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수고로 이루어졌던 운동회, 내 손으로 _ <밝은누리> 94호

누군가의 수고로 이루어졌던 운동회, 내 손으로

 푸름이(청소년)들이 기획한 밝은누리움터 봄 운동회 

 

 

 

이번 봄 운동회는 지난해 졸업식에 이어 두 번째로 학림 푸름이가 맡은 기획이다. 지난 졸업식 총괄을 맡았던 친구들이 바빠 보였지만 동시에 재밌어도 보였다. 그래서 봄 운동회 총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맡았다. 사회를 보는 선생님이 맡은 정식 종목을 제외하고 겨루기마당, 어린이 운동회, 참, 준비물 챙기기 등을 친구들과 준비했다. 겨루기 마당에서 했던 ‘풋살컬링’과 ‘솔방울던지기’는 처음 해본 놀이였다. 여태 해보지 않은 종목들이 실제 어떻게 진행될까 우려되는 마음이 컸는데 신선했고 재밌는 경기가 되었다. 팔씨름과 제기차기, 신발던지기 등 다른 놀이들도 잘 진행되었다.

 

 

 

겨루기 마당은 참가 자체를 응원하는 의미로 참가상이 있었다. 상품은 ‘함께 즐기기 위한’ 운동회 취지에 맞게 나누어 먹기 좋은 것으로 선택했다. 단식을 마친 사람들이 있어서 보리차도 상품으로 준비했다. 모두 새롭게 시도해 본 일이라 기대 반 걱정 반이었지만 계획한 대로 흘러가 다행이었다.

 

신입생 부모님들이 인사하는 시간이 있었다. 돌아가면서 소감을 한 마디씩 나누셨는데 “홍천에 오더니 아이 얼굴이 많이 밝아졌다”는 말씀을 많이들 하셨다. 함께 학교 다니는 친구와 동생들이 즐겁게 지낸다는 걸 공통적으로 말씀하셔서 더 고맙고 뿌듯했다.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한 운동회였지만 중간에 놓친 것들이 있다. 처음이어서 소통과 준비와 진행에 더욱 미숙하고 부족했다. 몇몇 종목의 진행자를 섭외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섭외 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꼼꼼히 소통하고 챙기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운동회는 모두 즐겁게 마무리되었지만 매끄럽지 못했던 소통이 조금 아쉽긴 하다.

 

여태 내가 즐겁게 누렸던 운동회 또한 누군가의 수고로 이뤄졌다는 것이 떠올랐다. 더불어 이번 기획과 진행이 나의 성숙에 도움이 될 거라는 걸 기억했다. 준비하며 생기는 변수들과 부딪치며 앞으로 살면서 마주할 무수한 변수들을 대처하는 힘이 길러질 거라 생각하고 힘을 냈다.

 

진행 과정에서 필요했던 준비물뿐 아니라 놓쳤던 것 모두 기록했다. 다음 봄 운동회를 위해서 세세하게 남기려 노력했다. 열심히 남긴 기록이 다음 해에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아 뿌듯하다. 이번에 실수했던 경험이 있으니 다음 번 운동회는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운동회 끝나고 뒷정리한 물건을 챙겨 학교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참을 담아 먹었던 그릇이며 컵을 설거지하고 물건 정리할 생각에 막막했다. 이미 친구들은 각자 방에 들어가서 씻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더욱 막막했다. 풍물 했던 악기들을 챙겨 마지막으로 학교에 도착했는데 정리를 함께하기 위해 기다리는 친구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차에 실은 짐을 함께 내려 제자리에 갖다 놓고, 설거지하러 부엌에 갔더니 이미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모두 힘 모아 뒷정리했던 그 순간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피곤했을 텐데 끝까지 마음 내서 정리했던 순간, 함께 공부하고 생활하는 우리의 관계가 참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에 이렇게나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에 감사했다.

 

 

새하 | 삼일학림에서 공부하며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얘기하는 시간이 행복해요. 배우고 있는 공부가 삶으로 스며들길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