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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된 땅에서 생명평화를 증언하는 땅으로!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를 시작하며


2월 25일(해) 오전 10시, 안산시청 대회의실. 생명평화 고운울림 첫 기도순례를 준비하는 곳이다. 버스를 대절해서 온 사람들, 대중교통으로 온 사람들, 부모 손을 잡고 온 아이들까지 150여 명이 모였다. 우리가 기도순례를 하는 이유와 그 역사적, 철학적 토대와 방향을 공부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월호 유가족 창현 어머니(순화 님), 기도순례에 함께하는 이들 이야기도 나눴다.

4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는다. 아픔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창현 어머니(순화 님)는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아이에 대한 기억, 아이와의 추억”이라며, “(창현이는) 이 땅을 누비며 왕성한 생명력을 마음껏 발산했던 현존하는 아이였는데, 그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 아이는 없던 사람이 되기 때문에 아이에 대한 기억은 삶의 일부가 되고, 삶을 살아내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된다”고 하셨다. 끝까지 사랑한다는 건 끝까지 책임진다는 말과 같다는 창현 어머니의 나눔은 간결했지만 마음을 흔드는 힘이 있었다.

세월호합동분향소로 향했다. 하늘은 유난히도 파랗고 맑았다. 아픔의 흔적을 더듬지만, 또다른 밝음을 담지한 순례의 길이 될 것 같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영정사진들을 보고 걸으며 침묵으로 기도하면서, 저항 한 번 못하고 생명 잃은 이들의 원통함을 풀고 온 생명을 하나 되게 하는 바람이 불어오길 바랐다. 분향을 마칠 시각, 오후 3시에 ‘지잉’ 하며 징이 한 번 크게 울렸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부르며 앞마당에 순례기도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총 159명이 분향소를 향해 입구를 연 채 큰 원을 그리며 서자 징이 두 번 울렸다.

“나의 사진 앞에 서 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나는 그 곳에 있지 않아요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세월호 추모곡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함께 부른 뒤 징이 세 번 울리면서 기도회가 시작되었다. 생명평화를 구하는 기도문을 함께 읽고, 기도문에 가락을 붙인 노래를 함께 부르는 형식으로 총 40분 가량 진행되었다. 진행자도 없이, 어떤 덧붙이는 말도 없었다. 생각과 마음을 온전히 아픔의 현장에만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하늘땅 온 생명을 만드신 하나님! 성령으로 오셔서 오늘 우리와 함께하소서. 하늘 뜻 땅에 내려 온 생명 살리심을 믿습니다.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일구는 바람으로 불어오소서. 이 땅 생명들의 원통함을 풀어주소서.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 고쳐주소서. 미움과 거짓을 만드는 대립과 갈등을 풀어주소서. 지치고 어두워진 얼 밝혀 생기로 신명나게 하소서.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추고 사랑과 진리가 춤추게 하소서. 차별 없는 사랑으로 서로 살리며 어질게 살게 하소서. 참되고 착하고 아름답게 살게 하소서. 온 생명 곱게 어울리는 밝은누리 씨알로 살게 하소서.”

이어지는 ‘생명평화를 구하는 기도’에는 하늘·땅·사람, 몸과 마음, 일상 삶, 농촌과 도시, 동북아의 생명평화를 구하는 염원이 담겼다. 순례기도자들은 20세기 인류의 죄를 짊어지고 신음하는 이 땅이 다시 살아나고, 대한민국과 조선이 영세중립 생명평화의 땅이 되어 분단과 증오의 철책을 걷히길 기도하고, 핵무기와 모든 전쟁 무기를 폐기하고, 비무장지대가 한라에서 백두 넘어 확장되기를 기도했다. 파란 하늘과 따스한 햇볕이 우리 그림자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는 3월 17일(흙) 한라산 정상과 3월 18일(해) 4·3평화공원에서 이어진다. 여정에 길벗으로 동참할 이들은 현장에 참여하거나 같은 시각 각자의 현장에서 혹은 가능한 시간대에 언제든 기도로 동참할 수 있다. 생명평화 고운울림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길벗이 되는 방법은 밝은누리 누리집(www.welife.org) 첫 화면에 상세히 나와 있다.

김준표 | 곱게 울리는 생명평화 여정에 함께하는 길벗입니다.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는 ‘하늘·땅·사람의 생명평화’, ‘몸과 마음의 생명평화’, ‘일상 삶의 생명평화’, ‘농촌과 도시의 생명평화’, ‘한라에서 백두 넘어 동북아 생명평화’를 증언하고, 꿈꾸는 기도순례입니다. 일제와 전쟁, 분단독재를 거치며 지금까지 반목하고 갈등하는 이 땅이 온 인류에 생명평화를 증언하는 땅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시작합니다. 지금 이 땅에서 출발해 동북아 생명평화까지 나아가기에 앞서 남북 적대관계의 해소를 바라고, 대한조선 영세중립화 통일을 염원하는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는 2018년 2월 25일 안산 세월호합동분향소를 시작으로 제주, 부산, 광주, 대전, 태백, 백두산, 연해주, 평양, 서울, 판문점으로, 폭력과 분단, 구조적 모순이 만든 아픔이 있는 곳을 찾아갑니다. 1,000일간 이어질 순례 여정에 길벗으로 함께할 분들 환영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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