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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을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 시골 초등학교 '예능발표회'를 보게 되었습니다. 서른 명 남짓 되는 전교생이 옹기종기 돌아가며 준비한 공연을 열심히 보여주었지요. 그렇지만 역시나 요란한 조명과 음향, 의상, 소품들이, 보는 내내 몹시 불편했습니다. 작은 학교 잔치에서조차 아이들이 지닌 개성, 아이들 일상을 느낄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웠지요. 외국어 동요 순서를 무료하게 보다가,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앞뒤 순서와는 전혀 '다른' 음악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치는 반주에 맞춰 학생들이 부른 노래를 녹음으로 들려주고, 무대에 선 학생들이 수화를 보여주었습니다. 간주부분에서는 학생들이 씩씩한 영어발음으로 자신들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방과후 영어수업 교사가 어떻게 하면 학생들과 발표를 잘 준비할까 궁리해서 학교 쪽 기대와 조율하여 정성껏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일구는 마을의 가치를 자신이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조용히 실천하는 귀촌 청년이구나 그려보며 빙그레 웃음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 현장이 구석진 시골학교 방과후 수업이든, 국제화에 앞장선 영어교육이든, '여기선 그런 게 어렵다'고 체념하지 않고, 언제나 어디서나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함께하는 이들과 소통하며 조금씩 시도해보는 대안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찾지 않으면 답은 나오지 않는 것이겠죠. 졸업하고 뭘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하는 청춘들과 접속하여 이달 호 [소통과 대안]을 꾸며보았습니다. 청년이 품는 실존적 질문 속에 이 시대의 거대한 모순이 있고, 또 그 모순을 뛰어넘을 수 있는 창조성도 나올 것입니다. 취업과 직장생활이라는 과제를, 구조에 올라타냐, 떨어지냐로만 바라보는 잣대와는 다르게 바라보는 직장인들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열매와 더불어 이듬해에 심을 씨앗을 남기고 흙으로 스러져가는 밭생명들과 다시 새로이 만날 기약을 하는 이 시기에, '2015년 농촌과 도시에서 함께 쓰는 절기달력' <하루를 천년같이>이 나옵니다. 달력을 보며 잘 살았든 못 살았든 모두에게 또다시 주어지는 새해 삶의 씨앗, 잘 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5년 절기달력' 구입 문의 : 033-436-9190)

최소란 | 살아가는 만큼 글을 쓰고, 또 글 쓰는 대로 살아내는 사람이 되고픈 마을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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