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프로그램을 넘어선 '교육'
삶의 관계 토대한 '온마을학교'로 만들어간다

마을교육에 함께하는 이들이 함께 가을나들이를 다녀왔다. 점심도 나누어 먹고, 즐거운 놀이도 하며, 가을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마을공동체성을 강화하고, 자연스럽게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교육상담도 이루어졌다.


매주 화·수·목요일 오후 4시부터 5시 30분, 청량초등학교 방과후배움터가 펼쳐진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열다섯 명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다. 학부모와 교사도 발 벗고 나선다. 일터에서 일하다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밭에서 농사짓다가, 영아를 돌보다가, 글을 쓰다가 시간이 되면 아이들을 만나러 오는 것이다.

방과후배움터에 참여하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마을 이모삼촌이 되어, 즐겁게 어울린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배움에 기꺼이 시간과 마음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더 자주, 여의치 않은 사람은 상황에 맞게 참여한다. 또 주중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부모는 주말이나, 나들이 같은 특별한 날 함께하기도 한다. 정 못 오는 부모는 정성이 가득 담긴 간식을 보내주기도 한다. 부모들이 서로 염치를 가지고 마음을 모아서 마을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주체가 되는 것이다.

달래를 먹고 좋아하는 아이들. 온마을이 배움터이고 놀이터다. 아이들은 이웃 할아버지댁에 가서 오골계도 보고, 토끼도 보고, 군밤도 구워먹고, 달래도 따 먹는다. 이웃에 정다운 할아버지와 자연스레 관계를 맺는 것이다.


봄학기에는 서로 맨 몸으로 어울리며 뛰노는 걸 주로 했다. 차를 타고 저마다 집으로 흩어져 혼자 놀거나 학습지, 대중매체에 의존하는 것보다, 함께 섞여서 노는 분위기와 흐름이 서로 자연스러워지는 과정이었다. 학교 텃밭이나 둘레길도 산책해보고 어른들도 어릴 때 해본 적 있던 사방치기, 얼음땡,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다방구, 묵찌빠 따위로 특별히 프로그램을 준비하지 않고도 운동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신나게 어울려 놀았다.

놀다보면,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일도 생기고,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때는 저마다 자기 식대로 넘어가지 않고, 서로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배려하면서 놀도록 이끌어준다. 함께 어울려 노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고, 건강하게 소통하고 관계 맺는 힘을 길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래 사이에서 관계 맺기가 어려워 부대끼다보면, 그만큼 학업과 자신의 성숙과 성장에 쓸 에너지를 빼앗기게 된다. 반면 관계가 안정이 되면, 학습 의욕도 자연스레 살아난다.

2016년 가을학기 격주 토요일에 모여 택견과 활쏘기를 배우며, 호연지기를 키워갔다. 학부모들이 싸주신 맛난 간식을 함께 나누며, 밥상 공동체를 이루었다. 마을 주민 모두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함께 협력했다.


더불어 사는 삶을 배워가는 것은 부모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함께 어우러지다보면, 내 아이를 더 잘 이해하면서, 아이 안에게 대물림되고 있는 어른 모습을 발견하고 성찰해갈 수 있다. 내 몸에 배인 대로, 편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대한다든가, 학교나 사교육, 여러 외부 프로그램에 아이를 떠맡기는 게 아니라, 고유한 생명력으로 자라가는 생명을 새로이 만나가려는 마음을 어른들이 먼저 잘 모아가는 게 중요하다.

서석온마을학교 교육특강으로 어른들도 공부를 하면서 자기 모습, 아이 모습을 객관화하고 마을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고 교육에 대한 고민을 풀어간다.

강원중학교 양성우 선생님을 모시고, 온마을의 학부모 교사 어린이들이 모여 별을 보고 놀았다. 저녁 시간에는 학부모들이 요리 솜씨를 뽐내 주셨다. 아이들은 별도 보고, 즐거운 놀이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을학기에는 주중 방과후에 축구와 전래놀이, 생태미술로 만남과 배움이 있었고, 주말에는 택견으로 재밌고 알차게 몸놀이했다. 아이들 교육은 ‘우리 마을’에서 책임진다는 뜻으로 학부모들이 나섰고, 한 마을에서 자기가 나눌 수 있는 재능과 시간으로 아이들과 함께 배우며 가르치는 선생(마을 주민교사)을 세우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배움 내용과 과정을 기획하며, 학교에서도 학교 공간이 온마을학교에 잘 쓰일 수 있도록 열어두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을의 주민과 학부모가 아이들과 삶을 나누는 교사가 되는 것, 교사가 학생들과 이모삼촌으로 관계 맺는 것, 내 아이 남의 아이 가르지 않고 우리 아이로 함께 돌보는 것, 서로가 염치 있게 교육에서 할 수 있는 몫을 다하는 것, 이런 삶이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수된다. 민과 관과 학교는, 자치와 상생, 협력을 모색할 때 ‘온마을학교’가 펼쳐질 수 있다.

온마을학교에서는 아이들 성장을 위해 부모들이 다양한 수위로 형태로 참여한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요리로,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줄 수 있는 사람은 교사로, 모두가 염치를 가지고 아이들 성장에 관여한다.


가을에는 방과후배움터와 주말몸놀이에 참여했던 여러 아이들과 서석온마을학교를 함께 꾸려가는 어른들이 함께 긴나들이를 다녀왔다. 정성스레 싸온 도시락과 간식도 나누고, 연령대를 섞어 모둠별로 작은운동회도 하고, 배움터 시간에 했던 걸 서로 뽐내보기도 하고, 나중에 자신을 이어서 배움터에 들어올 어린 동생들 손을 잡고 마구 뛰고 구르기도 하고, 보물찾기도 하며, 현란한 프로그램과 물량 이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던 건 제도적인 학교라는 틀을 넘어 ‘우리 마을학교’라는 든든한 연결고리로 서로가 이어져있다는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고영준 | 서석면에 살면서 '마을공동체교육'에 함께하고 있고, 이를 통해 마을의 아이들이 생기 있게 자라가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뉴스편지 구독하기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방문자수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밝은누리>신문은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이야기, 농도 상생 마을공동체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