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 삶으로, 삶이 가르침으로
청소년·성인 한 데 어우러져 배움길 걷다…2018년 삼일학림 입학생 각오
삼일학림은 교사와 학생, 청소년과 성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배움의 길 걷고 있는 배움터입니다. 현재 80여명의 청소년과 성인들이 배움의 숲 이뤄 함께 공부하며 삶을 더 풍성하게 가꿔가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에도 아홉 명의 학생들이 이 배움의 길에 새롭게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10대 청소년부터 50대 학부모까지 다양한 직업, 삶의 배경을 가진 이들이 배움을 향한 같은 열정 불태우며 공부 시작했어요. 새롭게 함께한 학생들의 소개와 다짐의 글을 실었습니다. 자기 삶을 더 깊게 하고 평화로운 세상 만드는 길에 함께 곱게 어울리는 공부 이어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올 해 봄학기부터 공부 시작한 대영입니다. 2013년 여러 동무들과 세상에 없는 배움숲 밑그림 그릴 때부터 입학할 날을 손꼽았는데 다섯 해가 되어 그 꿈을 이루었습니다. 고맙게도 지난 네 해 동안 주말마다 홍천 오가며 문학과 겨레말 수업으로 삼일학림과 인연을 이어올 수 있었고, 집터와 일터를 옮기면서 비로소 공부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여느 배움터와 다르게 삼일학림은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을 나누지 않습니다. 자기 자리를 못 박지 않으니 더 힘껏 배우고 가르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생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말만 앞서 앎과 삶의 틈이 벌어져버린 ‘꼰대’들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저 또한 십 수 년 공교육 교사로 지내다 굳어버린 몸과 마음을 돌아볼 기회가 생겨 참 다행입니다. ‘집짓기’와 ‘만들기’ 공부하고, 하늘땅살이 할 토박이씨앗과 땅도 귀하게 받았습니다. 먹고, 입고, 머물고, 즐기는 일을 돈에 기대지 않고 하늘땅 섭리에 따라 아름답고, 씩씩하게 감당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바르게 이끌어줄 스승과 함께 공부할 벗들이 많으니 걱정할 까닭은 없습니다. 다른 욕망을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공부를 앞두고, 순수한 배움의 열망으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립니다. 흰 달력 뜯어 책표지 싸고, 나무연필 가지런히 깎던 설렘으로 즐겁고, 알차게 공부하겠습니다. _대영
삼 일학림에 새로 들어와 함께 지내는 이들에게 많은 것 배우며 지내고 있는 준성입니다. 생동중학교에서 이후 진로 고민하며 저에게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온 주제는 ‘행복’입니다. 학림에 다니는 선배들 중에 행복하다고 하는 이들이 많았기에 행복이라고 했을 때 제일 먼저 학림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행복의 중요한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좋은 이들이 있는지 없는지가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믿고 따르던 이들이 많았기에 그런 면에서 학림은 굉장히 이상적인 곳이었습니다. 무엇에 주목하는지도 저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첫 번째 조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학림에서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로 지내고 싶습니다. 단순히 좋아하는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유를 가지고 공부하며 주체적인 힘들을 더 길러나가고 싶습니다. 학림에서 몇 주 지내며 공부도 너무 재밌지만 형들과 함께 지내며 좋은 기운 많이 받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학림에서 행복하게 지내도록 하겠습니다. _준성
저 는 우리나라의 고전을 번역하는 곳에서 일하는 은미에요. 대학교를 졸업한 뒤 전공과 이어진 일을 즐겁고 보람 있게 하고 있지만, 삼일학림에 입학하는 날을 늘 기다렸어요. 작년 초, 이미 삼일학림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 동생과 만나 이야기 하다가, 서로의 경제적 상황에 대해 나누게 되었어요. 저는 국가에서 받는 연구비로 큰 걱정 없이 공부를 하고 있었기에 동생은 저의 상황을 부러워했지만, 대화의 마지막에 “저는 그런 연구소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라고 한 동생의 말이, 국가에 소속된 채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에 우쭐했던 저의 마음을 부끄럽게 했어요. 그 후로, 주어진 일을 하는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라 나의 삶, 함께하는 이들의 삶과 연결되는 연구를 주체적으로 하고 싶다는 꿈을 꾸었어요. 작년 여름, 홍천에서 ‘하늘땅살이’를 하면서, 농사짓는 것 뿐 아니라 자연의 모든 생명에 귀 기울이는 시간 보내며 머리로만 하는 공부는 살아있는 공부가 될 수 없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몸으로 하는 공부, 자연을 느끼는 삶, 내가 관계 맺고 있는 모든 것과의 관계 회복이 먼저 필요하구나 생각했어요. 올해 초, 마음으로만 품고 있던 꿈을 추동시켜준 대화 덕분에 학림에 입학하겠다고 결심했어요. 나를 알고 남을 이해하는 공부, 배움과 삶이 일치하는 공부, 몸과 마음을 닦는 공부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_은미
안 녕하세요! 이번에 새롭게 학림에 입학하게 된 재규라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 군포 대야미에 살다가 올해 3월부터 홍천에 살고 있어요. 어느새 마흔 중반 나이에 새롭게 무엇을 알아가는 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시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전 직장에서 거의 4년 동안 원단에 열전사를 통해 염색하는 일을 했습니다. 꼬박꼬박 출근하면서 회사라는 조직이 주는 힘을 느끼는 시기이기도 했고,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사는 게 좀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직장이 주는 안정감이 있었지만 그것으로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좀 더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과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고민이 맞물려 귀농귀촌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마을사람들의 배려와 전망 등을 통해서 시골살이에 대한 꿈도 더 그려볼 수 있었어요. 새로운 삶을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생각하는 과정에서 먼저 삼일학림에서 배우고 있는 선배들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앞으로 살게 될 홍천에서 먼저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배우며 잘 살고 싶다는 생각에 학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_재규
안 녕하세요. 올해 초 겨울학기에 삼일학림에 입학한 영길입니다. 제 나이는 47세(72년생)입니다. ‘극단 신명나게’라는 곳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연극에서 어떤 역할을 하냐고 물으면 작가, 연출, 기획, 제작진(스태프) 등 쉽게 말하면 배우 빼고 모든 일을 다 한다고 말해드립니다. 지금은 그동안 해오던 일들을 좀 줄이고 홍천에서 아내와 새 생명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학림 첫 수업으로 살림예술을 들었습니다. 직접 짚으로 새끼를 꼬고 왕골로 빗자루를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말만 하고, 머리만 쓰고, 컴퓨터 작업만 하다가 몸을 쓰니 조금 낯설고 힘들었지만 좋은 기운 넘치는 친구들과 함께하니 시간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곱게 어울리니 내 몸에서 없던 예술이 저절로 된다는 것을 몸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학림은 좋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깊이 있는 공부, 몸과 마음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공부, 머릿속 관념으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일상의 구체적인 삶으로 연결되는 공부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으로 가르치는 좋은 선생님들과 각자의 결에 맞는 꿈꾸며 열심히 몸과 마음 수련해가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그동안 알게 모르게 젖어있던 낡은 습관, 가벼운 체념들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고민하며 질문하고, 질문하며 깨닫고, 깨달은 바를 일상으로 살아내는 창진성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_영길
2018 년 삼일학림에 입학한 상국입니다. 1971년에 태어났으니 올해 마흔여덟 살이 되었습니다. 작년 7월 말에 홍천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서울에서 자라고 공부하고 직장생활을 해왔던 전형적인 도시인이었습니다. 50여 년 가까이 도시생활 했던 흔적은 제 몸에 깊숙하게 남아 있겠지요. 항상 사회가 나에게 요구하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정말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 삶을 생기 있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도시에서의 생활이 근원적인 삶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는 번지르르한 껍데기였다는 자각을 했습니다. 큰 아이가 초등대안학교에 입학하면서 시작되었던 삶의 변곡이 이제 나 자신에 대한 근원적인 돌아봄과 실천을 요구하는 자리로 이끌었습니다. 그 마음 되새기며 새로운 배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기이하게 다가온 것은 삼일학림에서의 배움은 매일의 삶에 대한 수련으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밥상에서 함께 기도하고 밥 나누고, 관심과 애정으로 서로 비추어주면서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고 흘려보내던 일상의 작은 것을 집중하게 하는 배움이 있었습니다. 삶의 근기를 잘 기를 수 있는 배움입니다. 삶의 의미는 든든한 일상의 깊은 뿌리에서 힘 얻어 새롭게 태어나는 꽃망울이라 믿습니다. 배우기에 너무 늙어버린 나이는 없다고 믿습니다. _상국
저 는 5살 아이와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소진이에요. 홍천장애인복지관에서 언어치료사로 일하고 있고 서석에서 살게 된 지는 이제 1년 되었어요. 이곳에 지내면서 학림 학생들, 선생님들을 자주 만나며 재미나게 가르치고 공부하는 이야기를 듣곤 했지요. 하늘땅살이 하며, 마음을 닦으면서, 또 몸을 수련하면서 어떤 변화들이 있는지 들려주었어요. 배우고 익힌 것들을 부지런히 나누고, 삶의 변화를 일구어가는 모습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함께 배우고 가르치면서 재미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림에 입학했습니다. 저는 좋아하는 것,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함께 어울리기보다 혼자 몰두하며 즐거워하는 편이에요. 제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먼저 물어봐주지 않으면 잘 이야기하지 않고요. 하지만 학림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즐거움을 저에게 전해준 학생들을 보면서 저도 제가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삶을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잘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일터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대부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인데요. 아이들과도 말로 하긴 어렵지만 몸짓이나 눈빛, 기운으로 소통하는 즐거움을 전하고 싶어요. 또 가까이 지내는 이웃들과 가족들에게도 제가 느끼는 기쁨, 즐거움을 잘 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입학해서 열심히 배우고 익히며 함께 사는 기쁨을 가까이 지내는 이들에게 전하는 힘을 길러가겠습니다. _소진
올 해부터 삼일학림에서 공부하게 된 열일곱 살 예봄입니다. 함께 살면서 서로 일으켜 세우고 서로 의지하는 삶, 한계와 두려움 앞에서 담대하고 행복하게 자기 과제를 풀어가는 삶, 하늘땅 생명들 흐름을 존중하며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삶을 학림에서 배우고 싶었습니다. 생동중학교에서 3년을 살면서 제 실망스러운 모습 보고도 믿고 기다려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을 만났고 저도 함께하는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학림에서 더 소중하고 촘촘한 우정 만들어가며 살고 싶었습니다. 터전에서 새로운 생활해가며 하루하루를 스스로의 몫으로 살아가는 데 적응하고 있습니다. 여러 수업들을 신청해서 긴 시간 들으니 집중의 끈을 놓칠 때도 있지만 재미있고 좋습니다. 단 두 명이서 한 방을 쓰며 지내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하고 긴장되었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친해지고 깊어질 수 있는 기회이기에 소중하게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앞으로 배워가고 해나갈 무수한 것들에 많은 기대와 설렘을 느끼고 있습니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생활이 반복되는 일상처럼 느껴져 무력한 기분 들 수 있겠다 생각합니다. 처음 먹었던 마음, 설렘들 기억하고 기운 전환을 잘 하면서 씩씩하게 지내겠습니다. 제 오랜 과제인 쌓아온 긴장과 위축의 끈을 풀고 서로에게 덕이 되는 관계 만드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_예봄
청 소년, 청년, 부모, 교사가 함께 공부하고 가르치는 학교 삼일학림에서 지난 겨울학기부터 공부하고 있습니다. 홍천마을 밥상에서 5년째 밥 지으며 또한 두 아이를 삼일학림에 보낸 부모로서 가깝게 곁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며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간절해졌습니다. 언젠가는 나도 학생이 되는 꿈을 꾸며 지냈는데 그 꿈이 어느새 현실이 되어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십대 학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부를 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학림에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공부, 몸과 마음을 알아가는 공부하고 배운 것을 꾸준히 이어가며 살고 싶습니다. 공부하는 삶은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붕 떠 있을 때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고 등대처럼 갈 곳을 비춰줍니다. 일만 하면 소가 되고 공부만 하면 도깨비가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노동과 공부의 균형을 맞추고 몸과 마음도 조화로운 삶으로 행복한 50대 준비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배우고 그려가는 그림에 함께 꿈꾸는 든든한 부모, 친구로 살고 싶습니다. _수림
안 녕하세요? 가장 혹독한 추위의 1월에 와서 불 때기를 열심히 배운 채송입니다. 이름 뜻을 제가 마음대로 해석해봤어요. 캘 ‘채’에 소나무 ‘송’인데 소나무가 귀한 것이고, 귀한 걸 캔다는 건 ‘소중한 걸 얻는다’가 아닐까요? 제가 어떤 학교에 다녔는지 언제부터 대안교육을 접하게 됐는지 쭉 적어볼게요. 엄마가 대안교육에 관심이 많으셔서 어떤 대안학교를 보러 갔는데 아빠 직장이랑 너무 멀어서 안 가게 됐어요. 그렇게 일반중학교에 진학하고, 3학년 때 토요일만 여행을 중점으로 다니는 학교에 한 달간 다녔어요. 그러던 중 어떤 고등학교를 갈 지 슬슬 결정해야 할 때가 왔어요. 곧바로 고등학교에 가지 않고 1년 간 쉬면서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고등학교 1학년으로 가는 1년제 대안학교에 다니게 됐어요. 전교생 3명에 선생님 2명인 학교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전 대안학교에 더 다니고 싶어졌어요. 여러 곳을 방문했지만 딱 이거다 하는 학교가 없어서 결정을 못하다가 삼일학림을 알게 돼서 오게 됐습니다. 지금 학림 두 달 차인데 즐거운 일들 중 하나가 생활관에서 친구랑 같이 사는거에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지만, 여기 다니는 동안 남과 비교하지 않고 1년 전의 저보다 더 생각 깊고, 더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_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