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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흐르는 금강 보며 꿈꾸는 희망
"사람들이 더 많이 강을 사랑하고 찾을수록 강물은 그만큼 맑아질 것입니다"


두 해 전, 생동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금강을 찾아가 공부했다. 4대강 공사 마무리 후, 빠르게 훼손되어버린 강 생태계를 확인하고 그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많은 생명들을 마주했다. 흐르던 강물이 멈추고나니 녹조가 생기기 시작했고, 급기야 녹조라떼라는 말까지 붙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공사와 이후 변화 과정을 생생하게 알리고 전하며 금강을 지키기 위해 애써온 김종술 님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도 듣고 함께 마음 모으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올해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에 함께하며 많은 길벗들과 이 땅 곳곳을 다니며 아픔을 어루만지고 새로운 소망을 키우고 있다. 이번 6월에는 다시 금강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 땅 생명들의 원통함을 풀어주소서’ 해원 기도에 사람과 자연, 말 못하는 생명들 사이 경중이 있을 수 없다.

금강에는 3개의 보가 설치되었다. 세종보, 공주보 그리고 가장 하류 부여에 있는 백제보이다. 세종보와 공주보는 작년 11월, 올해 3월부터 수문을 완전 개방하고 수질개선 모니터링 중이다. 세종보를 먼저 들렀다. 강 중앙에 제법 큰 모래톱이 드러났고, 찰랑찰랑한 물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멀리 철새 몇 마리가 먹이를 찾는 모습도 보였다.


공주보 다리 밑에서 오랜만에 김종술 기자님을 만났다. 이전보다 더 그을린 얼굴이지만 서글서글한 눈웃음과 진솔한 말솜씨는 그대로이다. 한 해에 300일 넘게 강에 나오고 100일은 강에서 야영한다는 금강 지킴이. 수문이 열리고 물이 흘러 내려가고 있는 공주보를 배경으로 서 계시니 더욱 반가웠다. 김종술 님도 사실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공주의 신문사를 추천받아 오게 되었다. 공주에서의 첫날, 금강변에 펼쳐진 반짝이는 모래사장과 멀리 뛰어가는 고라니 뒷모습을 보며 금강의 매력에 흠뻑 빠져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런 비단강에 보가 생긴 뒤, 2012년 물고기 떼죽음이 일어났다. 하루 종일 자루에 쓸어 담으면 다음 날 또 그만큼 죽은 물고기가 떠올랐고, 심지어 130cm가 넘는 메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지역 어르신들은 씨메기가 죽은 거라며 금강 메기가 모두 마르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고 들었다. 모두 60만 마리 이상이 죽었지만, 정부에서는 5만 마리 정도로 축소 발표했다. 원인도 불명이지만 4대강 사업과 관련 없다는 단서만 달았다고 했다.

"금강은 폭이 300m 정도로 넓기는 하지만, 강폭이 150m, 양쪽 모래톱이 150m 정도인, 찰랑이는 여울이 많은 얕은 강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보를 쌓고 준설로 바닥을 파서 7m 수심을 만들었으니, 사람으로 치면 갑자기 해발 6000~7000m 고지에 데려다 놓고 살라고 한 셈입니다. 물고기들에게도 적응하기 어려운 급격한 환경 변화였을 것입니다."

금강의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2013년에는 녹조가 강을 뒤덮고 2014년에는 큰빗이끼벌레가 등장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수질 4급수 지표종* 인 붉은깔따구, 실지렁이가 확인되었다. 실지렁이 개체수는 계속 늘어났고, 유기물이 바닥에 가라앉아 뻘층이 두꺼워지고, 부패로 인한 메탄가스가 기포 방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물속에 산소가 계속 줄어들어 작년 여름에도 물고기들이 숨을 쉬기 위해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수문 개방을 하기 전 금강은 아예 유속 측정불가였는데, 이제는 조금씩 물살이 흐르는 것으로 나오고 있고, 강가에 모래들도 조금씩 쌓이고 있다. 지금 상황을 가지고 개방의 효과 여부를 평가하기에도 이르다. 물이 빠지면서 시궁창 같은 뻘이 드러났고 냄새도 심하다.


강 따라 걸으며 이야기를 들었다. 풀이 자란 곳은 작년까지 물이 차 있다가 빠진 곳이다. 모래가 있는 곳도 있지만, 그 아래에는 여전히 뻘층이 있고 조금만 바닥을 퍼내면 이전 모습을 볼 수 있다. 강바닥을 한 움큼 떠올렸을 뿐이지만, 시궁창 냄새와 함께 꿈틀대는 실지렁이를 볼 수 있었다. 커다란 돌멩이를 던지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뻘에 박혀버렸다. 자칫 발이 빠져 나오지 못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이야기가 거품이 아니었다.

물고기들은 강바닥이나 강변 모래 속, 자갈 틈에 알을 낳는다. 그러니 제방이 쌓인 곳에서는 산란을 할 수 없다. 공간이 갖추어졌다 해도 그 동안은 녹조나 큰빗이끼벌레가 덮여서 알을 낳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올해 수심이 내려간 후 아직 모래가 다 돌아오지 않아 뻘이 많았고, 물고기들은 돌아왔지만, 올해는 산란지를 찾지 못해 맴도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저 앞쪽에, 꼬마물떼새 어미가 '삑, 삑'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보가 열리고나니 새들이 돌아왔고, 갈대밭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 김종술 님이 먼저 발견하고, 혹 사람들에게 상할 까봐 알을 13일간 지켰다고 하신다. 며칠 전 부화했는데, ‘희망이’라 이름 지으셨단다. 금강이 살아나는 희망, 강이 다시 시민들 품으로 돌아오는 희망, 금강을 둥지 삼아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이 회복하는 희망을 담았다. 새는 가장 먼저 환경 변화를 알리는 상징이다. 날갯짓으로 자유롭게 더 좋은 잠잘 곳, 먹이 있는 곳을 찾아갈 수 있기에 새가 돌아온다는 것은 자연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강이 가진 본래의 생명력대로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차근차근 회복해가기를, 긴 호흡으로 기다려 주어야 함을 깨달았다.

“준설하느라 너무 많은 모래를 빼갔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깊은 상처를 입은 것과 같습니다. 그래도 세종보 상류 합강을 보면 모래가 조금씩 유입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 번에 치유되지는 않습니다. 지금 보는 뻘도 바로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뻘 위에 모래가 쌓이고 자갈이 쌓이고 하는데 강이 스스로 자정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4대강 공사는 빠르게 밀어붙이지 않았습니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강이 회복하기를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희망하기로는 3~4년이면 강의 원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4대강 공사는 한마디로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대규모 토목공사였다. 그렇다면 그 강을 회복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위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한 인내와 기다림이다. 자연은 스스로를 살리는 힘을 가졌지만, 가쁜 호흡이 아니라, 없는 듯, 보이지 않는 우직한 걸음이다. 수문 개방이나 보 철거 문제도 공사할 때처럼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면 안 되고 지역주민의 뜻을 물어야 하고, 생각이 다르다면 설득하며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종술 님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강 생태계도 파괴되었지만, 지역공동체가 깨진 문제도 심각하다고 했다. 한 마을 안에서 형님 아우 하던 사이였는데, 보상금을 받은 사람들, 터전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서로 적대시하며 폭언과 주먹다짐이 오가기도 했다. 지금도 수문 개방에 따른 정부의 보상방침 소문으로, 저마다 이해관계에 따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뭇 생명들을 외면하고 돈벌이와 자기 논리에 매몰된 사람들이 벌인 4대강 사업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생명 감수성 부재’를 상징하는 듯하다.

“여러분들이 강을 찾아온다고 해서 어젯밤 마음이 너무 설렜습니다. 돌아가셔서 주위 분들에게 금강 이야기를 알려주고 계속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세요. 사람들이 찾아주지 않으면 강은 다시 개발되고 파괴될지 모릅니다. 제2의 4대강 사업이 없으리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함께 마음 모아 알려주세요.”

이번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에 참여한 밝은누리움터 학생들 중에는 금강을 두 번째 찾은 이들도 있었다. 김종술 님은 얼굴을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해주시고 격려도 해주셨다.

“꾸준히 다시 보러 찾아오는 것 자체가 관심이고 그게 사랑입니다. 더 자라서 비슷한 문제들이 벌어졌을 때, 단 하나라도 주체적으로 '그건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게 최고의 교육이고 진짜 운동입니다. 운동은 잠깐 반짝 하는 것이 아니고 짧은 눈으로 승패를 가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음 세대에는 더 큰 희망이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상공연장 앞에 모여 커다란 동그라미를 만들고 함께 손을 맞잡았다. 인간의 죄와 오만 때문에 스러져간 많은 생명들을 기리고, 하루빨리 모래빛 반짝이는 비단강이 돌아오기를 기도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모은 생명평화의 마음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로 퍼져가기를 꿈꾸게 된다. 흐린 물줄기 만나도 피하지 않고 바다로 흘러가는 맑은 강물처럼 말이다.

정재우 | 강원 홍천에서 지냅니다. 아이들의 맑은 결과 잘 만나고 싶은 마음, 배운대로 잘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 여름 물놀이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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