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집도 짓고, 관계도 짓고
홍천마을 생태건축 역량, 사회적협동조합 ‘ 흙손’ 으로 새로운 모험


‘흙손’이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흙손은 2010년, 홍천마을에 터를 잡고, 허름한 농가주택을 수리하면서 처음 태어났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밝은누리움터의 여러 공간을 지어왔습니다. 그동안은 후원을 받으며 활동했는데, 이제는 독립하여 사업을 시작합니다.

어느 정도 집짓기를 해봤음에도 ‘사업으로 할 수 있을까?’를 떠올리면 마음 한 구석에 두려움과 우려가 생깁니다. 하지만 그런 불안은 익숙한 삶에 안주하고 싶어서 생긴 게 아닐까 싶어요. 더 활발하고 안정적인 활동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뛰어올라야 할 때임을 느끼고, 힘차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독립한다고 해도, 집짓는 기본 원칙은 그대로입니다. 일정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하자와 낭비 없이 지어야 한다는 것, 변함없습니다. 내가 살 집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지낼 집을 짓는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독립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지 더욱 엄격한 역량과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든든한 마을 관계망에 토대한 사업


일반적으로 집짓는 사람들은 ‘집짓기 요청이 얼마나 들어오느냐’가 사업의 관건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흙집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원하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무척 드뭅니다. 전국으로 집 지으러 다닙니다. 흙손은 마을을 토대로 활동합니다. 집짓기에 관해서만 만나는 게 아니라 평소에도 일상을 공유하며 교류하고 있습니다. 마을이라는 든든한 관계망이 있기 때문에 집짓기 사업을 모색할 수 있었습니다. 차차 마을에서 집짓고 살아가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잘 해낼 수 있느냐가 문제지, 일감이 염려되진 않습니다. 장기적인 사업 전망은 밝고 밝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역량을 더욱 다듬어서, 서로의 필요를 채우며 만족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 형태를 법인 방식으로 선택했습니다. 집짓기에 들어가는 금액 단위가 크고, 장기적인 운영을 고려했을 때, 개인보다는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4월에 여는마당(창립총회)을 했고, 설립인가를 받았습니다. 조만간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곧 조합원도 모집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건 흙손 누리집에 올라옵니다 cafe.daum.net/soil-hand)


여는마당을 할 때, 새롭게 참여할 일꾼들도 모였습니다. 기존에는 2명(자욱, 재원)이었는데, 4명의 새내기들(병도, 시형, 안섭, 요한)이 와서 여섯 식구가 됐습니다. 올해는 두 현장에 함께 했습니다.

먼저는 내촌면 서곡리 ‘나비가’. 사업 준비하며 흙건축 선생님들께 문의 드렸는데, 그 중 한 분이 30분도 안 걸리는 곳에서 흙집을 지으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함께 가서 일하며 배울 수 있어서, 5월부터 7월까지 함께 했습니다. 집짓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기본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고, 소통/정리/재정 등 흙손에 적용할 방식들을 함께 생각해보는 좋은 배움이 되었습니다.

당장의 성과보다 사람을 키워가는 방식으로


8월부터 12월까지는 밝은누리움터 생활관 건축을 했습니다. 방이 4개이고, 각 방마다 세면장이 있는 구조입니다. 작은 각재(4x14cm)를 세우고, 쫄대를 붙이고, 내외부는 10cm 정도 흙을 발라줍니다. 가운데는 왕겨숯으로 단열합니다. 실제 구성은 경량목구조 방식인데, 밖에서 보기에는 한옥 방식입니다. ‘생활관’ 현장의 주요 초점은 흙손이 어느 정도 역량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가늠해보고, 새내기들을 양육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현장이지만 초기와 후기는 진행 방식과 대화의 수준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보이는 게 훨씬 많아졌고, 던지는 질문들이 깊어졌습니다. 새로운 제안들을 하며 더 좋은 것을 계속 찾아가고 있습니다.

가르치며 일하는 것은, 혼자 하는 것보다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당장은 원하는 만큼 성과가 안 나오기도 하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작업을 이해하고, 익숙해지면 훨씬 빨리 진행됩니다. 여러 명이 배우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이런 과정을 경험하면서 처음엔 앞에서 이끌어 가는 데 중점을 뒀는데, 나중에는 뒤에서 밀어주는 방식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작업하는 걸 지켜보며 섬세한 요령들을 알려주니, 실수도 줄어들며 완성도도 높아지고, 배우는 것도 많아졌습니다.


중반 이후에는 함께 일하는 동안 파악된 관심과 특성을 바탕으로, 새내기에게 작업 준비를 제안했습니다. 새내기가 업체에 전화하여 견적 내고, 자재 받고, 일 진행과 재정 결산, 작업 평가를 담당했습니다. 직접 해보면서 작업에 대한 자세가 훨씬 적극적이 되었습니다. 새내기를 주체로 세우면서, 숙련자는 주체를 세우는 주체가 되었습니다. 지도력이 풍성해져서 기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더욱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목조, 지붕, 흙, 돌, 타일 등 다양한 공정들에 각각 주체-작업반장이 세워지는 것, 장기적으로 흙손이 지향하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되면 공정별로 손색없는 실력을 갖추게 되고, 현장이 더 원활하게 움직이게 될 겁니다. 이번 겨울에는 현장에서 진행했던 것들을 꼼꼼하게 되돌아보며, 역량을 기를 계획입니다.

몸 힘들어도 마음 맞으면 기운 솟아


집짓기를 여럿이 함께하니 서로 기질과 취향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감사할 수도 있고,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서로 이해하면서 소통을 잘 하면, 다른 점 때문에 상호 보완됩니다. 반면 소통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기고, 일과 감정이 뒤엉켜 꼬이게 됩니다. 몸이 피곤한 것보다 마음이 불편한 게 훨씬 고통스럽습니다. 몸이 힘들어도, 마음이 맞으면 기운이 솟아납니다.

집짓기는 집만 짓는 게 아니었습니다. 신뢰하는 관계도 지어가고, 성숙을 이루며 자기 자신도 지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어나갈 게 참 많습니다. 관심과 응원 덕분에 지금까지 잘 걸어올 수 있었고, 이후로도 하나하나 잘 헤쳐나가며 아름다운 삶과 노동을 일구어가겠습니다.

장재원 | 올해 ‘흙손’과 새생명 한얼이를 직접 맞이한 산파 아빠. 흙손과 한얼이가 나날이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며, 더불어 자라가고 있습니다.


몸 써서 일하며 삶 배워가는 ‘ 흙손’ 들

구자욱 | 기초부터 마감까지 수직과 수평을 맞추면 하나의 집이 된다는 사실을 경험하며 기초와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번 집지을 때마다 경험합니다. 이 소중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 일하니 더없이 행복합니다. ‘함께 짓는 집’의 기쁨을 서로 느끼는 기쁜 나날이 되어가길 꿈꿔봅니다.

조시형 | 그동안 하늘땅살이에 전념하다가 집을 지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흙손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건축을 남의 일처럼 바라만보다가 일상으로 가져오니 재미도 있고, 현장의 고됨도 알고, 일꾼들과 한몸을 이루어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배움에 적극적이고, 몸과 마음이 든든한 일꾼으로 잘 여물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임안섭 | 올 초 강원 홍천으로 귀촌하여 흙손 일꾼이 되었습니다. 기술을 익히며 몸 쓰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집 짓는 일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기초부터 하나하나 배우며 집을 세우는 즐거움 누리고 있습니다. 일하고 돌아오면 지치기도 하지만, 하루하루 쌓이는 노동이 저를 일깨웁니다. 집 짓는 사람이나 그 집에 사는 사람이나 더불어 사는 삶을 토대로 한 생태건축을 세워가고 싶습니다.

김요한 | 노동이 기도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몸소 경험하는 하루하루 보내고 있습니다. 건축이라는 구체적 장 속에 대안적 관계양식을 갖고 모험하는 이들이 있어 고마운 마음 한껏 느끼며 함께 서로 주체되어 집짓고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몸으로 만나면서 깊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입니다. 아침마다 갖는 기도시간을 통해서 우리에게 있는 기쁨과 평화를 발견하고, 전하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집 지으며 주거와 관련된 눈들이 열려가고 있습니다. 보이는 것만큼 책임있게 저의 몫 감당해가고 싶습니다.

이병도 | 그동안 머리 쓰는 일만 하며 살아왔기에 홍천으로 귀촌하면서 몸 쓰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흙손에서 여럿이 함께 일하며 어우러지는 관계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고, 생활기술의 결정체인 집짓기를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일 해보니 머리에서 몸을 쓰는 일로 전환하는 과정이 쉽지 않음도 알게 되었지만(또 머리도 꽤 많이 써야합니다), 그 속에서 재미와 성장이 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와 너 그리고 생명을 살리는 첫 걸음을 딛게 되어 감사합니다.

장재원 | 소통하며 생각과 마음 조율하기, 계획/생각과 실행/몸 일치시키기, 다음 다다음 과정 내다보기, 흔적 잘 정리하기, 편향된 몸 풀어주기 등 흙손하며 배우는 게 많습니다. 가끔 미숙한 제 모습을 보며 괴롭기도 합니다. 현실을 인정하고, 한계를 넘어서면 더 성숙해진다는 마음가짐을 꼭 붙잡습니다. 여전히 잘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더 잘 살도록 함께 애쓰는 흙손 벗들이 있어 힘이 납니다.


뉴스편지 구독하기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방문자수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밝은누리>신문은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이야기, 농도 상생 마을공동체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