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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마을>이 들려주는 이야기

마을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가을 키워 거두고, 이듬해 꽃 피우고 씨 내고자 다시 텃밭에 묻어두었던 배추. 땅 속에서 겨울을 잘 나고 새순을 틔웠을지, 추위에 얼어서 이미 흙이 되어버렸을지…. 궁금함과 기대를 안고 땅을 팠습니다. 얼마나 깊이 묻어뒀는지, 파도 또 파도 배추는 안 나옵니다.

"어어? 저거! 푸르고 노란색 무언가가 보입니다. 지난해 묻어둔 배추 뿌리들이 살아있었어요. 70cm 깊은 땅 속에 얼지 않고 살아 있는 생명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기뻤습니다. 이번에는 새로운 생명을 흙 속에 묻어주었습니다. 바로 씨고구마! 학생들은 맛있는 고구마 먹을 생각에 벌써 신이 납니다."

날적이와 사진을 보며, 저도 덩달아 벅차올랐습니다.

깊은 땅 속 그곳엔 늘 수많은 생명들이 꿈틀대고 서로를 지켜주고 있겠죠. 자기를 덮고 있던 어둠을 뚫고 하늘 향해 푸른 이파리 틔워낸 봄 새싹은 저 혼자 힘으로 솟아난 게 아니지요. 긴 나날 피고 진 생명들이 이어져 따스한 품을 이루고 또 새로이 피어나는 것이지요. 내가 숨 쉬는 지금 삶은 오래 전부터 나를 지켜주던 뭇 생명의 다시 태어남이겠죠.

이달호 마을신문은 기사들마다 지면을 보다 넉넉히 할애했습니다. 온 마을사람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딱 하루, 정월대보름 달맞이잔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지역농산물 제철꾸러미 언니네텃밭을 일궈온 횡성여성농업인센터에서 한영미 소장을 만났습니다. 참된 오늘을 열고자 역사 공부를 스스로 해가는 생동 중학생들의 발걸음도 따라갔습니다. 지난 호 신설된 도서관 연재기획으로, 이번에는 청소년 독서동아리를 만들어 자기 생각을 말하고 토론하는 힘을 키워주는 두 선생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긴 세월 마을사람들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조용히 문을 닫은 항곡분교 마지막 졸업식도 담았습니다. 항곡분교를 지켜온 마을사람들의 아쉬움이 마을신문 기사를 통해 잘 정리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최소란 | 아름다운마을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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