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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게 밭에서 답을 얻는
농부들의 연대, 정농회

40년 역사 동안 해마다 1월이면 전국 각지 정농 회원들이 모여 지혜를 모으고 기도하는 모임을 갖고 있다. 올 1월 19일 노근리 평화공원에서 열린 연수회. (사진 제공 정농회)


"공동체를 하는 것은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다. 자기들끼리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모인 것은 집단 이기주의다. 자급자족하고 남은 것은 이웃을 위해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자급하기가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양주에서 공동체를 할 때는 겨우 자급했지만 사업을 확장하려다가 실패했다. 다 접고 속리산자락으로 가서 6천 평 땅을 일구며 살고 있다. 우리만 먹고 사는 게 아니라 이웃을 도우며 사는 일이 쉬운 게 아니다. 어떻게 공동체가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

'食'의 문제를 삶의 중심에 두고 바르게 농사짓는 게 생명의 근원임을 몸으로 보여준 故 원경선 선생님이 2006년 북한산자락 인수마을을 찾아오셔서 나누어준 말씀이다. 구순 연세에 완결태가 아닌 물음을 품고 양주 풀무원공동체에 이어 괴산에서 '평화원'을 펼쳐갈 때였다. '생명 존중, 이웃 사랑'에 천착해온 삶은, ‘나눔을 통한 인류 평화’라는 화두로 연결되고 있었다. 그런데 생협과 같은 나눔 구조에서 자칫 빠질 수 있는 함정으로, 자기가 먹기 위해 농사짓고 남은 걸 파는 게 아니라 팔기 위한 농사가 되어버리는 현실을 경계하며, 자급을 강조한 것이다.

그 여정에서 1976년 정농회가 탄생했다. 이제껏 지어온 농사가 생명을 수탈하는 농사였음을 깨닫고, 정직하게 밭에서 답을 얻겠다고 돌이킨 농부들의 고백과 연대가 그 밑거름이었다. 2003년 일간지에 연재된 원경선 회고록을 보면, 초기 수년 동안 인정받지 못하고 기가 꺾이기도 했지만, 점차 토양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노력하면 할 수 있겠다는 오기로 겨울을 앉아서 기다리는 대신 다음해 농사를 위한 준비로 분주히 보냈다고 한다. 40년 역사 동안 한결같이 새해 벽두면 농부들이 첫 마음과 결속력을 지켜가고자 자세를 가다듬고 둘러앉아 공부하는 정농 연수회가 열렸다.

정농 운동은 듬직한 일꾼들을 길러냈고, 귀농운동의 흐름과 맞물려 생명농업에 대한 씨앗을 퍼뜨렸다. 시대의 큰 어른이 구순 연세에 찾아와 보여주신 '학생심'을 품고, <아름다운 마을>은 정농회 사람들을 만나본다. 40년 전 식량 증산을 국가 과업으로 쌀 품종을 개량하고 약을 살포하던 분위기에 굴하지 않을 수 있던 배짱이 어디서 나왔는지, 지금 정농의 정신은 어디로 이어지고 있는지 질문을 가지고 홍성땅에서 주형로 선생을, 포천땅에서 김준권, 원혜덕 선생을 만났다.


풀무 학생에서 정농 농부 되어 협동정신으로 마을 일구는 주형로

▶ 생명역동농법으로 정농 운동 이어가는 김준권, 원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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