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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도리깨

평생 농사지으며 살아오신 마을 할머니, 콩 타작하시는데, 작은 체구에 힘차게 휘둘러 땅으로 내리치는 나무도리깨가 눈에 띈다. 요 아랫집 할아버지께서 손수 만들어주신 도리깨란다. 서석 효제곡마을 사시는 일흔여덟 김형중 할아버지시다.

기다란 나무 끝에 단단하고 탄력 있는 물푸레나무 줄기를 매달았다. 손재주가 좋아, 할아버지표 도리깨를 쓰는 집들이 여럿 있단다. 할아버지 찾아가 여쭸더니, 이제 못한다며 그저 손 내저으신다.

할아버지 집 농기구 보관하는 데 가보니, 할아버지 손때 묻은 ‘작품’들 여럿이다. 맸을 때 무척 가벼운 등지게, 싸릿대 겹겹이 조개 모양으로 엮은 ‘발채’를 얹으면 더 많은 짐 실을 수 있단다. 남은 수숫대 꽁꽁 묶은 수수빗자루, 커다란 박 썰고 긁어내서 만든 바가지. 자연에서 유용한 살림도구 창조할 줄 아는 슬기로움, 마음에 담아둔다.

최소란 | 봄이면 호박덩굴 타고 올라가라고 세워놓은 지줏대, 여름이면 한겨울 뻥튀기감으로 껍질끼리 묶어서 말려지는 옥수수, 가을밭에 줄지어 세워진 콩단 따위, 마을길 다니며 감탄하게 되는 살림예술을 찾아 [지금 이 순간] 지면에 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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