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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야물게 잘 묶었네
도란도란 둘러앉아 볏짚일 하며 손 끝에 담는 살림예술


메마른 짚에서 따스한 온기 전해진다.
알곡 떨궈주고서도 할 일 많은 볏짚.
밭도 덮어주고, 메주도 걸고, 김장독도 묻고, 쓰임새도 요모조모 알차기도 하지.
먼 옛날도 아니었는데, 짚으로 오만가지 하던 때가.
오래 내려오던 일이 어느 순간 뚝 끊어지다시피 한 거다.
밝은누리움터에서 그 길 고이 이어가자며 살림예술을 한다.


먼저 겉잎 떼어내고 일하기 좋게 다듬는다.

물에 적셔 부들부들하게 하고, 망치로 두들겨 억센 부분 부드럽게 한다.

이제 본격적인 새끼 꼬기.

비비고 비비고, 신나게 꼰 새끼를 돌돌 말아 똬리를 만든다.
똬리가 뭔고 하니. 어머니들이 머리 위에 물건 일 때 괴던 것이다.
상상하는 대로 응용이 가능하다.
밭에 호박 열릴 때 귀하게 받쳐주어도 좋고, 냄비받침으로도 쓸 수 있다.

달걀꾸러미 엮는 법, 시래기(또는 굴비) 엮는 법도 배웠다.

짠! 야물게 잘 묶었다.
볏짚 정리하고 나온 겉껍질은 모아서 꼬꼬닭들 폭신한 이부자리로 내주었다.
새끼 꼬기에 자신감이 붙으니 짚으로 해보고 싶은 것은 더 많이 생겨났다.
손은 바쁘고 입은 두런두런, 추운 겨울밤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도 손끝에 마음 안에 들어온 것이 더 많다.
다음 번 겨울엔 우리가 손수 벼농사 지은 볏짚으로 둥구미도, 멍석도 만들어보고 싶어 올해 하늘땅살이 구상도 요모조모 해본다.


박지혜 | 밝은누리움터 삼일학림에서 살림예술 수업을 통해 우리 땅에 이어져온 멋과 아름다움을 찾고 익히고 가르치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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