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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마을 하늘땅살이 2월 날적이

1월 22일
거둔 팥으로 찐빵 만들어 먹고, 씨 고르고 남은 서리콩 볶아둔다. 내일은 식혜도 한 번 만들어볼까나? 겨울, 밭도 눈 덮고 자고 있는 이때에 잠시 여유를 즐기며 할 수 있는 재미난 일들이 많다. 이전에는 활동하기에 이리저리 불편하다고 제일 꺼려하던 계절이었는데, 이제는 은근 기다려진다. 잘 쉬고, 몸과 마음도 잘 돌아보면서 새해 농사도 잘 준비해야지. - 승화

1월 22일

흙과 거름에 대한 책을 읽을 때마다 '석회'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여 조바심도 나던 차에 마침 오늘 선물로 받은 각굴 나눠먹고 나온 껍질 무더기가 반가웠다. 구들 불 지필 때 조금씩 굽고 가루 내어 흙에 보태주려 한다.
오랜만에 잔가지 하러 숲에 갔다. 잔가지 한 짐하고, 땔감 정리해두면 마음도 든든해지고 몸에도 땀이 나서 개운하다.
잣 모아둔 상자에 쥐가 구멍을 뚫고 들어와 살고 있었다. 상자에서 튀어나온 쥐를 보며 나도, 심지어 지나가던 고양이 도토리도 같이 놀랬다. 덕분에 저녁에 잣송이 까고 정리했다. - 한영

1월 23일
점심 먹기 전, 해가 좋아 밭 한 바퀴 돌았다. 지난 가을 밭 정리 못한 흔적, 눈 녹으며 그대로 드러나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눈 녹은 물 고여 살얼음 얼어붙은 곳엔 두둑을 좀 더 높여줘야겠군 생각하기도 하고, 지주대 여전히 튼튼해 보이는 곳엔 뭘 심어 다시 쓸까 궁리도 해보고, 겨울나고 있는 밀, 밀동초, 시금치, 그리고 땅 속에 있을 마늘에 눈길을 주기도 하면서.
메주가 덮던 목화솜이불 하루 내내 널어두고 볕도 쬐고 바람도 지나갔건만 그 냄새 가실 줄 모른다. - 한영

1월 24일
단풍콩잎 소금물에 삭혀둔 것 짠기 빼고 조려 먹는데, 단풍콩잎 먹기 위해 콩 심어야겠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정도로 밥도둑 반찬이다. 지난 가을 차곡차곡 저장해두었던 게 빛을 발하는 순간. 물론 무청, 배춧잎 말린 것도 두말할 필요 없이 나물이며 된장국으로 든든한 반찬거리다.
오후부터 머리가 아프고 불 때고 나오는 연기가 유난히 싫게 느껴졌다. 시원한 동치미국물 들이키니 두통이 조금 잠잠해지는 듯하다. 시원하게 톡 쏘는 맛 계속 생각나 작은 병에 담아와 홀짝거린다. 올해 가을에도 이렇게 맛있게 동치미 담궈야지! - 한영

1월 26일
혹시나 하고, 늦가을 보관해둔 씨무와 씨배추를 살펴보았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열었는데…, 꺄악! 세 군데로 분산 숨김(?)했는데, 한 군데는 전멸이요, 한군데는 반만 살았다. 그나마 냉장고에 있던 씨무만 온전하다. 날씨가 포근해서인지, 신문지에 안 싸고 바로 스티로폼 상자와 비닐로 싸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마음이 착잡했다. - 승화

1월 31일
차가워진 공기가 반가웠다. 요 며칠 사이에 김치 저장해둔 방 온도가 4도를 넘을 기세라 일부러 창문 방문 통해 찬 공기 들어가게끔 아침저녁으로 살피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골마지 끼면서 물러진 김치들이 항아리 위쪽에 생기기도 했는데 물러진 부분은 밭으로 보내고, 남은 부분 국거리, 조림용으로 따로 챙겨두었다.
공기는 차가워도 햇살은 좋아 메주 냄새나는 목화솜이불, 바람목욕 햇살목욕 반나절 했다. 오늘이 세 번째인데 여전히 ‘메주 덮었던 이불이오’ 하고 냄새 폴폴 풍긴다.
오늘 점심밥상엔 말려둔 무청이 나물밥 되어 올랐다. 곧 봄이 올 텐데 싶어 말려둔 배춧잎, 무청시래기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밥상에 올려야지.  - 한영

2월 6일
한동안 갈무리 멈춘 씨앗더미, 머리 복잡한 틈에 조금씩 정리해본다. 골라둔 메주콩도 씨앗병으로 챙겨둔 유리병에 옮겨 담고, 작은 통에 넣어둔 상추, 쑥갓, 참나물 씨앗통에도 이름표 써붙여 다른 씨앗병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다 줄콩병에 하얀 곰팡이 발견, 깜짝 놀라 씨앗을 꺼냈다. 덜 마른 탓이었을까, 여전히 케첩 냄새나는 유리병 때문이었을까. 다행히도 씨앗은 무르지 않았다. 다시 접시에 고이 펴서 말리는 중.
지난 가을 아주까리 한 포기가 내어준 열매 몇 개 안 된다고 맨손으로 껍질 깠더니 손끝이 거칠거칠해졌다. 열매와 잎을 어떻게 생활에 들일 수 있을지… 그러면서 올해 농사 생각으로 자연스레 흘러간다.
눈 오기 전 잔가지 여러 짐 해놓지 못해 안절부절인 마음 없진 않았는데, 올겨울 눈이 많이 오지 않고, 쌓인 눈도 금방 녹아 잔가지 해오기는 참 수월하다. 구들방 불 지피며 수북했던 굴껍질이 반으로 줄고, 잘 바스러지는 굴껍질더미 한 자루 생겨 든든하다. - 한영

2월 14일
씨앗병 둔 곳이 씨앗이 지내기엔 따뜻한 편이어서 마음이 쓰였는데 마침 좋은 기회를 만나 그제어제 이틀에 걸쳐 서늘한 곳으로 이사했다. 지난번처럼 곰팡이 난 씨앗은 없나, 벌레들이 생겨 먹고 있지는 않나, 살피기도 하고 아직 갈무리 덜 된 씨앗 확인도 했다. 정리된 씨앗장을 보고 있으려니 곱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어떤 부담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닷새 동안 집중 바느질하며 사폭바지 한 벌, 모양을 갖추어간다.  -  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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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 승화 | 학교와 밭에서 씩씩하게 자라나는 생명들을 보며 희망을 얻는 홍천의 소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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