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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 마지막 격전지, 자작고개에 오르다
우리 마을 역사 배우며 새로운 내일 꿈꿔요


쇠날, 생동중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 서는 서석면 정류장 뒤편에 야트막한 언덕 길이 보인다. 지금은 정비되어 깔끔한 모습이지만, 이곳은 동학농민혁명(이하 동학)의 마지막 격전지였다고 한다. 지금부터 100년도 지난 이야기이다.

그동안 자세히 배울 계기가 없던 차에 동학농민혁명 서석면추모사업회에서 제안해주어 10월 17일 ‘자작고개의 옛날옛적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동학을 배울 시간을 갖게 되었다. 우리를 맞이해 주신 권소영 선생님께서는 이웃 마을에 사신다. 평소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렇게 동학을 친근하게 나눌 수 있게 되어 좋다고 하셨다. 먼저 당시 조선의 상황과 국제 정세, 농민들의 어려움을 자세하게 풀어 주셨는데, 학생들이 아직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잘 집중할 수 있었다.

서석면 복지회관에 생동중 학생들이 모였다. 어려운 주제이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의 마음도 밝다.


1894년 전라도에서 봉기한 동학은 점차 확산되어 강원도까지 이르렀다. 강원도에서는 특히 홍천 지역에서 활발했는데 서석에서는 해마다 10월에 위령제를 열고 있다(올해가 백스물두 번째였다). 홍천읍 관아를 공격하다가 오히려 관군에게 쫓긴 동학군은 솔치재를 넘어 지금의 풍암리에 집결했다. 이곳에 진지를 쌓고 사흘간 관군에 맞섰지만, 800여 명의 희생자를 낸 채 패배하고 말았다고 한다. 이때 동학군이 흘린 피가 고갯길을 자작하게 적셨다 하여 이곳을 ‘자작고개’로 부르게 되었다 한다.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제삿날이 같은 집이 지금도 여럿이라고 하니 단지 옛 역사가 아님이 와닿았다.

서석면 복지회관에 생동중 학생들이 모였다. 어려운 주제이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의 마음도 밝다.


낯선 표현도 많았고, 새롭게 듣는 역사적 사실도 많았기에 강의만으로는 잘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몸으로 동학을 익힐 수 있도록 판놀이를 함께 했다. 두 모둠으로 나누어서 회전판을 돌리고 그에 맞는 설명을 큰 목소리로 읽고 과제를 수행하는 놀이이다.

여러 빛깔 어우러지게 깃발을 만든다.


이어서 두 명씩 짝을 지어 그림 그리며 깃발 만드는 시간도 가졌다. 학생들의 창작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고, 넉넉하게 시간 가지며 이래저래 구상하고 다양한 빛깔이 어울리게 꾸며도 보았다. 함께 쓸 글귀는 선생님께서 준비해 주셨다. ‘지난날은 오늘을 만들고, 오늘은 앞날을 만들어간다.’ 선생님께서는 특히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함을 여러 번 강조하셨다.

하늘, 물, 땅, 여러 생명이 어우러지는 마음을 담았다.


강의실을 나와 동학농민군 격전지 터에 올랐다. 단풍잎 곱게 물든 곳에 자리잡은 위령탑 앞에 서니 절로 숙연해진다. 옛일이라며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오늘을 발판 삼고, 내일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으로 역사를 배워야 함을 마음에 새겼다. 잊지 않고 이어가려는 마음,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애쓰는 손이 모여 역사를 이루어간다는 사실 말이다.

선생님께서는 내년에는 다른 기획도 하고 내용도 더 풍성하게 준비하겠다며 꼭 다시 만나자고 하셨다. 전반적인 동학의 흐름을 주로 다룬 데 비해, 서석에서 있었던 일은 아직 고증이 안 되거나 정리가 부족해서 많이 다루지 못했다고 하셨다. 마을의 역사를 마을 바깥의 사람들이 정리하고 기억할 수는 없다. 공인을 받거나 인정을 얻는 절차보다 그동안 지켜온 우리 이야기를 당당하게 알리고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마을의 역사는 약자들의 고백이자 고통의 증거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크다. 다음에는 동학혁명이 힘차게 현실화되었던 원동력인 동학의 사상적 측면도 배우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공부를 마무리했다.

정재우 | 강원 홍천에서 지내며, 밝은누리움터에서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삶 살아갑니다. 시골살이 재미를 조금 맛본 올 한해를 돌아보는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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