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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삶의 동선
일상에서 도움 주고받는 고마운 이들과 더불어 사는 삶

강원도 곳곳에서 희망의 교육학을 써가는 이들의 강의를 '청춘공부'에 참여한 학생의 후기로 만난다. 예비교사의 자기 고백이 담긴 후기를 통해 '수업'과 '교실'을 넘어 아이들의 온전한 성장을 도모하는 도전과 지혜를 함께 배워갔으면 한다. <편집자 주>



생명의 탄생은 어디서 이뤄지는가? 결혼, 임신, 출산이라는 과정은 한 생명을 마주하는 실제적인 만남을 가져온다. 이러한 생명과의 만남은 어디서 이뤄지는가? 한 생명이 태어나 아이가 되고 어른으로 성장해나가는 곳은 어디인가? 우리는 이러한 대답을 마을이라는 공간이라 답변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마을이란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에서 생활하며 마을이라는 의미나 범위를 잘 몰랐고 그렇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았다. 이렇듯 도시 생활을 하면서 마을이란 단어는 점점 퇴색되어졌고 의미를 점점 잃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최철호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며 마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되었다.

마을은 단순한 행정구역이 아니었다. 마을은 육아주체의 동선이었다. 갓난아기부터 자라면서 성인이 되기까지 마을 구성원이 같이 밥 먹고 생활하며 함께 교육하는 공간이었다. 즉 생명이 지나치는 모든 공간을 담고 있었다. 최철호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마을의 예로 밝은누리움터에 대해 설명하셨다. 밝은누리움터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어린 아이들을 같이 생활하면서 가르치고 그 아이들이 커서 마을초등학교, 생동중학교로 이어지며 자연과 더불어 가는 삶, 함께 살아가는 능력을 배운다. 학원과 학교를 오고가며 개별적인 교육, 학습 과잉으로 인한 사유의 빈곤을 가져오는 교육이 아닌, 같이 나아가는 삶을 배우는 것이었다. 또한 청년학생 교육도 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농사, 집짓기, 철학, 수학 등 다양한 과목을 배우며 교사가 학생이 되고 학생이 교사가 되는 구조였다. 즉 어떤 과목의 교사는 어떤 과목의 학생이 되는, 교사와 학생의 순환구조는 진정한 교육의 3주체가 어우러지는 것이었고, 이는 모두 마을 안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마을이란 공간이 세워지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들이 필요한데 그 중 첫 번째는 바로 농사이다. ‘농(農)’이란 생명 살림의 기초이며 우리가 먹는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것이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도 있듯이 같이 밥을 먹는 활동은 단순히 한 공간에서 같이 밥을 먹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그 자체가 교육이 되며 공동체가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철호 선생님께서도 마을 살리기 운동을 서울에서 하다가 강원도로 온 이유도 직접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더불어 가는 삶을 추구하셨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물론 서울 안에서도 자연과 같이 살아가는 삶을 할 수 있지만, 진정한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선 같이 키운 작물을 함께 먹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두 번째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같이 지내며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현재에는 많은 사람들이 조장된 불안과 조작된 욕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소비문화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교육적으로 만연하다. 예를 들어 자기 아이의 친구들이 모두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것을 보고 우리의 아이도 학원을 시켜야 하나하는 고민부터 좋은 대학이 공부를 하는 목표라고 생각하는 것까지, 우리는 남과 비교하고 남들보다 잘 살아야하며 지나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는 피지배층의 지배에 대한 내면화. 즉 기득권층이 아닌 평범한 서민들이 자신이 지배를 받고 있는지 모르고 오히려 스스로 지배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선생님께서는 이에 대한 답으로 ‘함께’라고 말씀하셨다. 모든 종교의 공통점은 하늘을 공경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것인 것처럼 우리가 함께 생활하며 함께 살아가는 삶을 추구한다면 이는 생명을 존중하고 경쟁에서 벗어나 남을 위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는 것이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하다고 하셨다.

나는 이 모든 강연을 듣고 여러 생각할거리가 생겼다. 먼저 나의 생활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다. 특히 나의 식습관은 자취생활하면서 완전히 무너졌음을 깨달았다. 어릴 때부터 유기농과일과 음식들로 몸에 좋은 것만 먹이신 부모님과 떨어지고 자취를 하게 되었을 때 스스로 해먹는 음식이 거의 없고 대부분 외부음식이나 인스턴트음식을 먹고 있었다. 먹거리의 중요성을 듣고 나니, 이런 습관은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 차차 바꾸자고 다짐하였다. 그 다음 나와 뜻이 맞는 사람을 찾아 같이 지내라는 말씀을 듣고 난 뒤 내 주위 사람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청바지와 밝은누리는 나와 함께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에게 도움을 주며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 내 주위사람들에게 더욱 감사하고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고 같이 더불어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성훈 | 춘천교대 1학년에 재학중이며, 서석온마을배움터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청춘공부를 통해 미래의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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