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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과 학교 울타리 넘어
마을에서 함께 기르는 마음 모아…청량 봄나들이


청량초등학교와 유치원 전교생 19명이 봄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선생님들과 학부모들, 어린 동생들까지 다함께 왁자지껄 전세버스 한 대에 올라탔습니다. 서석온마을배움터를 꾸려가는 학부모, 선생님들은 몇 주 전부터 이번 나들이를 기획하려고 머리를 맞댔습니다. 언제 어디로 갈지 알아보고, 함께 어우러질 신나는 놀이도 짜보고, 서로서로 할 일도 나눠 맡았습니다.

5월 8일 모두모두 기다리던 수타사 긴나들이! 올 봄 우리땅을 강타한 미세먼지 때문에 바깥 나들이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많은 논의와 궁리가 있었어요. 미세먼지 수치가 떨어지길 기다려 계획보다 시간을 늦춰서 출발했습니다. 들떠있는 표정과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았지요.


오늘 가는 곳은 우리 서석면에서 버스 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공작산 수타사입니다. 주차장에서 내려, 함께 나눠 먹으려고 싸온 도시락이며 물과 새참, 한데놀이에 필요한 도구들을 가지고 걸어갑니다. 너도나도 반가운 인사 나누며 바람소리, 물소리 들으며 손잡고 걷는 길, 힘들지 않습니다. 널찍하고 그늘진 잔디에 돗자리 펴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침부터 방앗간에서 부지런히 맞춰온 꿀떡으로 요기를 하고, 다함께 돌아가며 자기소개도 합니다. 이런 날은 가만 앉아있기보다 큰 바위가 있으면 올라가보고 싶고, 작은 실개천은 넘어보고 싶고, 쉴 새 없이 뛰노는 아이들입니다. 한 바퀴 둘러보며 산책하고서, 다시 돗자리에 둘러앉아 맛있는 점심도시락을 나누어 먹습니다. 김밥도시락에 더해 이 집 음식 저 집 음식, 금세 다 먹은 어린이들은 또 뛰놀기 바쁩니다. 모처럼 여유롭게 먹고 마시며 쉬고 늘어지고 싶은 어른들을 기다리며, 저만치서 어느새 수건돌리기가 시작되었네요.


밥상 정리한 뒤 여러 가지 놀이마당이 펼쳐집니다. 이모삼촌, 언니오빠, 형누나, 동생들과 여러 나이대로 섞어서 짜인 모둠별로 놀이마당을 하나씩 돌아가는 겁니다. 먼저 꽃잎 나뭇잎을 손수건에 대고 고무망치로 탁탁 두들겨서 나뭇잎 탁본을 만듭니다. 손수건에 물드는 꽃잎, 나뭇잎이 참 곱네요?

두 번째는 깜깜 놀이마당입니다. 눈가리개를 하고, 어떤 물건일까 조심조심 만져서 맞춰보고, 물건 말고 친구 얼굴도 맞춰봅니다. 다음 마당은 보자기 위에서 풍선을 떨어뜨리지 않고 통통 튀어올리는 놀이입니다. 한 모둠 친구들 모두 풍선에 눈을 모으고 서로 몸과 마음을 잘 맞추려 애써봅니다. 커다란 윷가락으로 함께 던지는 윷놀이, 공 걸기와 투호까지 다채롭게 즐기다보니 어느새 놀이마당 한 바퀴 다 돌았습니다.


한데놀이 짜서 진행하고, 과자 따먹기에 쓸 과자를 실 한올한올 걸고, 김밥도시락 챙겨오고, 과일 깎고, 놀고 먹은 자리 뒷정리하고, 어린이들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살펴주고, 어린 동생들 유모차에 데리고 와서 돌보고… 이모저모 서로 할 일을 찾아 빈틈을 채워주며 처음으로 어린이와 교사, 학부모 모두 함께하는 즐거운 나들이를 꾸렸습니다. 많은 비용이나 놀이공간이나 놀이전문가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마음만 모아지면 됩니다. 가정과 학교 울타리를 넘어 마을에서 함께 여러 관계 맺음 가운데 밝고 맑게 자라가는 아이들로 길러가는 마음 말이지요.

최소란 | 우리가 터한 땅에서 우리 삶을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우리말글을 어린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서석온마을배움터 주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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