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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보다 효능 좋은 껍질이라니!
몸에도 좋고 향기도 좋은 귤껍질, 버리지 마세요

나는 여름에 열매를 맺는데 겨울에 열매가 익어요. 다 익으면 노랗게 되는데 색이 진해서 주홍빛이 나요. 먹으면 아주 달고 시고 맛있어요. 나는 누구일까요? 바로바로 귤입니다. 한 겨울 대표적인 과일인 귤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 집에 귤을 한 상자 사놓으면 바구니에 한가득 담아서 앉은 자리에서 20~30개를 먹곤 했습니다. 제가 피부색이 좀 노란 편인데 어릴 때는 귤을 많이 먹어서 그런 줄 알 정도로 많이 먹었습니다. 손이 노랗게 될 때까지 먹었던 경험, 누구나 있을 법한 추억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과일이 과육보다는 껍질에 영양이 더 많다고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서 귤은 특히 껍질에 영양이 많습니다. <동의보감> 본초에 따르면 귤껍질은 "성질이 따뜻하고 맵고 쓰며 가슴에 기가 뭉친 것을 치료하고 음식 맛을 나게 하며 소화를 잘 시킨다"고 합니다. 반면 귤의 속살은 "성질이 차고 맛은 달고 시며 소갈증을 멎게 하고 소화를 잘 시키나 많이 먹으면 담이 생기고, 귤껍질은 약으로 쓰지만 속살은 사람에게 그리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귤피는 오래될수록 효능이 좋습니다. 오래된 귤피는 진피라고 부르고 약재로 씁니다.

귤피차는 만들기가 정말 쉽습니다. 무농약 귤을 먹기 전에 물로 씻어서 먹은 뒤 껍질을 채반에 펼쳐놓고 그늘에서 며칠 동안 말립니다. 바싹 마른 뒤 병에 담아놓으면 됩니다. 끓인 물에 우려내서 마시면 향긋한 귤 냄새와 함께 '화~'한 맛이 어우러져 참 맛있습니다.

귤껍질을 꿀이나 설탕에 재어놓으면 귤피청이 되는데 귤피청은 따끈하게 차로 마실 수도 있고, 멸치볶음 같은 요리에 넣어도 맛있고, 머핀 같은 빵을 만들 때 넣어도 좋습니다. 귤껍질은 살균이나 냄새 제거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어, 김치를 담았던 통이나 냄새가 심하게 밴 병에 귤껍질을 넣고 따뜻한 물을 부어 5~10분 있다가 물을 버리면 통에 있던 냄새가 싹 사라집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귤은 맛도 좋은데 버릴 것도 없습니다.

귤에 대해 장황하게 풀어놓게 되었습니다. 귤껍질을 활용하는 방법을 나누다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집안 살림과 마을밥상 살림을 많이 하다보니 뭐든 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다시 쓰거나 껍질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이리저리 찾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옥수수수염을 따로 모아 차를 끓여 마시거나 방광염에 걸린 친구에게 나누기도 하고, 단호박씨를 버리지 않고 모아서 말렸다가 까먹거나 빵과 떡을 만들 때 넣기도 하고, 양파껍질을 모아서 국물 육수 낼 때 쓰거나 천연염색 염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귀찮고 번거롭기도 하지만 조금만 수고하면 더 풍성해지는 것을 보며 전보다 더 열심을 내고 있습니다. 특히 귤이 냄새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찾으면서 세상에 버릴게 하나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살아가는 마을공동체에서는 음식물찌꺼기를 '음식물쓰레기'라고 부르지 않고 '밥상부산물'이라고 부릅니다. 땅에서 태어나서 땅으로 다시 돌아가는 순환의 삶을 살게 하는 철학을 생각해볼 때 밥상부산물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매주 집에서 모아진 음식부산물을 가져다가 마을 밥상부산물통에 모으러 가보면, 과일껍질이나 채소껍질들이 부피가 커서 밥상부산물통이 금세 가득차곤 합니다. 밥상부산물이 땅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고 너무 금세 차버리는 것을 보면 밥상부산물을 홍천마을까지 운반하는 친구들의 수고도 가벼이 여길 수 없게 됩니다. 도시에서 살면서 도시문명을 거스르며 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땀 흘리며 애써서 밭생명들을 돌보고 일하는 농부들을 생각하면 가급적 버리지 않고 잘 비우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모든 것을 다시 쓸 수는 없겠지만 적게 소비하고 적게 먹고 적게 버리는 방법을 찾아 버리지 않고 비우는 삶을 살려 합니다. 비움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있어 오늘도 힘을 내어 살아갑니다.

조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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