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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들, 오래된 지혜
마을어르신께 수수비 매는 법 배우던 날


"이게 쭈글써가지고 너부둥하게 떨어지면 쓸리기도 잘 쓸리고 이뻐."
(수수가 말라 쪼그라들어 수수알맹이가 떨어지면 잘 쓸리고 이쁘다는 뜻)

"비 매는 거 배워 뭐할라 그래?"
"빗자루 만들어서 쓰면 좋잖아요. 주변에서 이거 배우겠다는 사람 없었어요?"
"요새 다 사서 쓰니까, 만들려는 사람 없었지.
저 위 살던 할아버지가 맹들어서 동네사람들 다 나눠줬었어."


(수숫대를 하나하나 포개며)
"끝을 맞춰, 끝을. 이르케, 이르케, 이르케해서 이르케하면 돼.
이르케 하면 자연적으로 꾸부러지게 돼있어.
꾸부리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꾸부러지게 돼있어."

"그 전에 (플라스틱) 끈이 없을 때는 뭘로 엮었어요?"
"길쌈하는 삼이라고 있었잖아. 삼베 만드는 거.
그거 아니면, 산에서 피낭구(피나무) 껍데기 삣겨 가지고
일궈서 꽈가지고 하고 그랬어. 그게 질겨."


작은 물건 하나라도 정성스레 만들다보면,
그 물건에 혼이 실린다.
그렇게 만든 건 정이 붙어, 쉽게 못 버린다.
요새 세상처럼, 새로운 거에 마음 혹해,
사람이든 물건이든 쉽게 쉽게 못 바꾼다.

효제곡마을 김형중 어르신께 수수비 매는 법 배우던 날.
그 어떤 정교한 기술이나 손놀림보다
마음과 정성 다해 살아가는 법,
그거 하나 배우며 살고 싶다.


오승화 | 좋은 땅에 움튼 참생명과 한몸되어 살아가는 강원도 여성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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