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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도 모르는데 신나게 쳐요"
서석면 드럼 동아리 '다드미' 연습 현장을 찾아서


"맨날 가게 일만 하다가 이제 내 취미를 찾아온 거지, 뭐." (김민경, 풍암리 애경미용실)

"흥이 나고 소름 돋고 손과 발이 따로 놀면서 박자를 맞추는 게 여느 악기 저리 가라지!" (김춘하, 어론리 향토부동산)

서석면 드럼 동아리 '다드미'에서 매주 신나게 드럼 연습을 하는 아주머니, 아저씨들 목소리다. 드럼 수업을 받은 지는 5년 째인데, 3년 전부터 동아리 다드미라는 이름으로 지역에서 재능기부 공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홍천무궁화축제, 내면산나물축제, 평생학습축제 뿐 아니라 입소문이 타면서 각종 축제와 축하마당, 멀리 원주로도 공연을 하러 다녀왔다.

드럼 동아리 다드미는 홍천의 평생학습축제, 무궁화축제, 나물축제 등에 참여, 재능기부 공연 활동을 벌여왔다.


7월 4일에는 서석 주민들 앞에서도 당당한 무대를 선사했다. 서석면사무소 앞 야외공연무대에서 '2015년 찾아가는 문화존, 빛나라! 외쳐라! 꿈꿔라! 서석'이 열린 것이다. 지역 주민과 특히 청소년들이 마음껏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상시적 문화공간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취지로 홍천군청소년수련관에서 분위기를 띄웠지만, 이날 막상 선보인 공연이 많지는 않았다. 서석지역 대표주자로 공연한 다드미는, 이런 무대에 서는 게 즐겁고 준비되어 있는 분들이다.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이들처럼 특별히 돈이 생기는 것은 아니어도, 재능기부를 하면서 보람도 있고 또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자기 만족이 있어요." (강만규, 홍천군농업기술센터)

드럼 대신 의자 두드리며 연습 또 연습

매주 수요일 저녁 7시가 되면, 서석면민체육공원 식당건물이 들썩거린다. 서석면에는 기타, 아코디언, 요가 동아리도 있는데, 특히 가장 우렁찬 소리를 자랑하는 드럼 동아리가 이곳에서 연습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서석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주희남 선생님, 자동차정비소 카맨샵 권오선 사장님 등 낮 동안 열심히 일하고 퇴근하거나 일찍 가게문을 닫은 마을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모여서 늦은 10시까지 배우고 연습하기를 반복한다.

드럼 세트 3개를 번갈아 나누어 치면서 나머지 사람들은 의자 등받이를 보면대로 사용하고 의자 바닥에 드럼패드를 깔고 연습한다.


"서석면이 고맙죠. 이렇게 연습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배려해줘서 할 수 있지, 안 그러면 어디 (시끄러워서) 할 수 있겠어요?" (강만규, 다드미 회장)

재생기에 틀어놓은 가요 소리에 맞춰 드럼 연습이 한창이다. 앞에 설치된 드럼세트에 앉아 세 사람이 신나게 두드리고 있다. 세 개뿐인 드럼세트에 돌아가며 앉아야 해서, 또 다른 수강생들은 마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악보를 의자에 걸쳐놓고 똑같은 박자에 맞춰 의자바닥을 열심히 두드린다. 진지하게 집중하고 있는 눈빛, 박자를 맞추는 어깨춤이 예사롭지 않다. 노래가 한 차례 끝나니 드럼 강사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자, 봐요. 여기 여덟 마디뿐이 안 되잖여. 연습 안 하지? 뭐 하러 나온 거여? 구경하러 나온 거여? 그럼 집에서 TV를 보지, 왜 나와? 참!"

마음 여린 사람이 들으면 '뭐 이렇게 말을 거칠게 하는 강사가 있어?' 생각할 수 있다. 안 그래도 자칭타칭 깡패교사(?)라는 별명도 있다. 수강생들이 장난 섞인 말로 "우린 선생님 이상한 것 좀 써줘요"라고 말하면서도, 가르치는 실력과 열정만큼은 대단하다며 자랑이 여간 아니다.


젊었을 때 하고 싶던 거, 수요일이 기다려져요

"몸이 안 좋아서 시골로 내려왔는데, 내려와서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니까, 이거(드럼)였지. 젊었을 때 하고 싶었던 거였거든, (초기에) 선생님 세 번 갈렸는데, 이 선생을 잘 만나서 꾸준히 하고 있어요." (김경희, 장평리)

"원래 수업시간은 두 시간인데, 선생님께서 열정이 많으셔서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 동안 합니다." (안애상, 청량리)

서석에서 5년째 드럼을 가르쳐온 안도준 님(55세)은 서석뿐 아니라, 홍천문화원 문화학교를 비롯해서 내면, 내촌 등에서도 드럼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싯적 음악그룹과 세션, 녹음실 활동 등 음악 쪽으로는 안 해본 일이 거의 없는 수준급 실력자다.

"리듬 패턴이 전체 130여 가지 돼요. 그걸 유형별로 묶으면 25가지 정도 되는데, 이제 5년 정도 한 사람들은 다 알지. 지금은 숙련되고 있는 중이에요." (안도준, 드럼 강사)

수강생들에게 인기 만점 선생님이 손수 제작한 드럼 악보.


실력도 실력이지만, 수강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비결은 따로 있었다. 바로 손수 그려오는 '드럼 악보'다. 오랜 기간 드럼을 쳐오며 직접 고안한 악보체계로 매주 10~16장을 그려 수강생들에게 나누어주는 것. 이걸 만들려면 일주일 중 하루는 꼬박 여기에 전념해야 되는데, 보통일이 아니라고 한다. 벌써 이렇게 만들어서 나누어준 악보가 700장 정도는 된다고 한다. 인터넷이나 책으로 볼 수 있는 악보와는 다르다. 이 악보를 보면 바로 드럼 포지션 별로 언제 어디를 때려야 하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나는 도레미도 모르는데, 선생 잘 만나서 여기 와서 이거 보고 쳐요. 수요일이 기다려져요." (정기자, 검산2리)

30대부터 70대까지 누구나 어우러지는 동아리

드럼 동아리 다드미는 매년 연초에 회원을 모집한다. 30대부터 70대까지, 또 지역 토박이부터 새롭게 귀농귀촌한 분들까지 서로의 열정과 활력을 보며 정겹게 사귈 수 있다. 남녀노소 함께 열심히 배우고 신나게 두드리며 즐겁게 어우러지는 장으로 계속 이어져가길 바라며, 앞으로 서석은 물론 강원도 땅을 누비며 흥을 돋울 드럼동아리 다드미의 활약도 기대해본다.


고영준 | 서석 청량리에 살며, 서석을 비롯해 홍천의 아름다운 소식을 찾아 전합니다.


<아름다운마을>은 마을 주민들의 소박한 생활과 농촌과 도시를 함께 살리는 마을공동체 이야기를 전합니다.


펴낸곳 |  생명평화연대 www.welife.org

문   의 |  033-436-0031 / maeul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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