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멀게만 느껴진 51km, 끝까지 뛰다
"철인3종에서 흘린 땀, 전쟁 난민의 눈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출발!" 일제히 첨벙첨벙 물속에 들어갔다. 철인3종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이 남한강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모두 팔을 힘껏 휘저으며 물장구쳤다. 9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강에 들어가니 진풍경을 이뤘다. 1km 되는 거리를 헤엄쳐갔다. 혼자만 앞서나갈 수는 없었다. 자기 조에 수영을 못 하는 사람이 있으면 서로 끌어주면서 함께 가야 했다. 수영 다음에는 자전거 40km, 달리기 10km가 기다렸다.

'평화의 철인3종경기'가 7월 21일 경기 양평에서 열렸다. 평화단체 개척자들과 '헬프시리아(Help Syria)'를 비롯한 6개 단체가 함께 준비한 대회다. 개척자들은 2000년 동티모르·아체 등 분쟁지역에서 평화활동을 함께할 청년들을 훈련하고자 철인3종경기를 시작했다. 2005년부터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게 하여 매해 여름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에는 특별히 내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시리아 난민을 기억하며, 참가비 일부를 후원하기로 했다.


대회에는 23개 모둠이 참가했다. 남녀 혼성으로 4~5명이 한 모둠을 이뤘다. 학생, 직장인, NGO 활동가 등 다양한 이들이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철인3종경기 경험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철인3종 정규 거리는 아니지만, 올림픽 3종 경기 종목과 비슷한 거리인 수영 1km, 자전거 40km, 달리기 10km, 총 51km를 완주해야 한다.

선수들이 하나둘 물에서 나왔다. 숨 돌릴 사이도 없이 곧바로 자전거에 올라탔다. 이제 자전거를 타고 40km를 가야 하다니, 까마득했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일정한 속도로 페달을 밟았다. 어느새 자전거 결승점에 다다랐다.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다리는 욱신욱신했다. 이제 달리기 10km가 남았다. '아! 과연 달릴 수 있을까?' 한계가 온 듯했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조원들과 호흡을 맞춰서 달리다가 걷고, 다시 달리다가 걷고를 반복했다.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마지막까지 힘을 내서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했다.


헬프 시리아 압둘 와합 기획국장이 참가자들에게 시리아 상황을 알렸다. "시리아는 오랫동안 내전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2011년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일어나 이때부터 정부군과 반군의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내전으로 인해 집을 잃고 다른 나라로 이주한 난민이 380만 명에 달합니다. 이는 시리아 전체 인구의 약 17%입니다. 시리아 사람들이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잘못도 없는 아이들에게 밝은 얼굴빛과 웃음을 되찾아주고 싶습니다."

참가자들 모두 자기 한계를 뛰어넘으며 완주했다. "뛰다가 너무 힘들어서 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제가 흘린 땀은 시리아 사람들이 흘린 눈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한 참가자가 건넨 말이다.

임안섭 | 올해 처음 철인3종경기에 나갔습니다. 한계를 이겨내며 뛴 경험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서울 인수마을에서 지역 현안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강원 홍천에 있는 삼일학림(고등대학통합)에서 하늘땅살이 농사와 철학을 배우고 있습니다.


뉴스편지 구독하기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방문자수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밝은누리>신문은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이야기, 농도 상생 마을공동체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