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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을이 들려주는 이야기

도시에서 농農에 근간한 일상이 불가능하다고 핑계 댈 수 없듯이, 시골에 산다고 해서 생태적 삶이 보장된다고 자신할 수 없습니다. 어디서든 이 시대 문명에 대한 문제의식을 끝까지 밀고나가려는 실천이 그 삶의 진정성을 보여주겠지요. 상품화 목적 동물 사육의 잔인성에 경악하면서도, 육식에 길들여진 입을 어느샌가 좇고 있는 식생활, 탈(脫)서울로 삶을 재구성하면서도 여전히 도시의 소비와 안락을 선망하는 몸, 말을 함부로 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또 다시 다스리지 못한 혀… '머리'에서 '발'까지 그 머나먼 거리 앞에서 체념하거나 합리화하게 될 때, 비로소 내 몸과 소통하는 훈련이 얼마나 빈약했나 느끼게 됩니다.

이번호 마을신문 [청춘답게] 지면에 실린 글은, 몸과 마음의 흐름이 분열되지 않고 의식을 따라 몸이 움직이도록 진득하게 수련해가는 삶에 대해 도전을 던져줍니다. 글쓴이는 도시 사무실로 출근하는 보편적인 직장인입니다. 체제를 비난하면서 결국 다들 하는 대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내 일상에서 아주 작은 차이로 현실의 절망에 균열을 시작하는 것이 수련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몸수련을 위한 스스로와의 약속, 저도 세워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듭니다.

이곳저곳에서 한해 배움을 갈무리하는 잔치가 열립니다. 12월 24일(수)에는 인수마을에서 동지잔치가 열립니다. 초등고학년 과정을 마련하고 터전을 옮기는 등 올해 있었던 여러 변화들 속에서도 학생과 교사, 학부모, 마을사람들이 서로 신뢰의 끈을 놓지 않고 힘 합쳐 어려울 수 있는 과정을 너끈히 통과해왔기에, 동지잔치에서 나눠질 감동은 두 배 이상일 겁니다.

홍천마을에서는 12월 27일(토)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와 생동중학교 졸업잔치가 열립니다. 그동안 수업시간마다 꾸준히 손으로 쓴 기록들을 모아 졸업문집도 만들고,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사진첩과 졸업장이며, 세상에 하나뿐인 졸업장과 현수막, 간식 등 전부 손수 준비한 학생들을 응원하며 또한 배움의 동지로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새 생명이 태어나고 쑥쑥 자라 제 몫을 다하는 사람으로 서가듯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삶을 통해 새로운 마을을 이루어가는 소식들이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입니다. 지난 호 양평마을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횡성마을 이야기입니다. 마을 개척이, 사업으로, 돈으로, 건물로, 전문성으로, 인원수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당당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언 땅 밑에서 묵묵히 겨울을 견디고 있는 마늘처럼 이 땅 곳곳에 뿌리 내리는 마을들이 밝은 누리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횡성마을에서 주말마다 펼쳐지는 밥상에서는, 새해 초에 펼칠 혼인잔치 준비 이야기가 오가느라 바쁘다고 합니다. 함께 마을을 이뤄 살아갈 지역에서 하는 혼례는 더 특별할 것 같습니다. 인생의 큰일들을 함께 통과해가는 친구들 곁에서 내가 고백하는 바대로 일관되게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인가 다시 생각해봅니다.

생일 케이크 대신, 들에서 갓 따온 열매를 얹은 연보랏빛 오디설기떡, 아까시꽃향 가득한 아까시떡, 직접 농사 짓은 들깨 넣은 꿀떡은 어떤가요? 축하할 일이 있으면, 가격을 비교하여 주문을 하고 카드를 긁는 게 아니라 김이 솔솔 나는 찜솥 앞에서 근사한 선물을 만들어내는 청년 이야기를 [밥상머리]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떡 만들기가 이렇게 쉽고 응용 가능해서가 아니라, 소박한 생일상을 함께 나눌 친구들이 있기에, 더 뿌듯한 연말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내다보는 이즈음,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자세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난 것에 연연하거나 미련을 두지 않고, 새롭게 앞을 향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생이지만, 별 다를 바 없는 내일일 수도 있겠지만, 하루를 살더라도 천년을 내다보며 오늘을 오!늘!로.

최소란 | 살아가는 만큼 글을 쓰고, 또 글 쓰는 대로 살아내는 사람이 되고픈 마을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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