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음 열고 활짝 웃자"
다문화 아이들에게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 보여주는 '해밀학교'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사는 다문화가정 학생이 67,806명이라고 한다. 피부빛깔, 말글, 가정형편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차츰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한국사회에 싹트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13년 4월 문을 연 해밀학교.
이런 흐름 속에 2013년 4월 홍천 남면 명동리에 중등대안학교 ‘해밀학교’가 개교했다. 가수 인순이 씨(김인순 이사장)가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 외로움, 고통뿐만 아니라 사랑, 격려, 위로를 자신과 같은 다문화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학교를 꿈꿨고, 오랫동안 교육운동을 해온 좋은 교사들이 결합해 학교를 운영해갈 수 있게 되었다.
오늘 마을신문이 만난 사람은 해밀학교에서 윤영소 님(52)과 황덕명 님(52)이다. 두 분은 산청 간디학교, 담양 한빛고등학교, 강화 산마을고등학교 등 여러 대안학교 설립과 운영에 힘써온 분들이다. 우연히 인순이 씨를 만나게 되고 그 인연으로 지난해부터 함께하고 있다.
해밀학교에는 현재 다문화가정 자녀, 중도입국 학생, 탈북자 자녀 등 15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중도입국 학생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서 살다가 여러 사정으로 청소년기에 한국에 들어와 살아가는 이이들이다. 해밀학교는 중도입국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도 진행하고 있다.
결혼이주자의 자녀들은 그나마 어렸을 때부터 한국어를 쓰는 문화 속에 자라기 때문에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하지만, 요즘에는 한국어 교육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중도입국학생들도 문의가 많다. 이주노동자 자녀들도 있고, 외국에서 살던 부모가 서로 따로 살게 되어 한국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오게 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눌한 발음으로 혹시 놀림을 받을까 마음을 닫았던 아이들이 이곳에서는 선생님들과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곳은 그런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죠. 어눌한 말로 때로는 농담도 합니다. 말문이 트인 아이들은 그동안 차단된 대인관계의 문이 열리고, 정서적으로도 안정을 갖게 됩니다. 그로 인해 언어 실력도 늘고 학습태도도 향상되는 거예요.”
일반 고등학교와 사뭇 다른 학교 시간표를 보았다. 영어, 한국어, 수리과목 외에 합창, 퍼포먼스, 민주주의와 공동체, 융합교양, 시와 음악, 농사 등 함께 호흡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키워가는 교과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친구들과의 공동생활 속에서 갈등을 풀어가며 마음을 넓혀가는 것이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가는 살아있는 교과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학부모들이 일정한 급식비와 기숙사비를 내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입학금, 분기납입금, 급식비, 기숙사비 등을 전면무상으로 해서 학비 없는 배움터를 만들려고 한다. 다른 대안학교들에 비해 낮은 금액으로 운영해왔지만, 이마저도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다문화가정들을 고려하여 해밀학교를 함께 지원해줄 후원자들을 계속 모집하려고 한다.
해밀은 다채롭고 생기발랄한 자신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그런 학교문화와 배움을 중심에 두고자 한다. 배움의 영역을 한정하지 않고, 배움의 공간을 학교 울타리로 가두지 않고, 지역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남면 지역의 마을 주민들과 화합하고 소통하며 다양한 분야의 교육과 문화 교류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기획했다.
해밀학교는 '남면에 가면'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축제를 지역주민들과 함께했다.
해밀학교는 홍천 남면 명덕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는 유기농 농사를 짓는 분들도 많다. 이분들을 초청해 지난 10월 31일 ‘남면에 가면’이라는 학교 축제를 마을 주민들과 함께 진행했다. 해밀학교 풍물단 ‘해밀가락’이 축제의 문을 활짝 열고, 이웃 학교인 양덕중학교 학생들의 춤과 합주 공연이 이어졌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만들어낸 작품들도 전시하고, 주전부리를 즐길 수 있도록 떡메치기, 군고구마 부스 등을 준비했다. 학생, 교사, 지역주민들이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아름다운 마을이 학교를 함께 키워가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해밀’은 비온 뒤 맑게 갠 하늘이라는 뜻이다. 학교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할 수 있는 꿈의 터전을 만들고 싶어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키워가는 해밀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을 응원하게 된다.
고영준 | 홍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교육운동의 흐름을 주목하고, 소통하고 연대해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