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으로 흘러가는 평화의 물줄기
7월 태백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백두산에서 쭉쭉 뻗어 내려온 백두대간은 태백산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낙동정맥과 분기하고, 여기에서 한강과 낙동강이 발원한다. 서쪽으로 한강, 남쪽으로 낙동강, 동쪽으로 오십천, 이렇게 세 물줄기가 각각 황해로, 남해로, 동해로 갈라지는 삼수령에서 이 땅 곳곳 그리고 북녘땅까지 평화의 물줄기가 흘러가기를 바라는 이들의 염원이 더해졌다. 7월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가 북녘과 같은 지명을 쓰는 강원도에서 이어졌다.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길벗들은 7월 15일 이른 7시 태백산에 오르며 순례의 걸음을 내딛었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때, 새 소리 계곡물소리 귀에 담으며, 재촉할 것도 늑장부릴 것도 없이 제 호흡에 맞게 서로 반가이 눈인사 나누고, 아이 손도 잡아끌어주고, 구슬땀 닦아가며 이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순례길 걷게 하는 힘은 뭘까 생각해본다. 천지사방이 내려다보이는 태백산 천제단에서 함께 올린 ‘생명평화를 구하는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바랐다면, 함께 일구어가는 생명평화의 일상이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땅에 닿아 있다. 그래, 하늘과 땅, 기도와 일상은 나눌 수 있는 게 아니겠다.
태백산을 내려와 다시 삼수령으로 향한다.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여정에서 꼭 만날 곳으로, 어제는 가나안농군학교를, 오늘은 예수원을 찾았다. 나라를 잃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땅에서 우리 민족에게 기도하고 노동하는 영성을 훈련해온 대표적인 곳들 가운데 두 곳이다. 예수원은 삼수령터전을 짓고 이 땅 생명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미리부터 산마루에 있는 풀 깎는 울력으로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길벗들을 맞이했다고 한다. 태백, 대전, 홍천, 서울 곳곳에서 모인 길벗들은 오르락내리락하는 산마루에 둥그렇게 둘러서서 생명평화를 구하는 기도와 노래에 마음을 모았다. 그리고 예수원으로 옮겨가 고요히 침묵하고 피정하며 7월 기도순례를 마무리했다. 나와 이웃, 몸과 마음, 자연과 사람, 농촌과 도시가 서로 살리는 삶을 일구며, 남과 북 넘어 동북아 온 겨레와 누리가 더불어 사는 새로운 소망이 꿈틀대고 있다.
최소란 | 강원 홍천에 터 잡고,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글 쓰고 나누며 지냅니다.
어깨동무 하며 서로 아픔 품어주는 산들처럼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함께한 어린이 길벗들
북한산자락 인수마을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를 다녀온 소감을 글과 그림로 옮겼습니다. 6월에는 4대강 사업으로 신음하는 금강 유역을 둘러보았고,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온전한 독립 하나된 대한조선’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5월에는 광주 일대를 걷고 지리산에 올라 천왕봉까지 왕복 10시간을 함께 걸었습니다. 어린이들이 기도순례에서 어떻게 느끼고 보았는지 잘 담겨 있습니다<편집자 주>.
공주에 있는 금강으로 기도순례를 갔습니다. 금강은 한강, 낙동강, 섬진강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인 강들 가운데 하나인데, 비단처럼 아름답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금강에 대한 책을 읽고, 가서 그 책에 나오는 멋진 금강의 사진과 이야기들로 ‘멋지다’ 생각하고 기대에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전혀 다른 금강이 눈앞에 있었습니다. 깨끗하고 아름답다고 했는데, 실제는 엄청 더러워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에 대한 궁금증은 금강 살리는 운동을 하고 계신 김종술 기자님 덕분에 풀렸지요.
옛날에 금강은 수심이 낮아서 건너다닐 정도였고, 대부분이 모래로 차 있었다고 했습니다. 지금의 금강을 보니 상상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수심이 6~7m정도 되고, 모래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또 저번보다 더러워진 까닭은 흐르는 물을 수문으로 막고, 보도 만들어서 그랬습니다. 아주 천천히 흐르니까 거의 고인 물 수준이니 녹조도 피고, 뻘도 생겼더군요. 그게 다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화가 났습니다. 자연이 파괴되고 금강도 포함해서 원인은 다 사람들이었습니다. 물이 고여서 생긴 뻘은 늪과 비슷했습니다. 언제는 고라니가 뻘에 빠져서 죽었다고 했는데 안타까웠습니다. 물에 사는 물고기나 자라도 떼죽음을 당하니까 참 안쓰러웠습니다. 오랫동안 기도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강 복원에 힘쓰는 사람들도 주저앉지 않고 계속 힘쓰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금강처럼 활기찬 금강이 나타나길 믿습니다. _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6학년 수현
금강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 처음엔 모래가 많았다는데 다 파헤쳤다고 한다. 김종술 아저씨는 그게 불법공사였다고 한다. 파헤치고, 물이 더러워져서 죽은 물고기가 수십 마리가 넘었다. 그리고 오염된 물을 맑게 하려고 황토를 뿌린다고 했는데, 실제는 황토가 아닌 ‘약’이라고 한다. 약을 뿌린 후 물에 들어갔는데, 피부에 붉은 게 볼록볼록하게 많이 올라왔다고 한다. 아저씨가 큰빗이끼벌레가 있어서 먹어봤는데, 2시간 뒤에 강에서 뒹굴었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 아저씨처럼 못할 텐데 신기하다. 자기가 힘들어도 다른 생명을 살리는 게 멋지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웠던 꼬마물떼새가 산다고 해서 좋았다. 흙이 없어서 못 사는데 지금은 그래도 잘 산다고 한다. 이름은 희망이다. 희망처럼 잘 지냈으면 좋겠다. _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4학년 유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