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생명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회동 수원지에서
회동 수원지는 부산 금정구에 자리한 인공저수지로 부산 사람들의 식수를 책임지는 곳이고, 주변 경치와 전망이 아름다워 부산 사람들이 산책로로 발길을 이어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직접 가보니 맑은 하늘과 푸른 산세,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이 어우러져 평화롭기까지 했지요.
하지만 회동 수원지의 아름다움 뒤에는 슬픈 피의 역사가 자리합니다. 1950년 7~8월 국민보도연맹원이 학살된 곳이기 때문입니다. 가슴 아픈 것은 제주4.3사건과 비슷하게, 많은 민간인들이 학살되었다는 점입니다. 좌익사상과는 무관한 민간인들을 보도연맹에 가입시켰고, 그 결과 많은 수의 민간인이 재판 등의 법적 절차도 없이 야산이나 해안으로 끌려가 학살되었습니다. 이로 인한 민간인 학살의 피해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1960년대 유족회가 결성되었으나, 5.16군사정권이 유족회를 탄압하며 모든 기록을 파기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회동 수원지에는 과거 학살터였다는 어떤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회동 수원지 주변을 걷고 기도하며, 이 땅에 가득한 피의 역사를 떠올렸습니다. 70년 전 그 때 이 땅에 가득했던 죽임의 역사가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무섭게 느껴집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몫이 무엇일까 고민해봅니다. 비록 그 때를 돌이킬 수 없지만,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간 원통함을 기억하는 기억 투쟁으로 함께 하는 것이 나의 몫이구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 땅에서 힘을 행사하는 죽임의 역사를 바로 보고, 나의 일상에서 고통 받는 생명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평화를 살아내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몫이라 생각했습니다. 부산에도 시급히 역사의 흔적들이 재조명되기를 기도합니다. 부산 땅에 묻힌 이들의 원통함이 풀어지고, 생명의 바람 불어오기를 기도합니다.
김채령 | 6년간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가르치는 대로 잘 살고 있는지 질문이 생겨 정든 직장을 떠나 새로운 모험을 시작! 했습니다. 요즘은 일상에서 재미있게 살림하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소품 만들며 지내는 30대 자영업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