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에 공 차던 여전사들과 함께
내가 좋아하던 일, 가르치는 사람 되어 더 배워간다
나는 지금 남학생들과 전주에 와 있다. 국내 최고의 풋살팀인 전주매그풋살클럽에서 3박4일 동안 풋살을 배우기 위해서다. 간혹은 우리가 풋살 전문학교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여기에 열심을 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뭐 남학생들이 축구에 미치는 것은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니 그렇다 치자. 근데 우리 학교에선 여학생들도 장난 아니다. 여학생들은 지난 1월 7일부터 11일까지 무려 4박5일 동안 훈련 여행을 다녀왔다. 여수로!
여성 풋살모임 달참은 봄과 가을엔 주 1회 운동을 하고, 여름과 겨울엔 며칠 몰아서 종일 운동하는 집중훈련을 한다. 겨울엔 강원도 매서운 추위를 피해 따뜻한 남쪽으로 훈련여행을 떠나곤 하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수에 갔다.
내겐 쉬운 것도 남에게 잘 알려주려면 더 연구해야
달참에 함께하는 사람들의 동기는 모두 다양하다. 모두 다양한 맥락을 갖고 함께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안엔 같은 기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임에서 함께하는 풋살 훈련을 통해 단순히 운동 효과를 보면서도 끈끈하고 귀한 우정을 다지고 있다 느낀다. 그 묘한 느낌은 함께하게 하는 기대가 된다. 달밤에 공차며 땀 흘리던 여전사들은 그렇게 기운과 기대가 부풀어 여수로 떠났다.
나는 풋살 선생님이다. 감독님이라고도 불리고 대장님이라고도 불리고 음 그나마 평범하게는 해민선생님이라 불린다. 중학생 때부터 공차는 걸 참 좋아했는데 어설프게 축구와 풋살을 섞어 그냥 냅다 공만 차다가 삼일학림에 올라와 그 둘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쭉 운동하면서는 풋살에 끌렸고 깊이를 더해가며 풋살공을 차고 있는 중이다. 엘리트 아닌 보통사람인데다가 여전히 배워가는 과정이라 어설프고 완전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선생님’ 소리를 듣는 게 처음엔 불편하고 민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가르치면서 오히려 풋살에 대해 많이 배웠다. 누군가에게 설명을 해줘야 하니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동작들이나 움직임들을 깊이 연구하고 머리로 이해해야 했다. 내 공부의 시간이 쌓이고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같은 내용도 더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며 다가가게 도와줄 수 있게 된다. 점점 설명하는 데에 자신감이 생기고 어떤 필요가 있구나, 이런 주제를 잡아야겠다, 하는 생각들이 분명해진다. 내가 뭔가를 가르침으로써 나도 배우고 너도 배우고, 서로에게 유익한 이 경험이 그나마 민망함을 이기게 해줬다. 나중에 지금을 보면 또 어설펐겠지만 나는 내가 점점 노련해진다는 걸 느낀다!
그렇게 노련해진 해민선생님이 이번 겨울 1월 8~11일 여수 훈련에서 주제로 잡은 것은 ‘몸 만들기’였다. 그동안은 공 다루기 기본, 공 주고받기 기본, 조금 수준을 올려봤자 풋살 고유의 움직임을 따라해 공을 주고받거나 움직이는 연습, 기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들을 훈련했다. 근데 지난 가을 지켜보면서 전체적으로 몸이 우뚝 서있고 굳어 있으니 반응이 느리고 유연하게 공을 다루지 못하는구나, 우선 이 문제를 넘어서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기본적인 것부터, 기본 중에서도 기본을. 우선 공은 옆에 잠시 떼어 놓고 자세를 낮추고 중심을 가눌 줄 아는 몸을 만드는 거다!
굳은 채로 우뚝 서 있지 않기
두 시간 반씩 총 여섯 번의 시간동안 다양한 스텝들을 반복했다. ‘자세 낮춰!’, ‘나비처럼 팔랑거리지 마!’, ‘다리가 벌어지면 안 돼!’, ‘중심 이동을 어디서 어디로 하는 건지 생각하면서 해야지!’, ‘발끝이 이상한 곳을 보잖아!’ 끝도 없는 잔소리가 함께한다. 조금 지루해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마지막 날쯤 되어서는 모두 이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챈 눈치였다. 스텝 연습이 끝난 뒤 짧게짧게 진행했던 드리블, 패스, 트래핑 연습에서 실컷 했던 스텝들이 모두 사용, 응용된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자세를 낮추고 중심 가누는 법을 배웠으니 몸을 만들어 봄에 만난다면!
달빛 아래 그을린 얼굴들을 보면 행복하다. 땀 흘리며 몸도 튼튼히 하고, 풋살 고유의 내용들을 꽤나 제대로 배우고, 호흡과 발을 맞춰 마침내 마음도 맞추고, 나를 포함해 서로를 알아가며 우정을 다지고. 참 좋은 모임이 아닌가 싶다! 배우는 사람으로 가르치는 사람으로. 난 앞으로 더 열심히 풋살을 연마할 작정이다.
해민 | 공식 풋살인생 2년차 접어든 풋살 꿈나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