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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밥상 함께 지키는 주민들
아토피 걱정 덜고, 육아 서로 돕고, 뒷정리 함께하고

서울 인수마을에 있는 아름다운마을밥상 이야기를 싣습니다. 마을밥상은 밥 짓는 사람들과 밥 먹는 이들이 함께 만드는 식당입니다. 밥상에서는 색다른 모습이 몇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자기가 먹은 밥그릇은 직접 설거지합니다. 또 하나는 밥상에서 일하는 밥상지기들과 함께 저녁에 밥상 뒷정리 돕는 밥상지킴이들이 있습니다. 밥상지킴이는 밥 먹으러 오는 사람들의 자원 활동으로 이뤄집니다. 밥 먹는 이들이 고객으로만 머물지 않고, 밥상을 함께 꾸려가는 동반자로 함께합니다. 밥상에 자주 오는 주민들과 밥상지킴이로 참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편집자주>

아토피 걱정 덜게 한 마을밥상


 1년 전 인수동 근처 한 가게에서 재고 조사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때 우연히 마을밥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게로 가는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한 식당 창에 붙은 문구가 눈에 띄었어요. ‘친환경 우리 농산물로 짓는 밥상, 제철 음식으로 지은 가정식 상차림.’

밥상에 발을 들이기 전까지 그 말을 온전히 믿을 수는 없었어요. 요즘 먹는 걸로 워낙 문제가 많고, 설마 양념까지 다 좋은 재료를 쓸까 했거든요. 평소 아토피 때문에 먹을거리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더 그랬습니다. 그런데 밥상에서 일하는 분들의 말씀을 직접 듣고, 유기농 재료들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당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안전한 밥이 좋아서 왔답니다. 오다보니 밥도 밥이지만 밥상에서 뵙는 마을 이웃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점점 좋아졌어요. 좋은 분들을 만나고, 편하게 대해 주시니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정이 쌓이다 보니 고마운 마음에 지금까지도 계속 가게 됩니다.

늘 밥상을 정성껏 차리느라 수고하는 밥상지기 분들에게 고마워하고 있어요. 특히 제 아토피를 염두에 두고 더 신경써주는 모습에 감동할 때가 있답니다.

안선영 | 몸에도 자연에도 좋은 마을밥상에 반해 밥상을 찾는 대학생입니다.


둘러앉아 밥 먹으며 육아도 함께


“용수야~ 안녕”, “어머~ 용수 왔네!” 마을밥상에 도착하자마자 들리는 소리입니다. 이모삼촌들이 용수를 반겨줍니다. 용수는 수줍어하면서도 이모삼촌들의 환영에 익숙한 듯 입꼬리를 올리며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빙 둘러앉은 밥상 한쪽에, 아이를 식탁 의자에 앉힌 뒤 엄마는 서둘러 밥과 반찬을 접시에 담습니다. 그 사이 이모삼촌들은 저를 대신해 용수와 마주 보고 이야기하거나, 국과 밥을 떠먹여 주시곤 한답니다.

육아하는 엄마에겐 이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귀한 시간인지 모릅니다. 잠시나마 용수를 봐주는 이모, 삼촌들 덕분에 저는 하루 중 가장 여유 있는 시간을 오붓하게 즐기며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용수는 생후 6개월부터 아토피가 심해서 외출하기 어려웠습니다. 주로 집에서 보내곤 했어요. 2016년 1월 인수마을로 이사 온 후로는 집과 마을밥상을 매일같이 오갔습니다. 계절이 바뀐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시작될 무렵 용수의 아토피는 점점 더 좋아졌습니다.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음식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까봐 푸성귀(채소) 위주로 이유식을 만들었는데, 일반식을 시작할 때 혹시나 아이가 편식하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지금은 별도로 유아 반찬을 만들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음식을 골고루 잘 먹습니다. 특히 용수는 엄마가 해준 집밥보다는 늘 행복한 웃음이 끊이지 않는 밥상에서 이웃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을 더욱 좋아합니다.

공기 좋은 산지에서 난 잡곡으로 지은 밥과 제철 유기농 야채로 끓인 구수한 된장국, 콩나물, 시금치나물, 멸치볶음, 꼬시래기 무침과 같은 다양한 반찬이 더할 나위 없는 풍성하고 건강한 밥상이랍니다. 덕분에 마을의 다른 아이들도 이모, 삼촌이 해준 밥을 먹으며 오늘 하루도 하늘과 땅의 좋은 기운을 온몸으로 받으며 무럭무럭 커가고 있습니다.

용수는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이모삼촌과 같이 놉니다. 엄마가 밥을 다 먹을 동안에요. 모든 것이 마냥 신기한 용수는 재미난 놀이인 냥 신이 나서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키며 ‘이게 모야?’ 묻고 또 묻곤 합니다. 이모삼촌들은 귀찮을 법도 한데 아이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진심으로 공감하려고 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있습니다.

김진희 | 함께 나누는 밥상과 육아를 통해 진정한 어른이 되기를 소망하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밥 먹고 뒷정리 함께하며 배우는 '정성'


2013년 살기 좋은 마을을 찾아다니는 서울시 ‘신택리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인수마을을 자주 오게 되었습니다. 북한산이 너른 품으로 안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에 이사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사는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았어요.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무렵 현실이 됐습니다.

오며가며 눈에 띈 것 중 하나는 ‘마을밥상’이었습니다. ‘집밥’ 같은 밥을 먹을 수 있어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이웃과 사귈 수 있어서 마을에서 잘 적응하는 데는 정말 이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상에 자주 오다 보니, 밥상지킴이로 함께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나도 한번 해 볼까’ 생각하던 차에 기회가 찾아와 밥상지킴이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퇴근하고 와서 밥 먹으며 수다 떨고, 이어 뒷정리하는 일에 함께했습니다. 돌아보니 3년 넘게 밥상지킴이를 했습니다.

대학생 시절 끼니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3년 넘게 학생식당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주변 시선을 의식하며 주눅 들어 있었고,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음식 부산물을 보면서 헛구역질이 나와 밥을 먹기가 힘들기도 해 빨리 해치우기 바빴습니다.

마을밥상을 만나고 나서는 밥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다 먹은 밥그릇을 내던지듯 놓지 않고 스스로 잘 씻고 정리합니다. 먹고 남은 것도 쓰레기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농사에 필요한 퇴비로 쓰는 일에 참여합니다. 집에서도 정성 들여 음식을 만들면서 함께 나눠 먹는 밥맛을 느낍니다.

최혁락 | 도심 한복판에 있는 직장에서 일하면서, 인수마을에 돌아와 밥상에 가는 기쁨을 누리는 청년입니다.


밥상지킴이 하며 들떴던 하루 차분히


매주 한 번 밥상지킴이를 하고 있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밥상 뒷정리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평소 집에서 하는 것보다는 큰 냄비와 넓은 그릇을 설거지하기 가뿐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너끈히 밥상을 마무리합니다.

밥상 바닥을 닦을 때면 꼬마 아이들이 흘린 반찬이 눈에 띕니다. 그때 피식 나오는 웃음이 저를 밝게 해 줍니다. 밥상지기 언니, 오빠와 나누는 대화도 좋습니다. 가끔 밥상지기들의 애정이 느껴지는 시원한 매실효소액, 채소액 같은 참이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밥상지기와 지킴이가 함께 매일 냄비와 그릇들을 씻고 닦고 엎어두며, 밥상을 닫고 또 열고 하는 일상이 해가 지고 다시 뜨는 것과 같이 느껴져요. 낮 동안 들떴던 마음, 밥상의 하루를 닫으며 차분하게 전환하게 됩니다.

이보경 | 둥지 같은 집에서 자매 같은 다섯 식구와 같이 삽니다. 새로운 앞날을 준비하고 있는 20대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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