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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마을이 들려주는 이야기

강원 홍천 효제곡마을에 있는 생태뒷간 사진으로 11월 마을신문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 몸에서 나오는 소중한 똥오줌을, 물을 낭비시키며 버리는 게 아니라, 모아서 밭거름으로 쓰는 생명 순환의 삶을 배우는 공간이지요. 생명 순환의 가치를 몸으로 익힌 마을학교 학생들이 생태뒷간을 운치있게 꾸민 이야기를 [생태건축] 지면에 담았습니다. 앞으로 홍천마을에 가시면 뒷간 곳곳에 숨어있는 재치발랄함을 발견하며, 훨씬 편안하게 일(?)을 치를 수 있을 겁니다.

홍천마을에서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공간 중 하나는 바로 '흙손'이 지은 구들방입니다. 구들방에서 하룻밤 묵으려면, 저녁 먹기 전 부지런히 장작을 패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놔야 합니다. 밤이 깊어지고 장작불이 차츰 사그라들 무렵, 서서히 달궈진 구들은 비로소 방바닥 가득 열기를 발산합니다. 밤새 머금은 열기는 오전까지도 쉽사리 식지 않습니다. 활활 타오른 사건 뒤에 열기를 오래도록 간직하는 구들과 같은 근성을 배우게 됩니다. 그런 근성으로 마을공동체를 일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번에 또 새로운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고등·대학 통합과정 ‘삼일학림’이 개교를 앞두고 있습니다. 대학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배운 대로 살고, 사는 대로 가르치는 참배움터입니다.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며 전문성을 지닌 삼십여 명이 학림의 연구와 교육, 운영과 재정을 책임지는 기획위원으로 포진해 있습니다. 이번호 마을신문에서는 기획위원들을 초청해 특집 좌담을 했습니다. 서로 살리는 삶으로 세상에 길을 내는 이들의 열정을 생생한 이야기로 전해 듣습니다.

다양한 생활인들이 뜻을 모아 삼일학림이라는 새로운 교육편제를 만드는 과정을 들으며, 반면 현대도시문명은 너무 세분화되어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내 분야가 아니기에' 멀어지고 멀리하는 영역이 너무 많아진 것입니다. 그리하여 연결 지을 수 있는 능력, 서로 보완이 되는 관계, 통합하여 몸으로 살아내는 경험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기술 대신 모르는 '전문가'에게 돈 주고 맡기는 소비가 더 익숙해졌습니다.

마을공동체는 삶의 총체성이 회복되는 장입니다. 자기가 먹고 입고 자는 데 필요한 살림의 역량을 익히고, 몸 쓰는 일을 통해 머리를 식히고, 아이들을 만나며 무뎌진 생명감수성을 키우고, 가르치고 또 공부하고…, 나 아닌 다른 이들과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건 자기를 확장해가는 엄청난 에너지인 것 같습니다. 이번호 [함께 산다는 것]에는 인수동 마을사람들이 힘 모아 가꾸는 공적 공간 중 하나인 마을어린이집 도배하는 날 풍경을, 생전 처음으로 도배를 직접 해본 도시직장인의 목소리로 전합니다. 실수해서 한지에 구멍 숭숭 ‘흥부네 집’처럼 되면 안 된다면서 야단법석 도배하던 그날을 떠올리면 웃음부터 나옵니다.

지난호 마을신문 [꿈꾸는 일터] 지면에 실린 한 공교육 교사의 고백이 울림이 된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직장 현장을 묵묵하게 지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짧지 않은 기간 몸 담아 온 직장을 의도치 않게 한순간 정리하게 된 사람도 있습니다. 막막한 현실 앞에서 오히려 자기 마음을 성찰하며 맑게 웃을 수 있는 건, 사회적 지위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 만나는 관계가 있고, 마을공동체라는 삶의 터전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깊어가는 늦가을, 밥냄새 모락모락 나는 마을밥상이 더 따스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국물맛은 날로 깊어가도, 밥상지기의 표정은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밥상에는 '지킴이'라는 역할이 있습니다. 밥 차리는 수고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마을사람들이 품앗이를 하는 건데, 대학생이나 직장을 쉬는 사람의 아르바이트 자리가 되기도 하고, 직장인들이 매주 혹은 격주로 요일을 정해 퇴근하고 달려와서 앞치마를 두르고 사람들과 교제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뒷자리를 정돈하는 일, 밥상지킴이를 한 경험담도 마을신문에서 조만간 들어봐야겠죠?

마을신문 재정이 넉넉지 않은 소식을 듣고서, 몇몇 마을사람들이 마을찻집 공간을 빌려 후원 장터를 열었습니다. 집집마다 안 쓰게 된 옷이나 보관만 하는 물건, 놀잇감 등을 정리하고 필요한 이들에게 갈 수 있도록 서로에게 어울리는 옷도 챙겨주고 하면서 한바탕 흥겨운 한마당이 되었습니다. 놀잇감과 인형들은 아이들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마을찻집 분홍방에 자리 잡았지요. 마침 운영하던 헌책방을 정리하게 되신 분은 이날 중고 인문서적들을 싸게 판매하고 수익금을 마을신문에 전액 기부해주셨습니다. 훈훈한 시간이었습니다.

최소란 | 직장인 남편과 네 살배기 아이와 함께 살며, 마을공동체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풀어 이땅 곳곳에 향기를 퍼뜨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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