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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먹거리 밝은두레’ 열기까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여기 뭐하는 곳이에요?”입니다. 한 달 넘게 뚝딱뚝딱 공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웃분들이 지나가다가 물어봅니다. 나무를 이용해서 주로 꾸미는 모습을 보시고는 “찻집일 거야”라고 얘기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하루에 여러 차례 질문을 받는데 저는 “친환경 농산물을 주로 팔려고 합니다”라고 대답하곤 합니다(농산물뿐 아니라 생활 물품도 팔 계획입니다).


9년째 인수동에 살고 있는데 여기에 생협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저 말고 다른 이웃들이 그런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지만 제가 친환경 농산물 가게를 열게 되리라고는 몇 년 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10년 넘게 회사를 다닌 직장인이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소소한 성취감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그리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회사에서 주중에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정황이 되어 하루 반나절을 떼어 마을에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지냈습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오전 산책삼촌으로 어린이들과 같이 산책하고, 마을학교에서 수업을 도우며 아이들도 만나고, 인수마을밥상에서 밥도 짓고, 전통 악기도 배웠습니다. 그러다가 회사 일을 다시 많이 해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야근이 일상이 된 생활을 하면서 마을에서 같이 어울려 지내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갔습니다.

 

그 즈음 마을에 생협이 생기면 좋겠는데 네가 해보면 어떠냐고 친구가 제안을 해주었습니다. 기존 생협을 이용하며 ‘일회용 쓰레기를 줄일 수 없을까?’, ‘쓰레기 없이 장을 볼 수는 없을까?’ 고민하는 친구들이 더해지면서, 우리가 만든다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있으면 좋겠다’에서 ‘한번 해보자!’로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밝은두레 외부 벽면에 그린 벽화와 글씨

 

제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걸 아는 친구들이 좋은 농부들을 소개해주었습니다. 땅과 토박이씨앗 지키며 묵묵히 하늘땅살이(농사)하고 계시는 소농(소농 공동체)분들을 만났고, 어떻게 하늘땅살이 해가고 계신지 들었습니다. 몸은 고되지만 농약에 의해 자신이 병들지 않고 함께 먹는 이들도 생각하며 하늘땅살이 하시는 이야기, 본인도 소농으로 하늘땅살이 하시지만 토박이씨앗 지키시는 주변 분들을 위해 그분들 소출까지 모아 유통하고 계신 이야기 등 고운 마음으로 살아가시는 분들 때문에 제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면 되는데, 해본 적 없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아마 혼자 이 시기를 보냈다면 포기했을지 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차분히 준비하며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주변에서 격려해주며 기다렸고, 그동안 만나왔던 생산자들과 만나고 생협 매장에서 직접 일해 보는 경험도 쌓으면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마침 올해 초 함께 준비하고 싶다는 친구가 있어서 더 힘을 낼 수 있었고, 마을 친구들의 따뜻한 격려에 힘입어 공간을 계약하고, 꾸미고, 문을 여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름을 고민하다가 ‘유기농(친환경) 먹거리’나 ‘건강한 먹거리’가 아닌 ‘고마운 먹거리’로 지은 까닭은 준비하면서 만난 여러 분들 떠올리면서, 가장 크게 가져야 할 마음이 ‘고마움’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소농 공동체와 도시의 마을(밥상) 공동체가 만나는 소통의 통로로, 연대하고 교류하는 터로 ‘고마운 먹거리 밝은두레’가 자리잡도록 응원 부탁드립니다.


심명보 | 무거운 엉덩이 붙일 새 없이 바쁘게, 하지만 즐겁게 일하는 고마운 먹거리 밝은두레 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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