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생명의 자람새에 주목하다
서석 온마을학교 교육 특강…'이끌어줄 때와 내버려둘 때'


 

10월 6일(수) 강원 홍천군 서석면에서 온마을학교 교육 특강이 열렸습니다. 서석온마을학교는, 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교육활동입니다. 내 아이 남의 아이 가르지 않고 아이들이 마을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며 건강하게 자라갈 수 있도록, 마을 주민들이 아이들 자람을 애정 어린 눈길로 지켜봐주는 이모삼촌이 되고,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스승이 되고, 온마을 곳곳을 생명력 넘치는 배움터로 만들어가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서석마을 주민들이 아이들 교육에 더욱 책임 있는 주체로 서고자, 함께 공부하는 교육 특강을 마련했습니다. 10월 6일과 26일, 11월 10일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됩니다. 첫 강의는 10월 26일(목) 오후 1시 30분 서석초등학교에서 열렸습니다. 서석면에 사는 학부모들을 비롯해, 30여 명이 모였습니다. 뱃속에 새 생명을 잉태한 예비부모부터, 영유아를 돌보는 엄마아빠들, 청소년 자녀를 중학교에 보내는 부모, 학교 교사들도 시간 내서 자리했지요.

몸 발달과정으로 때를 판단하라


 

첫 강사는 김희동 통전교육연구소 소장입니다. ‘아이들 발달에 따른 이해와 소통방법’을 주제로 강의를 펼쳤습니다. 우리는 ‘이끌어주기’와 ‘내버려두기’ 두 가지 가운데 한 가지 방식으로 가르치는 데 익숙합니다. 대개 자기가 어떻게 자랐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지요. 성장기에 권위주의적인 가르침을 받으셨다는 김희동 선생님은, 그 반감으로 인해 교사로서 당신이 맡은 반 학생들에게 모든 결정권을 내주었지만, 권위(이끌어주기)든 허용(내버려두기)이든 한쪽 방향으로만 교육하게 되면, 문제점이 생기는 걸 경험하셨다고 했습니다.

어른이 끌어주는 데 치우치게 되면 강제, 억압이 될 수 있고, 반면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게 해주다가 방임과 방치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양육과 교육을 맡은 주체는, 두 요소를 조화롭게 써서, 성장기 아이들에게 이끌어주어야 할 때는 이끌어주고, 내어맡겨야 할 때는 내버려둘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언제가 이끌어줄 때이고, 내버려둘 때인가 하는 때의 분별입니다. 부모가 서로 자녀를 상반되게 대해서도 안 됩니다. 김희동 선생님은, “때를 판단하는 기준은, 내 감정이나 기분이 아닙니다. 내 신념이나 사상도 아닙니다. 아이 몸 전체가 성장하고 발달하는 과정 자체가 때를 판단하는 기준인 것입니다”고 했습니다.

생명현상이 일어나는 몸 속 기관은, 뇌가 들어있는 머리(신경계), 허파와 심장이 있는 가슴(순환계), 소화를 담당하는 배(소화계), 크게 세 부위로 나뉩니다. 소화계는 외부 음식물을 받아들여 몸에 골고루 스며들게 하는 역할을 한다면, 신경계는 나를 드러내고 남과 다른 차이를 구별하는 곳입니다. 시기마다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기관이 다릅니다.

공감능력과 협동심이 자라나는 때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는 40~50cm였다가, 7~8년 동안 자기 몸의 두세 배인 120~130cm로 자라나는데, 이 시기에는 소화계가 활발하게 작동하도록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합니다. 소화계 시기에 인지 자극으로 머리를 많이 쓰게 하는 교구들, 잦은 외출로 인한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왕성한 모방력이 있는 때이기에, 좋은 본을 보여주면, 훗날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려기보다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합니다. 공감능력과 협동심도 이 시기에 자라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언제가 소화계 시기일까요? 아이가 태어나서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에는 엄마 입을 통해서 들어온 영양분으로 몸이 커가지만, 스스로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는 자기가 섭취한 영양분으로 온전히 제 몸을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엄마에게 받은 몸의 구성성분이 다 바뀌고 맨 마지막으로 몸에서 빠져나가는 게 바로 ‘이’지요. ‘이 갈이’ 시기에 소화계 과제를 일단락 짓고 순환계로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대체로 이갈이는 7~8세에, 그 다음 몸의 큰 변화인 사춘기는 13~14세에 일어납니다. 그 사이인 순환계를 거쳐 신경계가 발달할 때가 되면, 스스로 행동할 수 있게끔 공감해주고 허용해주어야 자기를 발현해갈 수 있습니다.

김희동 선생님은, ‘사춘기(思春期)’란 한자말을 풀이해서, 제 삶의 새로운 출발점을 생각하는 때라고 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 … 본래 이런 생각들에 빠져들고 철학적이 되어가는 때가, 사춘기란 겁니다. 그런데 요즘 청소년기에 이런 현상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춘기보단 ‘중2병’이란 말로 치부되고 있죠.

요즘 아이들 몸 변화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먹거리와 매체 영향이 크겠죠. 제 몸의 변화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보다, 몸 변화, 감정 변화가 먼저 일어난 것입니다. 김희동 선생님은, 이갈이와 사춘기 사이인 순환계 시기가 제대로 안 다뤄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소화계의 능력을 신경계로 잘 전환시켜주는 게 순환계인데, 제대로 전환이 안 되어서 거친 사춘기가 된다는 말입니다. 반감을 조절하는 힘, 건강한 반감을 길러주는 시기가 순환계입니다.

교육소비자를 넘어 생명현상을 보자

 

순환계 시기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초등학교, 그리고 학교 교육을 보완해주는 만남과 관계에서 무엇이 아이들에게 필요한지, 혹은 불필요한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창의성 교육은, 아이들에게 충실한 기초 경험과 모방 없이 즉흥성에 기대는 활동으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 교육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교육풍토, 소비문화, 미디어, 교구산업에 대해 무지하고 무방비한 교육소비자에 머무르지 않도록 긴장하게 해주고 생명현상 앞에 정신 차리게 해주는 말씀들에, 청중에서는 감탄과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개별 가정의 한계에 머무르고 한 번의 깨달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배움과 만남 가운데 함께 생명을 키워가는 이들로 만나며 오늘 교육풍토를 극복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강의는 10월 26일(수)과 11월 10일(목)입니다. 아이들 육아와 교육과 관련해서 계속 이어지는 고민과 질문들을, 혼자 해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내 판단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자기를 돌아보게 해주고 새로워지게 해주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공부하는 벗을 만나 서로 생각을 나누고 뜻을 모으면서 문제를 풀어갈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교사들과 부모들이 함께 공부하며 서석온마을학교의 토대를 세워가고 있습니다.

최소란 | 홍천 서석에서 즐겁게 이웃들과 더불어 마을을 일구며 생명을 키우는 삶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뉴스편지 구독하기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방문자수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밝은누리>신문은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이야기, 농도 상생 마을공동체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