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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로 인해 내가 살고, 나로 인해 네가 살고
홍성 은퇴농장에 나물 캐러 다녀오다


봄기운 가득한 4월 어느 날, 충남 홍성에 있는 은퇴농장에 다녀왔습니다. 은퇴농장이 어떤 곳이냐고요? 도심에서 일하다가 퇴직한 후 무료한 나날을 보내는 이들이 더불어 살며 노동의 즐거움을 나누고자 만든 농장이라고 합니다. 농장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도시 거주민과 직거래하거나 생협에 공급하면서 소득을 얻기도 합니다. 서울 인수마을밥상도 식재료 일부와 김치, 절임 등을 은퇴농장에서 받고 있습니다. 은퇴농장 운영자 박영애 님께서 꽃 피는 봄이 오면 나물 캐러 놀러 오라고 밥상지기를 초대해주어서 마을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지요.
 
차로 세 시간 정도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박영애 님과 반갑게 인사 나누고 간략한 소개를 들은 후, 점심식사 전 '몸 풀기' 나물 캐기에 들어갔습니다. '어머니'로 부르는 박영애 님은 어떤 산나물이 어디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쑥'만 분명하게 구별할 수 있어서 쑥을 열심히 캐려고 마음먹고 갔는데, 어머니 덕분에 달래·머위·참나물·원추리·고사리·두릅 등 다양한 나물 종류를 눈으로 익히고 채취할 수 있었습니다. (두릅은 이제 막 싹이 나오기 시작해서 눈으로만 확인했습니다.) 이윽고 찾아온 점심식사 시간. 참나물 겉절이와 사과발효액을 넣어 만든 석박지(배추와 무를 섞어 담근 막김치), 명이나물(산마늘 잎)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 맛을 생각하면 군침이 도네요.


농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산나물 채취를 이어갔습니다. 나물 캐서 어떻게 먹으면 되는지 설명을 들으며, 은퇴농장에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묻기도 하면서 도란도란 정겹게 봄을 만끽했죠. 해·물·바람·흙·벌레와 땀 흘려 일하는 모든 손길과 하늘의 은혜로 쑥쑥 자란 생명들을 밥상 식재료로 쓴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밥상 앞에 앉아 음식을 대할 때마다, 따스한 봄날 나물을 캐며 가졌던 마음을 품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밝은누리움터+마을배움터' 누리집에서 하늘땅살이 수업 후기를 올린 생동중학교 학생 글을 읽었는데, 여기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밥을 먹는 누구나 이런 마음을 품어야 할 것 같아요.
 
"한 해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작물에 대한 고마움을 많이 느끼며 하늘땅살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내가 작물을 먹는 것은 결코 그 작물보다 우월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작물이 다른 생명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기에 우리는 작물에게 감사하며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늘땅살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현기 | 온라인서점에서 책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호흡이 가빠질 수 있는 생활에서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으며 지내려는 9년차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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