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근원, 평화의 초석을 찾아
6월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금강과 독립기념관에 모이다
이 땅 생명들의 근원인 강 앞에서 생명평화를 노래하고, 동북아 평화의 초석을 세운 독립운동의 정신을 새겼습니다.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는 6월 16~17일 금강 일대와 충남 천안에서 이어졌습니다.
6월 16일 흙날 오후 4시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길벗들은 금강 공주보에 모였습니다. 4대강 사업의 진실을 밝히고자 현장을 집중 취재하고 언론을 통해 알리는 데 힘써온 김종술 님도 이날 함께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강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듣고 강길 따라 걸으며 직접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물줄기가 막혀 녹조가 되고 물고기 수십만 마리가 소리 없이 죽어나간 강에선 시궁창 내가 진동하고 큰빗이끼벌레가 대거 출현했습니다. 지난해 시작된 수문 개방으로 유속이 조금씩 빨라지고 모래톱이 드러나고 물고기와 새 서식처가 생겨나고 있지만, 긴 호흡으로 자연 스스로의 치유와 회복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엄마아빠 품에 안긴 아기부터, 어린이들, 청소년들, 청년들 함께 강변 따라 걷고 이야기 나누다보니, 어느덧 공주보 수상공연장에 다다랐습니다. 오래 전부터 온 생명을 보듬어주던 생명의 원천인 강은, 이제 그 생명들의 아픈 신음을 받아내고 있습니다. 뙤약볕 아래서 힘차게 흘러가는 물줄기였더라면 당장이라도 달려갈 아이들에게 강은 손과 발 한 번 담궈볼 수 없고, 가까이 다가가기조차 어려운 대상이 되었습니다. 금강이 원래대로 뭇 생명을 그 안에 품고 굽이굽이 흘러가는 그 날이 꼭 오길, 강이 자정능력을 회복하는 기나긴 시간 앞에 우리 인간은 겸허히 기다리며 자연과 평화하는 존재로 거듭나길 함께 기도했습니다.
생명평화를 구하는 기도로 우리 마음은 어두운 현실 앞에 밝은 소망을 품을 수 있었고, 금강 작은 소리 음악회로 한바탕 노래했습니다.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지은 노래, 생명평화의 감수성으로 바라본 세상 모습 담은 노래, 직장 다니는 틈틈이 연습한 노래, 학교에서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 등 시원한 한줄기 바람 같은 노래들이 울려퍼졌습니다. “힘을 내거라 강으로 가야지, 힘을 내거라 바다로 가야지, 흐린 물줄기 이따금 만나거든 피하지 말고 뒤엉켜 가거라 강물아 흘러흘러 바다로 가거라 맑은 물살 뒤척이며 바다로 가거라” 하고 입 모아 부르며 금강과 인사 나눴습니다.
다음날인 6월 17일 해날에는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누리관에 모였습니다. 독립기념관장인 이준식 님이 동북아 평화와 독립운동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두 시간 동안 알차게 나눠주었습니다. 외할아버지 지청천 장군은 물론,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독립유공자로 서훈된,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이준식 관장은, 역사연구자로 살아오다가 교과서를 통한 역사 왜곡을 참을 수 없어 거리의 역사학자가 되어, 2017년 국정 역사교과서가 폐지될 때까지 4년 동안 뛰어다녔고, 지난해 2017년 12월 제 11대 독립기념관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의 뿌리는, 독립운동에 있습니다. 독립운동은, ‘민족혁명’이었을 뿐만 아니라 민(民)이 주권자가 되는 ‘민주혁명’이었습니다. 또한 침략을 받은 민족으로서 다른 나라를 힘으로 지배하는 강대국이 되려 하지 않고, 모든 민족이 행복하게 같이 사는 대동사회를 꿈꾸었습니다.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중국혁명과 러시아혁명을 남의 일로 보지 않고 곧 우리 일이라고 여기며 참가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세계 민주주의역사에 남을 촛불혁명을 이루었고, 분단체제 종식과 새로운 평화체제를 향해가는 지금, 독립운동의 정신을 재평가하고 계승해나갈 몫이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함께한 생명평화순례 길벗 300여 명은, 자기 문제에 갇히지 않고 동북아 전역에서 빛나는 조선인으로 살다 스러진 이들을 떠올리며, 독립운동의 가치를 되새겼습니다.
모셔배움 후엔 생명평화 고운울림 잔치가 열렸습니다. 우리가 내딛는 땅의 역사를 기억하며, 노래하는 이나 듣는 이나 한데 어우러지는 신명나는 잔치였습니다. 오후엔 독립기념관 겨레의집 앞에서 생명평화 구하는 기도를 했습니다. 현실에 굴하지 않고 자주독립을 꿈꿨던 선열들 마음 생각하며 최근 한반도 정세를 떠올렸습니다. 우리 운명을 우리 스스로 개척하고 갈라진 땅이 하나 되길 바라는 굳은 마음이 일상으로 이어지길 바랐습니다.
이 땅 생명들의 원통함을 풀어주시길 함께 기도하는 생명평화순례는, 올 2월 홍천과 안산, 3월 제주, 4월 부산·경상지역, 5월 광주·전라지역, 6월 충청지역에 이어 7월에는 강원 태백에서 이어집니다.
최소란 | 강원 홍천에 터잡고,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글 쓰고 나누며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