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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 담은 노래 흥얼흥얼
마을 돌잔치에선 정다운 노래 선물…기계 소리 없어도 흥겨운 노래 배움터


지난해 우리 마을에서 나고 자란 아기의 돌잔치를 앞두고 서석온마을배움터 어린이들에게 동생 노래선물을 해주자고 부탁했더니, 모두들 마음 다해 “네~” 하며 준비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마을사람들이 함께 마련한 돌잔치 때마다 익숙한 가락에 새로운 노랫말 붙이고 재미난 몸짓 넣어 노래선물을 준비했다. 이끌어가는 나는 연습시간으로 떼어 생각했지만, 어린이들은 연습시간, 놀이시간 나누지 않고 충분히 그 시간을 즐기며 준비했다. 마을에서 아가동생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고 자라 그런지 동생들 떠올리며 붙인 노랫말을 어색함 없이 착착 입에 붙어 부르고, 엉덩이 들썩들썩 몸짓 만드느라 하하호호 야단이다.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했던 돌잔치 노래선물은 돌쟁이 동생들에게도, 함께 축하해준 이들에게도, 준비했던 어린이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선물로 남았다. 노래와 몸짓으로 한데 이어지고 즐거운 마음 나누고 축하하는 마음 전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어느새 우리 곁에 만들어지고 있었다. 마을 언니오빠, 이모삼촌들이 함께 준비하는 동지음악회에서 배움터 어린이들이 씩씩하게 공연자로 참여하기도 하고, 못지않은 흥을 가지고 청량초등학교 졸업식에서 학부모들이 노래선물을 멋들어지게 선보이기도 했다.


노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부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만들고 듣는 이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든다.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어줄 수 있는 노래를 우리 입에 계속 달고 다닌다면 얼마나 좋을까. 특별히 어떤 도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드넓은 장소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맑고 고운 목소리와 흥 담은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 노래다. 이렇게 좋은 노래, 배움터시간에 어린이들과 꾸준히 해보면 서로의 마음 넉넉하고 밝아질 수 있지 않을까.

올해 서석온마을배움터 물날마다 어린이들과 노래와 몸짓으로 만나는 시간을 만들었다. 흥얼흥얼 아무 때나 흘러나올 수 있는 노래를 꾸준히 불러보고 노래에 어울리는 재미있는 몸짓도 만들어보고 여러 방식으로 노래를 불러보려고 한다. 첫째 아이를 유치원에 처음 보냈을 때, 꽤 놀랐던 것이 하나 있었다. 새로운 노래를 모두 영상을 통해 배운다는 점이다. 영상 속에 나오는 자막과 전자 반주를 이용하여 노래를 배우는 것이다. 풍금이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옛이야기가 되어 버린 듯하여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서석온마을배움터가 열리는 청량초등학교 복도에 해맑은 아이들의 노래 소리가 흘러나온다.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목청껏 부르는 고운 노래소리가 정겹다. 손글씨로 쓴 노랫말 적힌 종이를 보려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는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여러 노래를 배워본다. 현란한 기계반주와 쏙 빠져드는 가사영상이 없어도 어린이들은 신이 난다.

노래만 불러도 얼굴빛이 환해지고 시키지 않아도 몸짓 짓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인다. 모르는 노래 배우는 재미에, 아는 노래 뽐내며 부르는 재미에, 친구들 흥이 좀처럼 식지 않는다. 넘치는 흥 잘 담아내어 여러 모양으로 나누면 좋겠다. 친구들의 노래 나눔이 다른 많은 생명들과 이어져 서로를 살리고 더욱 풍성해지는 모습 그리며 욕심을 내보기도 한다.

앞으로 만들어갈 시간들이 기대된다. 함께하는 친구들이, 부르는 노랫말처럼 아름답게 몸과 마음 가꾸며 자라나길, 함께 부르는 노래와 몸짓 통하여 행복하고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넉넉한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라며 친구들과 물날 배움터 시간을 진하게 보내보려 한다.

이연경 | 서석 검산마을에서 육아, 살림, 하늘땅살이를 하며 생명의 힘 주고 받아 생기있게 살고자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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