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없는 집짓기 가능할까요
▲ 사랑채는 허름한 부분을 치우고 흙벽돌을 쌓았습니다.
지금 저는 생태건축연구소 '흙손'에서 함께 건축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건축을 하며 지낸다는 건 불과 3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좋고 싫고를 떠나 건축 자체를 잘 모르고 관심도 없었으니까요.
건축과의 만남은 강원도 홍천에 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했던 일은 작업대 만들기, 현관 바닥에 타일 붙이기 등이었습니다. 손으로 무엇을 만들고 고치는 게 서투르고, 일을 해도 일머리가 없어서 헤매기 일쑤였습니다. 그래도 필요한 곳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미숙해도 기다려주고, 잘 이끌어준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그러다가 건축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흙손'이 처음 건축한 주택은 현재 아름다운마을학교 홍천터전 초등남학생 생활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랑채’입니다. 허름한 농가주택이었는데 상당부분 허물어내고, 흙벽돌로 다시 지었지요. 그때 시멘트, 스티로폼, 유리 등의 폐자재가 10톤이 넘게 나왔습니다. 그것들을 버리러 폐기물 처리장으로 갔습니다.
▲ 산처럼 쌓인 폐기물처리장입니다. 집을 해체해도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집을 짓겠습니다.
폐기물 처리장은 무슨 산 같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폐기물들이 산처럼 가득, 높게 쌓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폐기물더미 옆에 트럭을 세워놓고 기다리자 바퀴가 제 키만큼 큰 불도저가 다가왔습니다. 무섭다는 느낌이 들만큼 위압감이 대단했습니다. 두 명이서 1시간 동안 실었던 폐기물을 불도저는 순식간에 밀어 치워버렸지요.
그곳에서 보니 저희가 내놓은 폐기물은 티도 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양이었습니다. 어마어마한 폐기물을 마주하며 우리가 배출하는 쓰레기들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동시에 '이대로 건축하고 살아도 되는 것일까?' 하는 질문이 맴돌았습니다. 집 없이 사람이 살 수 없고, 그래서 건축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황인데, 건축과 철거로 인해 생기는 쓰레기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지요. 특히 건축 폐기물은 대량으로 혼합 배출되기 때문에 재활용 비율이 낮고, 매립지의 수명을 단축시키니 더 문제입니다.
이 때 받은 충격은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이는 집을 지을 수 있을까?'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건축의 공법과 재료 등에 대해 처음으로 주목하게 되었지요. 그 전에는 집이 따뜻/시원하고, 햇빛 잘 들고, 곰팡이와 녹물 없으면 좋은 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온갖 폐기물을 대하며 구체적으로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집을 해체해도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건축방법 중 하나는 자연재료를 이용하여 집을 짓는 것입니다. 흙과 나무, 돌로 지은 집은 허물더라도 쓰레기가 되지 않고, 땅으로 부담없이 돌아갈 수 있지요. 거기다 다시 농사를 지을 수도 있고요. 어떤 재료로 짓느냐에 따라 집도 자연과 순환할 수 있습니다.
돌아보면 100년 전만 해도 대부분 순환하는 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고요. 공업이 발달하면서 강하고 썩지 않는 화학물질들이 보급되면서 자연재료들은 점차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화학물질이 대세를 이루어서 그런지 요즘 흙으로 벽면을 바른다고 하면, 정말 흙으로만 해도 벽에 잘 붙느냐는 질문을 듣기도 합니다. 흙과 모래, 물만 적절하게 배합하면 화학물질이 없어도 충분히 가능하지요.
▲ 집을 허물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쓰레기가 많이 나옵니다.허름한 농가주택을 수리해 사랑채로 가꾸면서도 10톤 가까운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오늘날 건축에서 화학물질이 널리 쓰이는 건 건축을 하면 할수록 이해됩니다. 보다 쉽고, 빠르고, 튼튼하게 지을 수 있거든요. 몇 십층 되는 고층건물이 세워지기도 하고, 물을 자유롭게 쓸 수 있기에 화장실과 욕실이 방 안에 들어오기도 하는 등 집의 구조와 모양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화학물질은 그 장점인 강하고 썩지 않는 점 때문에 쓰레기문제를 심각하게 양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화학물질은 쓰레기문제만 일으키는 게 아닙니다. 자극성, 유독성 물질이 많아서 시공하는 분들에게 해롭기도 합니다. 또 그 물질들은 집이 완공된 후에도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등 유해한 화학물질을 뿜어내면서 아토피 등 여러 질병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새집 증후군'으로 알려지기도 했지요. 사람이 집에서 사는 것은 잘 쉬고 건강해지기 위해서인데, 도리어 집 때문에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건축할 때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영향이 크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늘날은 건축 때문에 자연도, 사람도 더 아프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자연과 좀 더 잘 어울릴 수 있을지,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돈과 시간이 더 들더라도 화학물질을 최대한 배제한 건축, 그러면서도 저렴하고 쉽게 할 수 있는 건축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음 호에는 흙과 관련한 건축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장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