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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여린 생명, 마음 다해 만나가고파
새로이 하늘땅살이 시작하는 마음

고등·대학 통합과정 삼일학림 학생들이 올해 하늘땅살이를 새로이 시작할 때 쓴 글들을 모았습니다. 밝은누리움터에서 해마다 해오던 하늘땅살이지만, 생명을 키우는 자기 마음을 돌아보며 더 잘 만나가고 싶은 다짐으로 하늘땅살이를 힘차게 시작했습니다. 부지런히 풀 매고 밭을 돌보는 뿌듯함, 스스로 키운 것으로 밥상 차리는 즐거움, 다음 농사를 위한 씨앗을 받는 기쁨…, 여러 마음들이 녹아져 밭생명과 사람이 서로 살리는 삶을 이루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생동중학교에서 하늘땅살이는 밭에서 일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마음내고 집중하는 삶, 일상이라는 것을 조금씩 느꼈다. 삼일학림에서 공부해가면서 땅과 작물들에게 책임을 다하고 하늘땅살이를 몸으로, 마음으로 더 잘 알고 싶다. 계획했던 것보다 씨앗을 더 다양하게 받았고 더 많은 밭을 만나게 되었다. 새롭게 마음먹고 정성 다할 작물들이 기대된다. 3월 발목이 아파 한동안 할 수 있고 하고 싶던 것들을 줄이고 미루게 되었다. 내가 너무 발을 걱정하며 아무것도 안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큰 미련 갖지 말고 발목 나았을 때 책임 없는 주인이 되지 말자고 생각했다. 발목이 나은 후 굶주렸던 것처럼 일을 열심히 했다. 실수도 하고, 착오도 겪으며, 그럼에도 재미있게 다양한 작물들을 심었다. 밭에 걸어 올라가고, 들풀 뽑고, 흙과 씨앗 만지는 것이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줄 몰랐다. 이제 싹트기를 기다린다. 자기 나름대로 힘껏 자랄 모습이 기대가 된다. 학림 생활 첫 번째 밥상모심으로 냉이된장국을 했다. ‘객관적으로’ 맛있었다. 기뻤다. 예전에는 하늘땅살이로 얻은 수확물(특히 콩)을 어찌해야 할지 막막함을 많이 느꼈다. 학림에서 밥상모심을 하며 잘 먹는 법을 배워갈 것이 고맙게 느껴진다._예봄

한해 하늘땅살이 시작하는 마음가짐을 다잡게 되었던 사건이 있었다. 첫 수업이었던 소금물 만들기 시간이었다. 소금에는 이물질이 많아서 바로 물에 녹이지 않고, 이물질이 걸러지도록 천에 소금을 담아서 물에 녹인다. 나는 여기서 이물질 거르는 천을 잡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천에 소금을 올린 순간 천이 흘러내려가더니 소금이 다 쏟아졌다. 내가 천을 잘 잡지 못한 탓이었다. 형, 누나들이 괜찮다고 했고, 선생님도 괜찮다고 하셨지만, 나는 수업시간 내내 찜찜했다. 삼일학림에 오니 나는 막내였다. 실수도 많이 하고, 생각도 짧고, 손도 느렸다. 올해 하늘땅살이 하면서 더 깊게 생각하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겠다 다짐했다._준성

사실 저는 농사에 관심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엄마가 텃밭을 하셔서 초등학교 때부터 따라다녔는데, 아주 가끔 일을 거들뿐 대부분 혼자 산책을 했습니다. 그런데 삼일학림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했을 때 고민에 빠졌습니다. 난 농사가 정말 싫은데…. 이런 제게 엄마가, 밭이 아주 작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학림 학생이 되었고, 하늘땅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밭에 애정이 생긴 건, 처음으로 밭에 감자를 심고 난 뒤였습니다. 고랑을 만들고, 김을 매고, 씨앗을 넣는 게 은근 재미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심은 토마토와 오이는 한결 능숙하게 심을 수 있었습니다. 감자밭 김매기도 얼른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생각을 비운 채 몸을 움직이는 게 마치 운동하는 것 같아요. 깔끔해진 밭을 보면 마음도, 몸도 개운해집니다. 왠지 시간이 지나면 하늘땅살이를 더 좋아할 것 같은 마음이 드네요._채송

밭일을 해보고 싶고 또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하늘땅살이를 하게 되었는데요. 밭일을 하게 되면 그때 뿐만이라도 마음이 차분해지며 딴 생각을 많이 안하게 됩니다. 원래 제가 산만한 편이긴 하지만 밭일을 하면서 차분한 성격에 한 발짝이라도 더 가까워졌으면 합니다._태욱

순례 중에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순례 다녀오면 감자, 고추, 가지 중 하나는 싹이 나있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다. 순례에 다녀온 다음 날 아침에 기대하며 밭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단 한 군데에도 싹이 안 나있었다. 아쉬웠다. 그냥 돌아가려는데 발이 안 떨어졌다. ‘싹이 안 나면 어떡하지’, ‘꼭 나야 되는데’, ‘내가 뭘 더 해줬어야 했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 앉아서 김매기를 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싹이 나길 기도했다. 지금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그건 ‘욕심’이었단 생각이 든다. 내가 밭에 심은 그 생명이 꼭 어떻게 되어야 한다, 지금 이런 상태여야 한다 생각하며 무언가를 계속해서 바라고 있었다. 그건 밭작물들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씨앗들도 다 자기 때가 있고, 저마다 좋은 때에 땅을 뚫고 올라올 것이다. 혹은 땅이나 이런저런 여건이 자기와 맞지 않아서 싹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아쉬워하고, 내가 원하는 모습만이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생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늘땅살이 하는 것은, 밭에서 나는 작물들로 자기 먹을 먹거리를 직접 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자연이 거저 주는 것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질 줄 알고, 자신이 기른 것을 욕심내지 않고 서로 나눠먹는 의미도 있다. 그런데 내가 심었으면 당연히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늘땅살이 한다면 그건 교만한 생각이다. 물론 수확한 것으로 먹고 살았던 옛날에는 흉년이거나 수확량이 없으면 생계에 지장이 있기에 힘들어할 수도 있었다. 내 경우에는 항상 생명에 대해 어떤 모습이 옳다 생각하기보다, 생명의 때에 맞게, 생명 각각의 모습에 맞게 대하고, 자연이 주는 만큼 감사히 받고 열심히 작물들과 만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_규민

먹고 싶은 게 많습니다. 특히 매운 요리가 많이 먹고 싶습니다. 저는 그래서 파와 고추를 작년과 올해 심었습니다. 작년에 심은 고추와 파는 싹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흉년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하늘땅살이를 대하는 제 마음의 문제였는지 싹이 나주질 않았고 그래서 직접 키운 파와 고추를 먹어보질 못했습니다. 올해는 직접 키운 파와 고추를 먹고 싶다는 욕망이 큽니다. 얼마 전 밭에 가보니 파 싹이 많이 나와 있었고 고추는 아직 기다려야 하는 것 같지만 하여튼 시작이 좋습니다. 이게 요즘 하늘땅살이를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입니다. 매운 게 너무 먹고 싶습니다. 그리고 심은 작물이 싹트는 걸 보면 꽤 많이 행복해하는 저를 볼 수 있습니다. 싹을 심은 뒤 ‘언제 나지?’ 하며 혹여 싹이 안 날까봐 불안해하곤 하는데, 싹이 나면 그 불안감이 싹 사라지고 싹 나준 것에 고마워하며 혼자 기뻐서 피식 웃곤 합니다. 잘 키워서 학교 밥상에서 맛있게 먹고 싶습니다._명현

밭의 모양새와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그 밭주인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삼일학림에 와서 밭을 책임지고 기르면서 정말 그렇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모두가 저마다 성격대로 김을 매고, 저마다 개성대로 밭을 다듬고 지주대를 꽂고 씨앗을 심는다. 꼼꼼한 성격처럼 풀 한 포기 남지 않게 김을 매는 사람, 몽땅 풀을 뽑기보다는 훑듯이 여러 번 김매는 사람, 그리고 방치 수준으로 풀을 작물과 함께 기르는 사람처럼 자기 모습이 가장 잘 보이는 건 김매기를 통해서였다. 학림에 와서 김매기는 정말 열심히 했다. 하지만 하늘땅살이는 풀을 잘 매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씨앗은 이미 넣어 싹이 났으니 이제 김매기 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나는 여름에 사과참외 수확 철을 놓쳐 한 입 먹기는커녕 도로 밭으로 돌려보내기도 했고, 또 상추씨앗이 마를 날만 기다리다 내리는 비에 그만 씨앗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그때는 좀 힘들기도 했지만 그걸 계기로 밭작물들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생명임을 깨달았다. 더불어 어느 하나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거둬서 먹고 씨앗을 받는 것까지, 그렇게 끝까지 정성을 다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그리고 온 몸으로 깨닫고 다짐했다._새하

올해는 내가 심은 작물들의 씨앗을 잘 거두고 싶다. 작년에 두 가지 씨앗을 거두었다. 얼룩강낭콩과 반달콩이다. 이번 봄에 두 번째로 들어간 씨앗이 바로 얼룩강낭콩이다. 작년에 받은 씨앗을 올해 다시 심었을 때 이전에 씨앗을 심을 때와는 다른 기분이었다. 뭔가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표현하기는 어려워도 되게 좋았다. 이 때 받은 느낌이 올 해 하늘땅살이를 할 때 나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작년에는 매주 집에 가야 했기에 하늘땅살이는 물론 다른 일들에도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올해는 작년과는 다르게 학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하늘땅살이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에는, 올해 내가 받은 씨앗이 더욱 많아져, 그런 느낌을 더 다양하게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늘땅살이는 물론 나의 능력만으로는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연의 힘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기에 꾸준히, 마음 담아 하늘땅살이에 임해야겠다._재범

하늘땅살이 하면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은 무수히 많지만 그 중에서도 김매기의 역할은 크다. 밭을 관리하다 보면 풀은 끊임없이 올라온다. 그 덕에 정작 자라야 할 작물들은 비실비실 해지기 일쑤다. 작년에 메주콩을 길렀다. 콩을 심은 후 김매기를 더디게 했고 결국 여름학기가 되자 풀밭이 되었다. 콩들이 풀 속에서 햇빛을 받으려고 키만 크게 되었고 허약해졌다. 그래서 장마에 버티지 못하고 픽픽 쓰러졌다. 나의 게으름 때문에 콩들이 제대로 못 자란 상황이 생긴 것이다. 또 한꺼번에 많은 양의 풀을 매는 일도 보통이 아니었다. 매년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부분이지만 한 번도 만족스럽게 마무리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콩뿐만 아니라 다른 작물들도 힘들지 않게끔 살피고, 할 수 있을 때 적더라도 꾸준히 하는 걸로 생각했다.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에 스스로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한다._하님

어느덧 8년째 하늘땅살이. 하늘·땅과 어울려 기적 같은 생명 움트게 하는 일, 날마다 커가는 생명의 변화에 나도 따라 새로워지는 경험을 자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생명의 변화에 둔감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는 싹 하나, 생명 결실 하나하나에서 말하지 못할 큰 감동을 느꼈지만,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덧 생명의 변화에 조금씩 둔감해지며 그에 따라 그 감동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작년에 내가 쓴 글에 이런 말이 있다. “생명감수성. 가까이서 함께하는 작은 생명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격’하는 것, 그것이 하늘·땅을 살리는 삶이다.” ‘생명감수성’ 없는 하늘땅살이는 생명을 생명이 아닌 ’자원‘ 혹은 ’생산물‘로 여기는 저들의 농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과 다르다고 안심하는 순간, 나는 내가 생각하는 하늘땅살이의 가치에서 한걸음 뒤로 후퇴하는 것이다. 생명 만나는 일에 더욱 힘써야겠다. 8년 전, 초등학교 4학년의 나로 돌아가야지. 작은 변화를 세심히 알아차리며 감동하고, 또, 그런 너(해, 물, 바람, 흙, 벌레)와 내가 일구고 있는 ‘하늘땅살이’에 감격하며 살아가야겠다. 작고 여린 생명에 귀 기울이고 싶다. 지금 내가 터해 있는 이곳의 수많은 생명들…. 나 혼자 살아가는 삶이 아닌 만큼 더 마음 다해 만나가야겠다._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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