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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보존에서, 진리 향한 모험으로
화이트헤드와 21세기


지난 10월 5일 밝은누리 한마당 잔치 중 ‘화이트헤드와 21세기 종교’(김희헌 교수)라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화이트헤드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의 한 사람으로,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서 유기적 의존 관계 속에서 완전을 향하여 가는 과정적 상태에 있다는 ‘유기체 철학’을 주장했습니다.

화이트헤드는 근대사상을 비판하면서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상을 세우고자 하였습니다. 그는 근대사상의 흐름이 지식을 파편화시키고 틀에 박힌 정신을 만들어내어 이성의 지도력과 균형감을 상실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흐름의 결과로 세계는 전체적 비전과 종교적 신념 상실, 물질적 힘 악용, 저급한 형태의 인간성 탐닉, 미적 창조성 억압 등의 문제들을 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종교적 세계관과 과학적 세계관이 통합되어 잃어버린 전체적 비전을 회복해야 한다고 보았는데, 이는 종교적·비과학적인 것들을 멀리하고 무시했던 근대 문화의 흐름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입니다.

전지전능이라는 근대의 신 개념은 이미 그 속에 반지성주의의 불씨가 있었다고 합니다. 전지전능한 신을 강조할수록 그 신이 만든 세계는 신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완벽하게 돌아가는 세계여야 합니다. 이 논리가 발전하면 기계론적 세계관이 됩니다. 전지전능이라는 개념이 원인이 되어 신과 세계가 분리되는 이신론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러한 모순은 철학 영역에서 ‘실체’ 개념에 뿌리가 있었습니다. 실체란 존재하기 위해 자기 자신 이외에 어떠한 것도 필요 없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처음에 데카르트는 ‘존재하기 위해서 오직 신의 협력만 필요하다’라는 전제를 포함시켰지만, 점차 정신과 물질, 신과 세계를 분리하는 이원론으로 발전합니다. 이러한 세계관에 바탕을 둔 과학은 측정 불가능한 정신적인 것을 주목하지 않습니다. 결국 물질이 강조되는 유물론적 사고가 근대 이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화이트헤드는 사물의 존재방식 이해를 바꿈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그는 ‘모든 존재는 본성상 사회적이며, 존재하기 위해 사회를 필요로 한다’는 사건적·관계적 실체 이해로 전환합니다. 이러한 존재 방식은 신도 해당됩니다. 신은 초월적 존재만이 아니라 세계와 깊은 관계를 가지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는 이러한 세계관의 전환을 바탕으로 종교적 세계관과 과학적 세계관을 통합하여 생태적·상생적·공동체적 문명을 추구하였습니다.

화이트헤드는 공공종교에서 합리적 종교로 변화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공공종교는 사회구조를 보존하고 신의 의지를 살피는 데 반해, 합리적 종교는 새로운 미덕을 향한 추구, 신의 선함을 닮으려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자기 보존의 종교에서 아름다운/조화로운 진리를 향한 모험/닮음의 종교로 바뀌어야 한다는 화이트헤드의 주장이 깊이 다가왔습니다. 종교의 교세 보존을 넘어서 화이트헤드가 문명의 궁극적 요소라고 생각하는 평화를 위한 새로운 걸음이 시작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준비하신 내용에 비해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의를 들으면서 화이트헤드의 세계관에 더욱 매력을 느꼈습니다. 동시에 이런 의문도 들었습니다. 세계 이해 방식이 변하는 것은 쉽지 않고, 무의식적인 행동이 되기까지 변한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데,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강의만 듣는다고 세계관이 쉽게 변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화이트헤드가 제시하는 ‘모험’이 떠올랐습니다. ‘나’라는 개체적·실체적 사고를 넘어서 내가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모험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모험을 함께 추구하고 서로 격려해줄 수 있는 사람들까지 있다면 더욱 즐겁게 모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각자의 모험들을 공유하며 즐기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세계관이 몸과 마음에 물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박광은 | 머리로만 알던 것을 몸으로 익히려 노력하며 살고 있고, 유아체육 강사 일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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