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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준 선물, 오롯이 고마운 마음으로
마을찻집 마주이야기, 뽕잎차 덖던 날


북한산자락 인수동 마을찻집 마주이야기에서 찻집지기로 일하고 있는 윤슬지기 선아와 바다꽃지기 시은, 그리고 한주에 한번 찻집 문 닫기 전 두 시간 동안 지기를 돕고 있는 도우미 친구들과 전북 장수에 있는 긴물찻집에 다녀왔습니다.

전북 장계터미널까지 마중 나와주신 긴물찻집 원만 님 차를 타고 굽이굽이 산속 깊숙이 들어가니 산세 좋은 언덕에 있는 긴물찻집을 만났습니다. 아랫동네 개에게 물려서 눈이 부어 안쓰러운 선한 표정의 황구 순이가 꼬리를 느릿느릿 흔들며 우리를 반겨줍니다. 오전내내 고속버스를 타고 온 저희를 위해 맛난 점심을 차려주신 일안 님의 정성스런 차림에 마음과 몸 든든히 채우고, 찻잎 담을 천가방 메고 앞치마 두르고 모자 쓰고 용달을 타고 뒷산으로 갑니다.


요즘은 뽕잎 새순이 풍성히 자란 때여서 오늘과 내일은 뽕잎을 딴다고 해요. 구획을 정해 차나무를 심어서 거두는 것이 아니라 산과 들에 절로 나는 찻잎을 따는 거여서, 비탈진 산을 오르고 덤불을 헤치며 걷다가 찻잎을 어느 정도 따면 또 움직여서 찻잎을 땁니다. 잔가지를 베어주시면 저희는 둘러앉아 노래 부르다가 이야기꽃 피우다가 때론 청아한 여러 새 노랫소리에 취해 침묵하며 뽕잎향기를 맡으며 뽕잎을 훑습니다.

황구 순이는 어느새 우리보다 먼저 자리 잡고 귀를 쫑긋 세우고 망을 보고 있습니다. 걱정할 게 없다 싶어지면 자리를 잡고 명상하듯 산세를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 뒷모습이 어찌나 듬직한지, 일안님과 원만님 곁에 저리 좋은 벗이 있음이 참 다행이다 싶었어요.


차 가방에 가득 담길 때까지 자리를 옮기며 뽕잎 훑고 내려왔습니다. 바구니에 담으니 여섯 바구니가 가득합니다. 모둠을 나눠 뽕잎 덖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고온으로 달궈진 무쇠솥에 뽕잎을 덖고, 망태에 펼쳐서 열기 날리고, 유념기(찻잎을 비비는 기계, 찻잎 유익한 성분이 유념기에서 비벼지면서 잎에 묻어나게 합니다)에 넣어 즙액을 짜고 그것을 다시 무쇠솥에 덖습니다. 그러면 찻잎에 묻은 액이 무쇠 솥 열로 인해서 잎에 고정이 됩니다. 그 과정을 총 네 번을 해서 하루 동안 바짝 말리면 따뜻한 물에 부어서 마실 수 있는 차가 되는 것입니다.

손과 발을 쉼 없이 움직이며 땀 흘리는 그 과정 속에서 매일 차를 만드는 것은 몸과 마음의 수련임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날 딴 찻잎을 게으름 피워 그냥 두거나 내일로 미루게 되면 금세 차는 그 맛을 잃게 된다고 해요. 그날 거둔 찻잎은 그날 안에 앞서 이야기한 흐름으로 다 마쳐야지 자연이 준 선물을 오롯이 고마운 마음으로 받을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첫날 차 만드는 일을 마치고 맛난 밥을 먹은 후, 이곳에 터 잡고 14년을 우직이 차 만드는 일을 해오신 일안 님과 원만 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땅에서 난 우리 차에 대한 사랑도 느끼고, 어떻게 차를 대하며 마셔야 하는지, 직접 그 흐름을 함께해보니 더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마을찻집 마주이야기는 긴물찻집에서 잎차를 계속 받고 있어서 이렇게 직접 뵙고 차에 대한 이야기, 이분들이 걸어오신 걸음을 들으니 기쁘고 함께 오래 인연 이어가길 소망하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차와 음료도 외국에서 들어온 것들에 입맛이 많이 길들어져 있어서 몸도 맘도 약해지기 쉬운데, 우리 땅 기운 머금은 우리차를 마셔야 우리 몸과 마음도 맑아지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새겨봅니다.

작년에는 손수 흙과 나무로 소박하고 어여쁜 찻집을 지으셔서 장수마을에 있는 이웃분들의 쉼터를 만드셨답니다. 흙과 나무 내음 가득한 자그마한 공간에서 산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우리 차와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산과 들에 나는 꽃잎 따다 향기로운 꽃피자와 떡볶이도 내고 계셨어요. 복잡한 마음, 가뿐 호흡을 잔잔히 가라앉혀주고 지금, 이 자리에 정성을 다할 수 있게 이 시간을 선물해주신 긴물찻집과 함께한 벗들로 풍성한 시간들, 고맙게 받았습니다.

이선아 | 마을찻집 마주이야기에서 차 내리고 빵 구우며, 손님 맞이하는 일상 보내는 찻집지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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