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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함께라면 모험이 가능하다
홍천 귀농귀촌학교…청년! 농(農)·촌(村)과 만나다!


모종을 옮겨 심은 적이 있었다. 모종은 햇볕이 강하지 않은 때, 물에 충분히 적신 상태에서 조심스레 떠서 원래 있던 흙과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으로 옮겨준다. 그럼에도 모종은 새로 바뀐 환경에서 몸살을 앓는다. 몸살을 앓은 모종은 이후에 더욱 건강하게 자란다.

‘청년, 홍천을 만나서 잇다’라는 이름으로 2박3일 귀농귀촌학교에 함께했다. 함께한 청년 26명 중에는 부모님이 홍천에 살고 계신 분, 이미 홍천으로 귀농한 분,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분까지 다양했다. 귀농귀촌의 기초부터 다양한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으며 질문과 응답을 나누기도 했고, 서에서 동까지 홍천을 두루 다니며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을 찾아가보기도 했다.

70년대 사람들은 푸른 꿈을 안고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었다. 스스로 욕망한다고 했지만 정책이 사람들 욕망을 바꿔놓은 것이기도 했다. 도시에 몰리게 되면서 도시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생겨났다. 몰려서 생겨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도심 주변 위성도시에 살게 되었고 그 흐름은 수도권을 넘어갔지만 그마저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귀농귀촌정책도 이런 흐름 안에서 이루어진 것일 수 있다. 과거와 같이 내몰리듯 도시로 가서 무언가를 하지 않기 위해서 청년은 농촌을 만나서 어떻게 이을 수 있을까?

청년이란 부모를 떠나 먹고 살 역량을 갖춰나가며 사회적 주체로 세워져가는 때이다. 그렇기에 귀농귀촌을 꿈꾸며 이번에 모인 우리는 당장 농촌에 와서 무슨 일을 하며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먹고 살 역량이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지만, 사회 주체로 새롭게 자기정체성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돈에 매여 자기를 상실한 삶이 이어진다면 장소만 도시에서 농촌으로 바뀐 것에 불과할 것이다. 과거의 습관과 세계관에서 벗어나 자기정체성을 세우는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밝은누리 최철호 선생님과 함께 ‘청년! 농(農)·촌(村)과 만나다!’라는 이름으로 공부하는 시간이 있었다. 선생님은 생명을 살리는 농과 더불어 촌(마을)을 중심으로 자기정체성을 세우라고 했다. 촌은 교육 의료 문화 복지를 재구성하는 마을이다. 마을을 중심으로 하지 않아 이런저런 어려움에 부딪혀 역귀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종이 혼자 자라지 않고 해, 물, 바람, 흙, 벌레와 함께 자라듯, 자기정체성도 어우러져 살아가는 마을과 더불어 자라난다.

여느 사람들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다. 다른 길이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회사 생활은 누구와 대체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이 별 볼일 없이 지냈다. 누가 비교하지 않았는데도 혼자 비교하며 내 정신은 쪼그라들어가고 있었다. 점점 생기를 잃어갔고 이후 전망을 할 수 없었다. 새로운 삶으로 전환을 준비한다고 했지만 말뿐이었고 내 삶에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준비된 상태로 변화를 하고 싶었던 마음에서 변화할 환경에 먼저 나를 두어서 나를 변화시키고 싶었다. 말로는 자기 삶을 자신이 주도한다고 말하고 듣고 있었지만 막상 새로운 변화를 눈앞에서 둔 상태에서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안전이라는 틀에 오래 갇혀있던 것이 아닐까, 새로움은 위험을 잉태하고 있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모험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3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오던 모종이 옮겨 심을 준비를 하고 있다. 어우러져 살아가는 해, 물, 바람, 흙, 벌레들을 새로이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몸살을 만날 것이다. 그러나 혼자 자라는 것이 아니기에 흙에 뿌리를 딛고 다시 일어설 힘을 내보려고 한다.

교육을 마치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빛 공해로 별 볼일 없는 도시와 다르게 밤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별들은 다른 별들과 더불어 서로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생명살림의 삶을 토대로 어떻게 생활양식을 재구성할 수 있을까. 나의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 고민 속에는 위험에 대한 두려움과 모험에 향한 기대가 동시에 서려있겠지. 농(農)이란 한자를 풀어 이야기하면 농(農)이란 별(辰)을 노래(曲)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농(農)의 삶을 산다는 것은, 누군가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는 것이겠지.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최혁락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나에게 주어진 길을 가고 싶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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