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경계와 구분 넘어 함께 내딛는 한 걸음
‘함께 주인 되는 마을교육공동체’


지난 12월 6일, 서석지역 학교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서석초 도서관에서 서석온마을배움터 이야기자리가 열렸다. ‘함께 주인 되는 마을교육공동체’라는 주제로 원주 서곡초 손상달 선생님이 원주 판부면 서곡리 주민들이 꾸려가고 있는 서곡교육네트워크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고립된 교실, 학습된 수직문화


손상달 선생님은 삼십여 년 공립 초등학교에 근무하며 몸소 겪은 학교문화, 그리고 수년간 학교와 마을이 어떻게 만나 마을교육공동체를 이루어왔는지 나눠주시면서, 요즘 스스로 참된 교육에 조금 더 가깝다고 느낀다며 행복하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겪은 일반적인 학교 문화를 이야기 하실 때, 학교구성원들이 자의든 타의든 말할 수 없는 억압된 분위기 속에서 학습된 수직문화로 경직되고 결국 교실이 고립되어 ‘자유의 사유화’가 일어난다고 하셨다.

그 말씀 들으며 내가 지내온 교실이 학교 안에서, 또 그 학교가 마을 안에서 섬과 같이 고립되기 쉬운 상황이 이해되고 ‘자유의 사유화’라는 표현이 그런 상태를 잘 나타낸다고 느꼈다. 그렇게 교실에 교사, 아이들이 있게 될 때 교사도 느끼지 못하는 억압으로 자유로움을 통제하게 되고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의 분리된 관계 속에서 교사는 말 잘 듣는 아이에게 익숙해진다고 하셨다.

잠시 나의 지난 학교 생활이 떠오르면서 구조적으로 철저하게 분리된 관계들 때문에 답답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런 교실의 경계, 학교의 경계를 깨닫고 허물기 시작할 때 함께 주인 되는 협의문화, 마을과의 동등한 만남이 가능하겠다는 생각했다. 학교가 지역의 문화거점이지만 교육은 더 이상 학교 혼자서 할 수 없고 학교와 마을이 서로의 기대, 요구를 나누며 접점을 찾아 함께 아이를 키우는 동등한 관계로서 학부모와 교사가 자유롭게 오가며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이렇게 열린 관계를 시작할 때 무엇보다 잘 돌아보고 준비하여 작은 것부터 천천히 가자는 마음가짐을 여러 번 강조하셨다.

지속가능한 교육, 마을에서


마을이 학교 교육활동에 참여할 때 학교 행사나 체험학습을 지원할 뿐 아니라 학부모들이 자신에게 있는 재능을 가지고 동아리활동을 이끌어갈 때, 학생들이 ‘교사 아닌 사람도 우리를 가르쳐주는구나’라고 생각한다는 말씀 들으면서 지금 서석온마을배움터에서 해가는 걸음들(주중 방과후배움터, 주말 몸놀이학교, 절기활동, 방학 중 들살이 따위)이 아이들에게 그런 의미가 되겠다는 생각했다. 교사들은 정해진 인사제도에 따라 대부분 몇 년 근무하고 떠나지만 학부모회나 마을주민 중심으로 교육이 마을과 연계될 때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말씀 들으며 면단위 경우 아이들은 대부분 성인이 될 때까지 그 지역에서 자라기 때문에 이러한 마을공동체교육이 더 필요하고 자연스럽다는 생각했다.

이야기 나눈 후 질의응답 시간에 서석면 생곡리에서 사십여 년간 다양한 지역활동을 펼쳐오신 참아름다운교회 김진택 목사님이 소감 나눠주셨다. 마을에서 함께 키운 아이들이 어른이 된 후 자신이 나고 자란 땅에 대한 이해와 자부심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시며 향토 교육을 함께 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해주셨다. 심금화 서석면장님, 황인섭 서석초 교장선생님도 농촌 인구가 급감하는 시기에 무엇보다 지역사회와 학교가 연대하여 이곳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도록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가자고 하셨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 말은 한 사람이 온전한 인격체로 배우고 자라나기 위해 다양한 유·무형의 경계를 넘어 연대하는 배움의 터전이 필요하다는 말이리라. 내 아이와 네 아이의 구분, 교실 안팎의 구분, 학교 안팎의 구분을 넘어 만날 기회를 마련하고 서로 생각을 나누고 작은 걸음부터 함께 내딛는 것이 마을교육공동체의 시작이 아닐까.

최유경 | 강원 홍천 청량분교 교사로 활동하면서 아이들과 생기 주고받으며 지냅니다.


뉴스편지 구독하기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방문자수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밝은누리>신문은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이야기, 농도 상생 마을공동체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