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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고 감격해가며 만난 고마운 육아품앗이

 

 

저는 인수동 516번지에 살며 육아하는 사무엘이라고 합니다. 제가 함께하고 있는 육아품앗이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다섯 명의 아이와 아빠, 엄마들이 함께합니다. 주로 가까운 숲에 가거나 마을 산책하고, 서로의 집이나 마을서원에서 모여 놀아요. 육아 품앗이를 생각하면 고맙고 빚진 마음 한 가득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익숙하게 들어왔지 만, 우리 가정에 ‘여울’이가 태어났을 때 우리에게는 그 마을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는 ‘명제’일 뿐 제 현실은 아니었지요. 육아는 주로 아내 몫이었는데 아내는 이른바 ‘독박육아’로 힘들어했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육아와 살림에 동참했지만 아내는 부족해했습니다. “당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인정해주었고 고마워도 했지만 저의 최선은 부족했습니다.

 

재작년 초 인수동으로 이사를 왔고 곧 ‘산’이가 태어났습니다. 아내는 산이 돌이 되기 전쯤 육아품앗 이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가 보다’ 했습 니다. ‘한 아이가 크기 위해 필요하다던 그 마을이 생겼나 보다’ 생각했지만 감수성 있게 현실을 마주하지는 못했습니다.

 

올해 2월부터 아내 대신 제가 품앗이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출산 후 일을 그만두고 줄곧 육아를 해왔습니다. 경력이 단절된 지 5년이 되었죠. 아내는 육아에 지쳤고,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저와 아내는 경제주체와 육아주체 역할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저로서는 큰 결단이었습니다. ‘5년 전에 아내가 얼마나 큰 결단을 했던 것인가’, 이제 와서 새삼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미 산이를 열심히 돌봐왔다고 생각(착각?)해왔기에 품앗이를 ‘혼자보단 나은 것’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품앗이가 부담스러웠습니다. 내 아이에게도 잘 못하는 제가 남의 아이를 함께 키워야 하고 그 아이들의 부모들을 만나야 하는데, 익숙하지 않으니 긴장됐습니다. 육아 잘하는 아빠처럼 보여야 할 것 같았고, 산이가 뭔가 잘못하면 그게 다 나한테 배워서 그런 듯하여 민망했고 쩔쩔매기도 했습니다. 평소에는 집에서 아이와 둘만 있는 경우가 적잖 았습니다. 특히 봄·가을에 미세먼지가 심하고, 몸이 피곤하면(주로 피곤하죠, 육아는) 그냥 집에 있었는데, 아이와 둘만 있으면 아이는 끊임없이 보채며 안아주고 놀아주기를 바랐습니다. 당연히 더 지치게 되고 아이의 욕구를 충분히 채워주기 어려웠어요. 욕구가 해결되지 않은 아이는 더 보챘습니다. 어질러진 집을 청소할 때면, 산이는 치우는 속도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게 어질렀고, 어질러진 집에서 자꾸 넘어지고 다치며 울었습니다. 이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아내가 퇴근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종일 노동하고 돌아온 사람 역시 지쳐 있긴 마찬가지지요. 홀로 육아하던 아내의 어려움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품앗이에 가면 친구들과 이모, 삼촌들이 함께 있으니 아이는 금방 전환이 되었고 저를 찾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때로는 아이를 맡겨놓고 필요한 일을 보러 다녀올 수도 있었지요. 또 육아하며 지친 일상을 나누고 조언받을 사람을 사귀다 보니, 저 역시 마음과 생각이 전환되어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매일 아이들을 만나며, 차별 없는 사랑을 배워갔습니다. 굳이 차별하지 않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각각의 아이들에게 마음이 깊어지니 태도가 달라져갔지요. “타춘(삼촌)!” 하며 달려오는 아이들, 뒤에 와서 와락 안는 작은 가슴들, 먼저 내 손을 잡아끄는 작은 손의 감촉들을 느낄 때 생각지 못한 감동을 경험했어요. ‘사람 이렇게 사는 거구나’ 하며, 자연스럽게 즐거이 지냈습니다.


품앗이 모임은 8월로 일단락되었습니다. 함께하는 다섯 아이들 중 넷이 마을에 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인 ‘도토리집’에 가게 됐거든요. 이제 곧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새롭게 만나고, 아빠 엄마들은 육아의 품을 덜 테니, 각자 새로운 전망으로 생활해가겠지요. 그러나 품앗이를 통해 맺어진 관계는, 이후로도 함께 커가고 키워갈 관계, 같이 살아갈 관계로 이어질 겁니다.


강사무엘 | 인수동 516번지 살며 육아하고 있습니다. 노래 짓고, 친구들과 같이 부르기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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