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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친구 있어요? 
안심되는 실험공동체, 룰루랄라 우리동네사람들

'우리 동네 사람들'이라…. 어린 시절 살던 동네가 생각났다. 경남 거창군 위천면 산골마을. 거기엔 마음만 먹으면 즐겁게 놀 수 있는 조건들이 항상 있었다. 친구, 산, 그리고 개울가. "종문아~ 노올자~" 종문이는 늘 동네에 있었고 우린 비탈길을 내달려 개울가에서 물놀이를 하곤 했다. '우리동네사람들'이 있는 동네는 어떨까? 그곳에는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친구가 늘 있을까? 4월 24일 늦은 4시, 궁금함을 안고 인천 검암동을 찾았다.

'우리동네사람들(우동사)'은 인천 검암에 있는 한 빌라 401호에서 2011년 시작되었다고 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협동조합형 카페를 하는 정훈 씨 등 정토회 모임에서 만난 여섯 명이 "함께 살아보자"며 의기투합한 것. 공동체를 고민해보자며 붙인 이름이 우리동네사람들이다.


"불안하지 않은 삶을 살고자 만난 여섯 명이 귀농귀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 대화 자체가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을 더 깊이 논의해보자'는 생각으로 일주일 합숙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그 일주일은 더 행복한 거예요. 함께 먹고 자고 이야기하며 지낸 게. 그래서 아예 여섯 명이 '동거(?)'를 실험해보기로 했어요. 계획적이기보단 우발적이었던 거죠." 그 때가 고스란히 기억난다는 듯 미소를 띠우며 성희 씨가 말했다.

귀촌을 하려고 첫 해 1년 동안 답사를 다녔다고 했다. 여러 곳을 다니며 어디서 살아야 행복할지 계속 생각했다. 자신들이 원했던 귀촌의 핵심은 안전한 관계망을 가지고 안심하며 사는 것인데, 도시에서도 관계의 그물망을 잘 만들어놓으면 그런 삶이 가능할 거라는 생각의 씨앗이 인천 검암의 우동사를 있게 했다. 우동사에 찾아오는 사람도 조금씩 늘어났다. 우동사는 옆집(402호)과 아랫집(302호)으로 확장됐다. 단디 씨도 집이 늘어날 때 결합한 사람이다.

“저는 몇 해 전 전북 남원으로 귀촌을 했었어요. 경쟁 지상주의에 대한 회의와 생태적인 삶에 대한 고민이 합쳐진 결과였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폐교에 목공방을 열어 실험을 시작했는데,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아, 혼자는 안 되겠구나!’ 그 뒤로 함께 미래를 꿈꿀 친구를 찾아다니다가, 우동사를 만난 거죠.”

처음엔 단디 씨도 공동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부부도 아닌 사람이 하루 종일 같이 살며 어떻게 평안하게 지낼 수 있지?' '우동사'라는 거대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거기 모인 개인이 실체일 뿐인데 자신이 자꾸 '우동사는 이러이러할 것이다'라는 대전체를 밖에서만 생각하니 공동체라는 것이 이해 될 리 만무했다.

점진적이긴 하지만 결국 그의 생각을 바꾼 건, 3분의 1로 줄어든 생활비로 인한 경제적 효용도, 부르면 놀러갈 친구가 항상 옆에 있는 점도 아니었다. 서로 마음을 터놓는 시간, 속 깊은 관계의 훈련을 시작하는 '마음 나누기'시간이었다.

요즘은 조금씩 자율모임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지만, 1년 전까지 우동사에선 한 달에 한 번 모두 함께 모여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이때만큼은 모두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았다. "집안 청소를 나 혼자만 하는 것 같아 속상해요.", "참다 참다 어렵게 단체 카카오톡방을 통해 말을 꺼냈는데도 왜 달라진 게 없죠?" 담아뒀던 속내가 봇물처럼 터지는 시간. 각자의 마음을 나누고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간다. 그래서 이 시간에 붙은 이름이 '마음 나누기'다.

"이 시간을 통해 '청소를 나만 한다'는 오해가 풀리는 경험을 했어요. 제가 왜 화났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니 제가 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집안일 자체가 아니라,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일할 때 화가 나는 거였죠. 함께 사는 친구가 '너 혼자 그렇게 안 해도 돼'라는 말을 해 줄 때 마음이 편해지는 걸 경험했어요. '마음 나누기' 시간에 서로의 청결 민감도를 고려하되 자신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을 때 알아서 청소하기로 했죠."(성희)

"결국 소통이 제일 중요해요. 처음에는 무슨 말이든 솔직히 할 수 있는 것이 목표였죠. 규칙 없는 것이 규칙이었고요. 서로 친해지려 했고 마음 편하게 말하려 했어요. 마음 나누기는 자신과 상대의 마음상태를 들여다보는 소중한 시간이에요."(정훈)


지친 업무에 피곤할 수 있지만 주말에도 우동사 식구들은 농사를 지으러 강화도에 간다고 한다. 협력하며 땀 흘리는 것이 고됨이 아니라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는 청년들, 말 그대로 '청춘다운' 모습이었다.

김승권 | 주중에는 서울에서 잡지사 기자로 일하고 주말에는 홍천에서 쉼을 얻는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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