으로 삼일학림이 세워졌는데, 공동체와 교육은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는가?

이한영 가르치려는 가치를 삶으로 구현해내는 아름다운마을공동체를 토대로 학교를 세웠습니다. 지금 교사이든 아니든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세상에서 무엇이 대안적 삶의 양식인지 전망하고 함께 공부하고, 공부한 대로 살려고 끊임없이 수련합니다. 꿈꾸는 대로 사는 삶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대안교육인 것 같습니다.

정대영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가르친 바대로 살아가는 삶이 있어야 하는데, 삼일학림을 우리가 기대하면서 잘 준비할 수 있었던 것도 마을이라는 든든한 뒷받침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한계에 봉착해 어려움을 겪는 대안학교들에 도전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어요. 그렇게 가치를 가지고 교육을 하러 모인 사람들이 가치를 올바르게 근성있게 구현하려면 그 가치를 몸으로 살아내는 사람들의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도전받아 다양한 공동체들이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박민수 삼일학림이 한국사회에서는 획기적이고 새로운 시도인데, 공동체에서는 그렇게 낯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년여 간 축적해온 공부와 꾸준히 청년대학생들을 만나며 쌓인 역량이 있고, 무수한 관계망 속에서 어떻게 주체가 세워지는지 봐왔기 때문에 삼일학림도 그런 연속선상에 있고 충분히 발현될 수 있겠다고 봅니다.
공동체의 삶과 집단적 학습과정이 없다면, 학교를 꾸려나가는 주체인 교사를 뽑는 게 자본가와 노동자 같은 틀로 형성될 위험이 있습니다. 교사가 고용되는 한계에 빠지는 거죠.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진입할 가능성도 많아지고요. 교사 재생산 문제도 그렇지만, 교육이 일관성 있게 흘러가려면, 대안교육의 가치를 구현하는 공동체라는 기반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연경 어떤 생물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생물교과만큼 공상과학이 없다는 거예요. 생명 현상을 가르치는데, 한 번도 새나 꽃을 보지 않고 수업을 하니까요. 마을공동체에 기반한 교육은 공상이 아니라, 가치를 실현하는 삶을 배우는 과정이고, 배우는 내용을 실현할 장이 없으면 교육적으로 실패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제도교육이든 대안교육이든 그 교육을 충실하게 받은 사람이 이행하고 살 수 있는 대안사회가 있어야 하는데 그건 마을공동체가 있어야 가능하지요. 기존 대안학교는 대안적 교육은 있지만, 학생이 졸업하고 그 삶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교육과 교육을 통해 배우는 세상이 단절되어 있었고, 그래서 결국 대학 진학으로 갈 수밖에 없는 한계에 봉착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삼일학림은 그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이 살아갈 장이 펼쳐져 있다는 점에서 교육의 최대가치를 실현하는 토대가 되는 것 같아요.

신 원 삼일학림의 필수과목은 농생활연구소와 생태건축연구소 흙손에서 심화하고 구현해온 것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창조적 역량을 길러주지요. 농생활, 생태건축이라는 운동의 주제를 모델로 삼아서 저도 직장영역을 어떻게 다르게 해갈 수 있을까 끊임없이 모색하게 되거든요. 학생뿐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도 삼일학림을 통해서 그런 장이 열리는 것 같아요.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유기적 연관, 순환이 가능해지는 것 같습니다.

박민수 아름다운마을 교육공동체는 다른 대안학교와 달리 학생의 부모가 많이 수고해야 한다는 의무가 없습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부모가 되고 교사가 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부모님들께는 가르침대로 삶을 살아주는 것이 학교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그 삶을 함께 배우고 사는, 즉 아이의 동지가 되어주는 게 더 큰 몫으로 남는 것이지요. 부모님들도 주말에 같이 오셔서 배움의 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도 서로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겁니다.
현실 시대 진단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이 문명의 전환기라는 문제의식으로 삼일학림이 출발했습니다. 도시문명과 산업문명이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고, 가치적으로도 옳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고, 변화되어야 한다는 요청이 있습니다. 전환시대에 맞는 새로운 주체를 길러내는 곳이 학교인데 삼일학림을 통해 새로운 문명을 열어갈 인간형이 배출되리라 기대합니다.

김준표 | 출판사에서 책에 대한 애정과 고민 속에 편집 일을 하면서, 마을신문 기자로 즐겁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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