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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필요할 때 내 차 쓸 수 있도록

차를 같이 쓰면 여러 대가 필요하지 않다. 같이 쓰니 많은 소비가 줄어든다. 空과共


카 쉐어링(Car-sharing; 자동차 공동 사용제)이라고 해서 여러 사람이 자동차를 공동 소유하는 개념의 운동이 있다. 하지만 지속하기 쉽지 않다고들 한다. 개인이 가진 재산 가운데 가장 비싼 축에 들고, 교통사고 따위의 돌발 상황이 되면 책임 소재 등 복잡하게 따져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래서 차 공유는 좋은 생각이지만 실천은 어려운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마을을 이루어 함께 살아가는 이들은 이런저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뚫고 부담 없이 차를 공유하고 있다. 굳이 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필요할 때 잘 소통해서 누구네 차를 빌려 운전하는 일이 자연스럽고, 언제 어떤 일로 차가 필요한데 빌릴 수 있겠냐는 연락을 받는 것도 흔하다. 용도에 따라 승합차와 승용차를 바꿔 쓰기도 한다.

차를 함께 쓰는 건 마을 밖에서는 상상으로만 가능하지만 마을에서 함께 사니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차 나눠 쓰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모인 원, 지연, 준표(외쪽부터) 님.


차를 '소유'한 경열, 지연, 원 님, 빌려 쓰는 준표 님을 만나 '차 공유'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차를 가진 이들은 나 혹은 가족에게만 적용되는 것에서 누구나 적용되는 보험상품으로 바꾸었다. 지연과 원 님은 내가 쓰지 않으면 어차피 쉬고 있을 차인데, 다른 이웃들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은 차를 마을사람들이 함께 쓸 수 있도록 평소 잘 관리하는 사람으로 여긴다고 했다.

경열 님은 자기 가정의 차를 다른 이웃들이 언제든 급할 때 빌려 쓸 수 있도록 차를 타고 나가는 시간을 줄였다. 주말에 차가 꼭 필요한 이가 있으면, 가족과 상의해서 주말에 나들이를 가거나 장을 보러 가기로 한 일정을 바꾸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열 님은 “더불어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현실에서 배우고 있다”고 했다.

원 님은 자기만 운전하고 다닐 때는 범퍼 등에 흠집이 생기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함께 쓰면서는 외관보다는 안전과 기능에 더 집중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준표 님이 빌려갔다가 크게 긁혀 온 적이 있다. 빌릴 사람도 빌려준 사람도 난처할 수 있는 상황. 두 사람은 상황을 충분히 나누고 사후 처리도 잘 상의해서 마무리했다.

차를 가진 세 사람은 모두가 빌려줬다가 이런저런 사고가 난 적이 있다. 그런 일이 없을 수 없다. 이들은 흠집을 보면서, 수리를 하면서, 자신이 사고를 낸 것과는 또 다르게 속상해 하는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충분히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미안한 마음을 전달 받으면서, 차는 흠집이 났지만 신뢰는 더욱 쌓였다고 했다. 빌려주는 쪽에서는 그동안 자기 차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강했는지 돌아보고, 빌려간 사람은 내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정성껏 다루었는지 따져보는 자세가 느껴질 때 나누는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같이 쓰면 더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는다. 소모품 등은 미루지 않고 제 때 갈고, 아기들도 타기 때문에 실내도 청결하게 관리한다. 여러 사람이 타다보니 이곳저곳에 흠집이 생길 일이 많은데, 그것에 마음을 빼앗기다가는 정작 다른 관리를 놓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차마다 브레이크나 가속 페달이 차이가 나고, 핸드브레이크 작동법도 다르다보니, 지연 님은 간단한 사용법을 적어놓은 수첩을 차에 둔다. 지연 님 차를 빌리는 이웃들도 함께 차계부를 작성하고 차에 이상이 느껴질 때는 그냥 돌려주지 않고 직접 손보기도 한다.

원칙보다 서로의 차를 다루는 마음 씀씀이에서 감사하기도 하고, 더 성숙해야 함을 배운다고 했다. 빌려 쓰는 이들이 차 상태를 파악해 수리해야 할 것들을 미리 알려주거나 직접 고쳐오기도 하고, 세차를 해놓을 때도 있다. 지연 님은 차 서랍에서 양갱 같은 간단한 선물을 발견했을 때, 차 수리나 소모품 교환할 때 쓰라고 돈을 보태줄 때 감격했다고 했다. '이럴 때 나 혼자만 관리하는 차가 아니구나' 싶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차를 쓰고 주유하는 걸 깜빡하거나 흔적을 남기는 경우는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준표 님은 세 살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고 해서 꼭 차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을 이웃들의 차를 빌려 쓸 수 있기에 내 차를 소유하려는 욕심을 접을 수 있었다고 감사했다. 차를 빌려 쓰는 일이 힘들었다면, 내 가정만 생각하면 무리를 해서라도 차를 샀을 것이다. 하지만 차를 함께 써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빌려 쓰는 사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함께 쓰기 때문에 모두가 각자 차를 한 대씩 소유하고 있을 필요가 없으니, 마을 차원에서 볼 때 소비가 준다. 그러면 차를 가진 사람만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되물을지 모르겠다. 마을 사람들의 간단한 대답. "그럼 차를 안 가지면 되지요." 자기 정황에 맞게 차가 필요해서 차를 산 것이고, 이미 샀으니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을 친구들과 함께 쓰는 것뿐이다. 오히려 원, 지연 님은 차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있어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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