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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가르지 않는 바다를 벗하다


12월 고운울림 기도순례에서 가장 많이 본 것은 ‘바다’이다. 물이 자연 모든 것을 이롭게 하듯, 바다는 우리네 삶의 아픈 사연들을 묵묵히 들어 준다. 수많은 생명의 이야기와 역사의 사건을 목도한 대자연이자, 경계 없이 흘러 세계 곳곳을 누비는 힘찬 물살이기도 하다. 온갖 역사의 질곡을 받아 내고도 다투는 법 없이 힘차게 제 갈 길을 가는 바다. 그 바다를 벗하며 12월 23, 24일 이틀간 고성에서 150여 명의 길벗들이 기도 순례길에 올랐다.

이번 순례에는 특별히 이야기 손님들을 초대해 이야기 듣고 나누는 시간 가졌다. 심양, 청진, 온성, 해산, 라이베리아, 미국, 캐나다, 잠비아, 인도네시아에서 온 손님들은 살아온 이야기와 평화를 향한 소망 나누었다. 조선과 남한을 감싸는 긴장이 해소되고 평화의 바람 불어오기를 바라는 염원이 맞닿아 풍성한 질문과 이야기가 쏟아졌다. 심양에서 온 동찬 님은 “우리는 모두 평화를 갈구하는 동지였습니다. 이 땅의 참 평화는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평화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라는 순례 후기를 나누어 주었다.

민통선 출입 수속을 밟은 후 DMZ박물관에 들어섰다.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에 위치한 DMZ박물관은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전후 모습과 휴전협정 기록, 동족 간 이산의 아픔과 지속되는 군사적 충돌 등을 전시물이나 영상물로 재구성해 놓았다. 3년 1개월간 이어진 끔찍한 전쟁은 중단되었지만, 전쟁이 남긴 비극과 참상을 다양한 기록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전쟁터에서 죽어 간 사람들, 여전히 위협으로 남아 있는 지뢰들은 특히 마음을 서늘하게 했다. 이곳이 하루빨리 다시 꿈꿀 수 있는 평화의 땅이 되기를 바랐다.

금강산이 보이는 전망대로 이동해 한 시간 남짓 순례기도회를 이어 갔다. 금강산 너머까지 자유롭게 누비는 푸른 물살을 바라보며 한목소리로 노래했다. 우리는 갈 수 없지만 이 힘찬 물결이 조선 땅에 닿아 분단의 아픔을 씻어 주기를, 결국 하나로 모이는 바다처럼 우리 겨레도 다시 하나 되기를 마음 모았다.

저녁에는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마음 모아 고운울림 잔치 꾸렸다. 어린이, 청소년, 어른 모두 어우러져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돼라’, ‘평화’, ‘평화아리랑’, ‘아름다운 나라’, ‘씨앗’ 등을 불렀다. 삼일학림 학생들이 주축이 된 모둠의 사물놀이가 마지막 순서를 꾸몄고, 2018년 한 해의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를 갈무리하는 영상 나누기도 했다. 당장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았던 2017년 가을, 대립과 갈등이 가장 깊었던 때 시작한 기도순례의 여정을 되돌아보고, 남과 북 넘어 동북아 온 겨레와 누리가 더불어 사는 소망 더욱 깊이 품었다.

24일 아침, 동해 DMZ 해변. 솟아오르는 아침 해를 보았다. 역사의 질곡 머금은 바다가 띄워 올린 밝은 해처럼, 미움과 대립으로 점철된 우리의 과거가 이제는 어두움 이기고 생명평화 일구는 밝은 미래로 떠오르길 온 마음으로 염원했다.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는 2019년에도 계속된다.

정성혜|마을에서 언니, 누나, 동생으로 지내고 평일에는 일터에 나가는 직장인. 고운울림 기도순례 다니며 생명평화 구하는 여정에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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