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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재미, 먹는 즐거움, 선물하는 기쁨
생.일.떡.

"너의 존재가 고마워." 지난 제 생일에 받은 엽서 속에 담긴 소중한 말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입니다. 그날 저를 위해서 각자 준비해서 불러준 노래와 공연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날이 특별했던 이유가 또 한 가지 있습니다. 제가 직접 생일 떡을 만든 것입니다.

모양이 예쁘지도 않고 부드러운 생크림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정성스레 키운 유기농 현미로 잔치떡을 만들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만든 떡이기에 모두 무척 좋아했습니다. 우리는 연신 맛있다고 하며 남김없이 다 먹었습니다. 생일을 축하해줘서 기뻤고, 마음을 담은 편지를 받아서 정말 좋았고, 제가 만든 떡을 맛있게 나눠 먹을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 생일에도 떡 만들어 선물하는 게 일상의 즐거움입니다.

예전에는 케이크를 사서 생일을 축하해주었습니다. 케이크를 샀을 때는 돈도 돈이지만, 왠지 축하하는 마음이 잘 담기지 않는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러다가 함께 사는 한 친구가 떡을 직접 만들어서 같이 먹게 되었습니다. 맛있는 떡을 함께 먹는 즐거움을 만끽하던 찰나에 저도 떡을 만들어 생일잔치에서 함께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직접 만들면 축하의 마음을 더 잘 담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돈도 별로 들지 않으며, 입만 즐거운 음식이 아니라 마음도 행복해지는 그야말로 생일에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먼저 떡 요리법이 실린 책을 구했습니다. 제일 쉽다는 '백설기'에 도전했습니다. 요리법은 간단했습니다. 우선 쌀가루를 준비합니다. 쌀을 반나절 물에 불렸다가 다시 반나절 체에 밭쳐 물기를 뺀 후 가까운 방앗간에 가져가서 빻습니다. 이렇게 준비한 쌀가루에 약간의 설탕과 소금으로 간을 봅니다. 이것을 다시 촘촘한 체로 거르면 가루가 보슬보슬해집니다. 이제 면 보자기에 옮겨 담고 찜통에 40분 정도 찌고, 15분가량 뜸을 들이면 완성입니다. 면 보자기에 싸기 전에 보자기에 설탕을 얇게 깔면, 나중에 보자기에서 떡을 쉽게 떼어낼 수 있습니다. 남은 쌀가루는 한 번 먹을 분량으로 나누어 통에 담아서 냉동보관하면, 다음에 손쉽게 요리할 수 있습니다. 쌀가루는 쉽게 상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처음 떡을 만들었을 때는 제가 강원도 홍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그때는 쌀가루로만 백설기를 만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백설기를 시도해보았습니다. 늦은 봄에는 검보랏빛으로 물든 오디를 따다가 넣기도 하고, 향이 진한 아까시꽃을 설탕과 버무려 만든 효소액의 건지를 넣기도 했습니다. 오디설기떡은 예쁜 연보라색 떡이 되고, 발효된 아까시꽃으로 만든 떡에서는 좋은 향기가 납니다. 올 가을에는 밭에서 건강하게 자란 강낭콩을 넣었습니다. 이때 콩은 하루 정도 물에 넣어 충분히 불려주어야 맛있게 잘 익습니다.

이렇게 만든 떡은 생일 케이크로 선물하거나, 일하는 사람들과 참으로 나누어 먹거나, 함께 먹는 밥상에서 나눠 먹었습니다. 먹는 사람들이 맛있다고 건네는 말에 정말 뿌듯했습니다. 다음에 더 맛있는 떡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 절로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올 가을에 수확한 들깨를 넣어 꿀떡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또 올 가을에 수확한 서리태와 다른 친구의 농사 갈무리를 도와주다가 얻은 팥도 떡 속에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지요.

홍천에서 살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자기 손으로 직접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시에서 생활할 때는 생일 케이크도 다른 사람이 만들어 상품으로 내놓은 것을 사는 것 이외의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일잔치를 빛내주는 간식도 내 손으로 준비하고 만들 수 있습니다. 작은 가구를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농사라고 말하기 부끄럽긴 하지만, 작은 땅에서 조금씩 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돈으로 해결하지 않고 직접 자기 손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돈으로 해결할 때 얻을 수 없는 즐거움과 뿌듯함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떡 만드는 재미, 함께 나누어 먹는 즐거움을 알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조원호 | '생태건축 흙손’'에서 일하는 목수이자 용접기술자. 친구를 위해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하고, 자전거 수리와 떡 만들기로 창조적인 일상의 즐거움을 발견하며 살아가는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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