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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석 하나 없어도, 무고한 희생을 기억하다
국민보도연맹 학살터, 그 흔적을 찾아서

동매산과 오륙도 해안가에서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남한 내 공산주의 세력 약화를 위해 과거 좌익에 몸 담았다가 전향한 사람들을 가입시켜 만든 단체인데, 실제로는 공무원들의 건수 올리기 실적주의 때문에 가입에 강제수단이 포함되어 있고 단순동조자나 진짜 좌익경력자가 아닌 사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6.25한국전쟁 발발 직후 국군 후퇴기에 국민보도연맹으로 연루되어 군과 경찰에 의해 불법적으로 학살된 수가 무려 20만 명 정도라니! 가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경남과 부산지역은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전선을 남겨두고 오래도록 이승만정권의 영향력 아래 있어서 더욱 많은 피해자를 냈다고 한다. 나는 유골이 발견됐다고 하는 신평리 동매산 일대와 가장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오륙도 해안가 일대를 돌아보았다.

동매산 일대 8부능선. 내가 아는 지식은 여기까지였다. 어떻게 관련 장소를 찾아야 하나 난감했다. 우선은 동매산을 올라가기로 했다. 동매산자락에서 유골이 발견된 것은 2001년 <부산일보> 김기진 기자에 의해서였다. 그 이후로 진상조사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잘 알려지지 않게 된 것 같다. 동매산 암매장 터에 표석이 있다고 했는데 나는 표석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어서 무고한 죽음을 기억조차 안 하는 우리의 모습이 비춰져 죄송스러웠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우연히 산을 내려오다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곳을 볼 수 있었는데 이곳이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들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지 않았을까 싶었다.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의 원통함을 풀어달라고, 그분들의 혼을 위로해주시길 기도하며 산을 내려왔다.

다음에 간 곳은 오륙도 선착장으로 갔다. 오륙도는 이기대 해파랑길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는데 비바람이 강하게 몰아치는 날씨여서 차분히 걸으며 다닐 수 없었다. 간신히 우산을 움켜쥐고 오륙도 스카이워크에 가까스로 올라가 잠시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비바람 속에 주변을 잘 보기도 어려웠다. 좋은 날씨에 이곳을 보았다면 더욱 슬펐을텐데 오히려 이런 강한 바람과 비로 인해 이곳에 억울하게 수장된 분들의 원통함을 듣는 듯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다시금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의 아픔을 생각하며 그들의 원통함을 풀어달라고 기도했다. 언제고 꼭 진실이 규명되고 잘 기억되면 좋겠다.

김재규 | 최근에 홍천으로 이사해 시골살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역사를 돌아보며 기도순례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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