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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죽음이 남겨준 생명의 씨앗
김해 봉하마을에서 마주한 희망의 가능성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길벗들과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경남 김해에 위치한 봉하마을은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이자 그의 묘소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따스한 볕이 그곳에도 봄이 왔음을 느끼게 해주었지요. 봉하마을을 방문하기 전, 저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심층 대화를 오연호 기자가 정리한 책을 접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과 행간에서, 저는 그가 정치인이기 전에 한 사상가이자 정치 철학자였다는 기자의 말이 깊이 공감되었습니다.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대통령 혼자 힘으로는 안 된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대통령이 흔치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회주의와 권력욕이 만연한 정치판에서 철학과 원칙 있는 정치를 하고자 애쓴, 그래서 너무나 힘겹고 외로운 싸움을 했던 사상가를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랬던 그는, 작은 너럭바위 아래 잠들어 있었습니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지만, 그의 죽음이 저는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자기의 욕망보다 진정한 민주주의와 평화를 꿈꾸던 이의 죽음이 말입니다. 그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묘역을 들어서는데, 국민들이 남긴 추모글이 새겨진 박석들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곳에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존경뿐 아니라, 새로운 삶을 결단하는 수많은 약속이 수놓아져 있었습니다. “당신의 뜻을 이어 가겠습니다.” “늘 깨어 있는 시민으로 살겠습니다.” 그 박석들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일생을 정직하고 일관성 있게 살다 간 이의 죽음이 갖는 생명력을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언젠가 죽지만, 그 삶과 철학의 씨앗은 남은 이들의 마음에 심겨 더욱 창조적이고 풍성하게 열매 맺을 수 있다는 희망의 가능성을 말입니다. 오늘을 사는 주체적 시민으로서의 나,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서의 우리에게 남겨진 책임이 무엇인지 공부해야 할 필요를 새긴 의미있는 순례였습니다.

정성혜 | 합정동에 있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순례하며 보고 배운 것이 삶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직장에서, 일상에서 애쓰며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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