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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우리가 지킨다
19대 대선 선거참관인으로 참여한 20대 청년들

투표지 분류기에서 개표부정이 발생한다는 의혹이 있었다. 선거 참관인들은 ‘매의 눈’으로 감시활동을 펼쳤다.


선거철만 되면 20대 투표율 이야기를 한다. 통계상으론 전체 투표율과 비교할 때 20대 투표율은 10~15%가 낮다. 그러나 왜 20대 청년들이 투표에 적극적이지 않은지 진지하게 묻지 않는다. 어쩌면 부정적 현실을 20대 청년들 탓으로 돌리려는 게으르거나 비겁한 태도인지도 모른다. 혹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지도 모른다. 정치에 큰 기대를 갖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20대 투표율이 낮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대선은 남다른 선거였다. 지난 해 말부터 계속된 촛불시위, 최초의 대통령 탄핵과 구속, 최초의 보궐로 치러지는 대선이었다. 이번 대선에 대한 20대 청년들의 각오도 남달랐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20대는 92%로 어느 세대보다 적극적이었다. 이번 대선에 20대 청년들이 얼마나 참여했는지는 중앙선관위 백서가 나와야 알 수 있으나, 역대 최고 투표율을 보인 사전투표에서 20대가 가장 많이 참여했다.

투표과정이나 개표과정에서 조작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었다. 투표지 분류기가 온라인에 연결되어 해킹 가능성도 언급되었다. 사실 우리나라 선거에서는 자주 부정과 불법 의혹이 있어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각 정당과 후보는 선거과정을 감시·견제하는 투표·개표 참관인을 추천할 수 있다. 2016년부터는 참관인 공개모집도 시작했다. 시민단체들은 정당과 후보들과 협력하여 시민참관인을 모집해 감시와 견제활동을 펼쳤다. ‘공명선거시민네트워크’를 통해서는 1,800여 명, ‘시민의 눈’에서는 40,000여 명을 모집해서 투표·개표에 참여했다.

종로구 개표소는 경복고등학교 강당에서 설치되었다. 선관위 직원, 선거 사무원, 정당과 후보 추천의 개표참관인들이 모여 공정하고 정확한 개표과정이 되도록 협력/감시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한국 민주주의의 훼손과 복원 과정에 동참하고 싶었기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안용헌, 26살)


안용헌(26살), 김은미(23살), 한가형(26살) 세 청년은 서울 성북구, 강원 속초시, 서울 종로구에서 개표참관인으로 참여했다. 어떤 이유로 참여했는지 묻는 질문에 세 사람 모두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었다고 답했다. 덧붙여 선거과정 자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서 배우겠다는 마음도 컸다고 답했다. 현재의 선거제도는 해방과 함께 제도로서 주어졌다. 우리의 선거민주주의 역사가 길지 않다. 선거민주주의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들어가야 할 숙제가 우리들에게 주어져있는 것이다.

개표 참관은 투표가 끝난 저녁 8시 시작해 새벽까지 이어진다. 늦은 오후부터 모였으니 9시간 넘는 시간이다. 고단했겠지만 뜻깊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세 청년들에게 선거참관 경험이 어땠는지 질문했다.

“민주주의의 과정을 공정하게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리와 감시가 필요하고 이는 민주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이 자신의 투표권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가능한 것이겠죠. 참관을 하며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거나 눈앞에서 부정을 잡아내지 못했더라도 참관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선거 사무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는 건 아니었는지 반성하는 마음도 있어요. 사람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아닌 공정함에 대한 약속으로서 상호 예의를 지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용헌, 26살)


“저는 23살 휴학생입니다. 제겐 첫 대선 투표였고, 이번엔 특히나 탄핵으로 인해 대선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갔던 지역은 속초였는데, 대부분 40~50대 분들이 참관인으로 오신 터라 대학생인 저와 제 친구가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제 또래나 30대분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윗세대 분들도 열심히 하시고 많이 알려주시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젊은이들의 삶을 묻고 들어주시는 어른들을 여러 분 만났었습니다. 잠시였지만 이곳에서 세대 갈등보단 세대 화합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김은미, 23살)


“저는 서울교대 재학생이고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아 궁금한 마음으로 신청했습니다. 시민들이 참관을 했기 때문에 개표 사무원분들도 더 긴장감으로 일하셨고, 오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관하시는 분들 중에서 저녁 드시고 계속 앉아계신 분들도 있었어요. 이런 부분 보완할 방법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제도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거 이후에도 계속 정치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가형, 26살)


선거민주주의는 선거과정을 주관하는 정부기관, 정당과 후보와 같은 정치세력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이번 대선의 경우 선거 투표소 15000여 개소, 개표소는 251개소였다. 선거 사무원 42000여 명, 선거 참관인 40000여 명이고 다수의 경찰관과 소방관도 현장 지원했다. 선거제도를 운영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선거 자체가 민주주의 현장인 것이다. 여기에 청년들, 시민들의 참여는 핵심적이다. 다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선거참관을 한 이번 19대 대선은 뜻깊은 민주주의였다.

1600만여 명이 촛불시위로 모이지 않았다면 아마도 부패한 정치현실은 묻혔을지도 모른다. 우리들이 촛불을 밝혀 잘못된 길로 들어선 정부와 정치를 바로 잡은 것이다. 우리들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러운 사건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서 손에 꼽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민주주의 하면 프랑스대혁명을 떠올리곤 한다. 이제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책에 우리나라의 2016~2017년 촛불시위와 탄핵이 기록될 것이다. 또한 20대 청년들의 머리와 가슴에 민주주의의 원형으로 기억될 것이다.

정인곤 | 10년차 활동가로 지내면서 역사도 공부하고 마을공동체운동에도 함께하고 있다. 청년부채, 청년주거 등에 관심을 두고 활동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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