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숨어 있는 생태뒷간
생태뒷간은 생태건축연구소 흙손이 집 한 채 지을 때마다 꼭 함께 따라붙는 필수 건축물이다. 홍천마을에서는 귀촌 초기부터 생태뒷간을 짓고 똥오줌을 모아서 밭거름으로 썼다. 똥오줌을 액체폐기물로 버릴 때마다 한 번에 물 18리터씩 덩달아 낭비되는 수세식 변기에 대한 실존적 성찰과 대안이었다. 농생활에 걸맞은 집 구조를 설계하며 화장실을 실내에 두지 않고, 생태뒷간은 집 주위에 아담한 건축물로 자리잡게 되었다(편집자 주).
하나, 은근한 뒷심을 얻는 똥퇴비 정리

생동중학교 농생활 수업시간. 오늘은 학생들과 생태뒷간 정리를 해야겠다. 한마디로 똥 푸기! 뒷간 정리는 농생활에서 중요하고도 큰 일 가운데 하나다. 우주의 기운이 담긴 음식을 먹어서 우리 몸에 들이고, 그 부산물을 쓰레기로 버리지 않고 땅으로 되돌리는 큰 순환의 중심에 생태뒷간이 있다. 생태뒷간은 바가지에 일을 보고 왕겨를 뿌려 옆 칸인 똥간에 모은다. 일을 보는 곳과 똥을 모으는 곳이 분리되어 있어, 생각보다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힘들긴 하지만 똥퇴비를 정리하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똥을 보는 재미도 있다. 가끔 아주 커다란 똥덩어리를 발견하면, 우리가 소를 키우는 게 아닐까 농담도 던지고, 이 거대한 똥의 주인이 누굴까 궁금해하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학생들은 이제 똥퇴비 정리하는 일에 익숙하다. 똥을 모아 수레에 싣고 조금 떨어져 있는 퇴비간으로 옮긴다. 퇴비간은 세 칸으로 되어 있어 가장 오래 발효된 것을 퇴비로 쓴다. 퇴비간으로 옮겨진 똥은 왕겨와 바람과 시간이 함께 버무려져 냄새가 거의 없는 훌륭한 거름이 된다.
농약, 비료, 사서 쓰는 퇴비조차 없이 짓는 농사에 큰 재산이다. 손수 퇴비를 만드는 시골살이를 하면서, 깨끗함과 더러움의 기준도 바뀌었다. 똥, 음식부산물, 흙은 더러운 게 아니다. 사람과 자연에 해될 것 하나 없이 고스란히 자연으로 되돌아가고, 거름이 되어 다른 생명들을 키운다. 하지만 ‘위생’이라는 이름하에 유난스레 씻어내는 온갖 세제는 사실 그것을 쓰는 사람에게 해롭고, 물도 땅도 오염시킨다. 무엇이 더럽고 무엇이 깨끗한 걸까?
똥퇴비 정리도 거뜬히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눈에 띄고 드러나는 일보다는 모두가 꺼려하는 일을 뒤에서 묵묵히 해내는 사람이 되리라 기대된다. 제 먹을 것을 스스로 농사지으면서도 그랬지만, 똥퇴비를 정리하면서도 은근한 뒷심 같은 게 생겼다. 이제 못할 일은 없겠다 싶기도 하고, 땅에 뿌리 내리고 내 몸과 맞닿은 일들을 하는 데서 오는 개운함과 맑음이 있다.
둘, 힘주는 데 도움 되는 똥그림
미술시간에, 늘 쓰던 생활공간을 꾸며보자고 생각하면서 떠오른 공간이 바로 생태뒷간입니다. 외부에서 홍천마을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터전을 둘러보고 경험하면서 가장 낯설고 신선해하는 곳이 생태뒷간입니다. 어색하기도 하고, 불편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홍천에서 학교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걱정했던 것이 뒷간 사용이었다고 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생태뒷간 또한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요.
생명 순환의 가치를 담아 똥과 오줌을 소중히 모으고 있는 서당 뒷간을 어여쁘게 꾸며주기로 했습니다. 자주 쓰는 공간을 더 익살스럽고 정겹게 마주하기 위해서 생활 속에 쓰임이 되는 미술을 발휘했습니다. 모둠을 나누어 뒷간을 어떻게 꾸밀지 구상을 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생기와 활력이 넘치는 작업이 마무리 된 후…, 이렇게 달라졌습니다(사진). 재치 있는 그림들과 문구 하나로 끙~ 힘주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생태뒷간에 가면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똥오줌 누면서 웃음도 배시시 새어나오겠지요.
생동중학교 선생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