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름다운마을이 들려주는 이야기

여기는 북한산 아랫마을 인수동입니다.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날씨에도 마을길을 산책하는 아이들 재잘대는 소리가 그칠 날 없지만, 요즘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마을 아이들은 더욱 부지런히 온 마을을 구석구석 누비고 다닙니다. 숲속을 산책하다 도토리며 밤송이를 열어보는 재미에 푹 빠져든 아이들 풍경이 마을어린이집 날적이에 그려집니다(다람쥐와 청설모같은 숲 친구들을 위해 전부 아낌없이 돌려주고 오지만요).


홍천마을에서도 추수하고 볕에 말리고 갈무리하는 수고의 결실에 더해 잣, 밤, 산초 등 자연이 거저 주는 열매들을 만나는 이야기들이 전해집니다. 여름에는 지천에 널린 오디며 산딸기를 따서 서로서로 나눠 먹느라 손과 입술이 붉게 물들었지요. 자연과 가까이 사는 삶 속에서, 상품이 아니라 선물로 여기는 마음이 깃드는 것 같습니다.

먹을거리가 상품이 되지 않는 곳이 또 있습니다. 밥상지기가 정성 담아 밥 차리고 마을사람들은 둘러앉아 온 생명의 기운을 받아 먹는 마을밥상입니다. 하늘과도 같은 밥이기에 밥값을 아까워하거나, 재료비를 아까워하는 이가 없는 식당입니다. 밥상지기 부부에게 얼마 전 새 생명이 찾아왔습니다. 내년 봄쯤 만날 날을 기다리면서, 밥상지기가 적절하게 쉴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밥상지킴이로 나서는 마을사람들이 함께 생명을 품고 있지요.

매년 연이어 마을에서 태어나는 아기들은 밥상에서 자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해 가을 태어나 밥상에서 젖 먹고 뒤집기하고 배밀이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아기들이 얼마 전 돌을 맞이했습니다. 물론 이모삼촌들이 마을찻집에서 훈훈하게 돌잔치도 마련해주었지요. 마을밥상에 오면 신나는 아이들에게 밥상을 대하는 예를 가르치는 것도 마을 어른들의 몫입니다. 마을밥상은 마을 공동육아의 역사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올 봄에 아이들 네 명으로 출발한 공동육아 도토리어린이집이 어느새 아이들 일곱 명으로 늘었습니다. 육아주체들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끊임없이 소통하고 공부하며 마음을 모으는 시간이 쌓이면서, 일상의 리듬도 자리 잡고 아이들의 밝은 기운이 알려지게 되었나 봅니다. 인근에 사시는 가정들이 하나 둘 찾아오셔서 문을 두드린 것이지요. 다른 기준들에 흔들리지 않고 더불어 자라는 우리 아이들로 키우면서 공동육아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마을사람들을 조만간 마을신문 [만나보기] 지면에 모실 계획이랍니다.

아름다운마을교육공동체 홍천터전에서는 2011년 개교한 생동중학교에 이어 2014년 고등/대학 통합과정이 문을 열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농생활 하는 삶을 바탕으로 삶의 자기규율을 증진하는 공부, 주체적으로 실제적 기술을 연마하는 공부, 다양한 생명의 약동이 어우러지는 세상을 함께 꿈꾸고 만들어가는 동지로 세워져가는' 아름다운마을교육공동체의 꿈과 가치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대안교육을 고등학교 때까지만 받고 다시 입시체제로 수렴되는 대안학교 졸업 현황, 대학이 취업사관학교로 전락한 사회 현실을 극복하고자 고등/대학 통합과정이라는 새로운 편제를 24명의 기획위원들이 모여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8월과 9월에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상상력 넘치는 의견들이 자유롭게 오간 집담회를 하면서, 배움의 동지가 되어 새로운 사회를 열어가는 마을공동체 교육의 의미를 새길 수 있었습니다.

이번호 <아름다운마을>에는 공교육 현장에서 학생들과 동료교사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제대로 가르치고자 분투해온 15년차 특수교사의 고백을 실었습니다. 올 초 두레공동체 귀촌에 동참하며 서울에서 강원도로 자원 발령을 받았지요. 짧지 않은 기간 다양한 직장영역을 지켜온 이들, 새로운 관계로 자기 삶부터 전환해가는 이들, 성공보다 더 큰 전망을 가지고 현장에서 우직하게 실천하는 이들을 [꿈꾸는 일터] 지면을 통해 소개하려 합니다. 마을신문을 통해 만나고 싶은 사람과 주제가 있다면 추천해주셔도 좋습니다.

이번호 특집은 '문명의 전환과 귀농귀촌 지식의 역사'라는 논문을 다루었습니다. 이 논문은 '아름다운마을생활' 인터넷카페에 게시된 글 5000여 개를 추적했습니다. 신비로운 잉태기간을 병원 검사나 출산물품 구매로 허비하지 않고, 임신출산육아라는 사건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공부하며 아이와 더불어 새로운 몸으로 거듭나는 기회로 이끌어준, 저에겐 참 고마운 카페입니다. 임신출산육아를 통한 생명의 경험이 단식/생채식 수련을 통한 통전적 몸수련으로 이어지고, 마을밥상을 통해 일상의 섭생의 변화를 구현하고, 다시 유기농 상품 소비자에 그치게 되는 도시문명의 한계를 넘어 생산과 자급이라는 화두를 안고 농도상생마을공동체를 이루는 지식으로 확장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서울 인수동과 강원도 홍천에 이어 새로운 마을공동체를 개척하는 걸음을 내딛는 이들이 있습니다.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금 새로운 꿈을 꾸고 창조적 역량으로 더 넓게 더 낮게 퍼져가는 것입니다. 떠나는 걸음이 든든하고 가벼울 수 있도록 저와 당신도 잘 살아야겠습니다.



'최신호 > 34~43호(2013.1~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마을 42호(2013.11)  (0) 2015.01.02
아름다운마을 40호(2013.08)  (0) 2014.12.30
아름다운마을 39호(2013.07)  (0) 2014.12.09
아름다운마을 38호(2013.06)  (0) 2014.11.18
아름다운마을 37호(2013.05)  (0) 2014.11.14

뉴스편지 구독하기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방문자수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밝은누리>신문은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이야기, 농도 상생 마을공동체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