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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속에 산다, 너와 내가 (1)
삼일학림 하늘땅살이 날적이 4월 넷째주 ~ 5월 첫째주

4월 20일 달날

곡우다. 비가 온다. 예감이 좋다. 아침에 비가 와서 계획했던 옥수수 심기를 못하나 했다가 오후엔 비가 그쳐서 옥수수 씨를 넣었다. 개운하다. 올해는 두 이랑이나 옥수수를 심는데, 많이 열리면 친구, 동생, 선생님들이랑 맛있게 나눠먹고 싶다. - 해민

4월 20일 달날
비가 온종일 내린다. 상추 심고, 기다리던 비다. 눅눅하고 스산한 비바람도 반갑다. 상추가 더 질기고, 힘 있게 자랄 수 있을 것 같다. 올 하늘땅살이에 하늘도 기운을 불어주는 듯하다. - 주은

4월 21일 불날
내일 밭벼를 심을 거라 밭도 다듬어놓고 씨 소독도 했다. 산도 밭 메벼다. 60도 온도에 7분 동안 소독한다. 
밭 정리하는 건 정말 재미있다. 귀찮긴 해도, 시작만 잘하면 동력이 붙어 재미있게 할 수 있다. - 해민

4월 21일 불날
땅콩을 심었다. 작년에 먹고 싶은 것 참으며 가장 실한 것만 골라 놓은 씨다.
내일 심을 밭벼를 소독했다. 우선 실한 종자를 선발하려고 밭벼씨를 소금물에 넣었는데, 가라앉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아마 작년에 벼를 수확하고 비닐집에 오래 방치하다시피 두었는데 쥐가 먹은 것 같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밭벼를 양파망에 담고 소독했다. - 예진

4월 21일 불날
날씨가 정말 좋았다. 어서 부엽토를 푸고 낮잠을 자려고 열심히 일했다. 모기와 파리들이 내 귀에 대고 왱왱거리니 정말 여름이 왔다는 것을 느꼈다. 말라가는 밭에 부엽토를 덮어주니 한결 밭 상태가 좋아보였다. 땅콩과 방울토마토, 오이와 상추에게도 덮어주고, 땅콩과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땅콩에 두세 배 깊이만큼 파서 한 구덩이에 두 알씩 넣고 흙을 살살 뿌려주었다. - 진혁

4월 21일 불날
고구마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것 같다. 새로운 싹들도 계속해서 돋아난다. 기분 좋다. 어서 고구마를 밭에 심고 싶다. 그리고 동아도 심어야 한다. 내 동아밭은 풀들이 많고 옆에는 중학생 동생들이 엄청나게 깨끗하게 해놔서 내 밭과 비교가 되었다. 풀을 뽑기 싫어졌다. 풀을 뽑아야 씨앗을 심는데 말이다. 이것은 무슨 심리일까? 내일 해야지. - 성은

4월 22일 물날
고추 옆자리에 사과참외를 심고 어제 다듬어 놓은 밭에 벼도 심었다. 오래 걸려서 힘들었지만, 은진언니 도움도 받고, 고요한 시간 길게 가지니까 오히려 마음이 정화된 것 같다. 사과참외가 잘 되면 친구들, 동생들, 선생님들과 나눠 먹어야지! - 해민

4월 22일 물날

비가 왔던 터라 냇가에 물소리가 맑고 경쾌하게 들린다. 고구마싹이 많이 자랐다.
단호박을 심었다. 한 구덩이에 세 알씩 넣었다. 가장 작고 모양이 울퉁불퉁한 알이 하나 남았는데, 어떻게 할 수 없어서 마저 심었다. 만약 그 씨앗이 다른 씨앗보다 잘 자라면 재미있을 것 같다. - 은진

4월 22일 물날
밭벼를 심었다. 작년에 간격을 넓게 했더니 벼가 잘 쓰러졌었다. 그래서 올해는 간격을 좁게 해서 서로 지지하며 자라날 수 있도록 하고 한 구덩이에 열 알씩 심었다.
오이밭을 다듬고 오이를 심었다. 돌로 가득했던 밭의 흙이 점점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 예진

4월 22일 물날
요즘 김매기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아는 풀이 많아지니까 못 뽑겠다. 다 먹을 수 있는 풀이니 아깝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못 뽑겠다. 지금은 냉이만 살려두고 있는 정도이다. 처음 학교에 들어왔을 때는 죄다 잡초로밖에 안 보여서 풀이란 풀은 죄다 뽑았는데, 이제 아는 풀이 생기니 생명을 소중하게 대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작은 풀에도 이름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쑥, 냉이, 망초, 꽃다지, 벼룩나물 등등 다 예쁜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안 뽑을 수는 없어 뽑을 때마다 미안하다고 이름을 불러주면서 뽑고 있다. 하여간 밭을 다듬고 토마토를 심었다. 씨가 워낙에 작아서 잘 날지는 모르겠다. 이 작은 씨앗이 싹을 틔운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토마토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싹이 잘 나면 좋겠다. - 어진

4월 23일 물날
요즘은 아침에 눈이 부셔 깬다. 해 뜨는 시간 일러진 만큼 몸도 그에 맞게 지내면 좋겠다.
해오름밭에 오이 심었는데, 작년에 비해 흙이 좋아졌다는 걸 새삼 느꼈다. 뽀리뱅이, 점나도, 꽃다지, 지칭개, 민들레 따위의 못 보던 풀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그만큼 생명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작두콩은 엄지손가락 한마디만하다. 너무 커서 한 알에 싹 두세 개는 거뜬히 나올 줄 알았는데, 한 알에 싹 하나씩 난다는 선생님 말씀에, 한 구덩이에 한두 알씩 넣었다. - 주은

4월 23일 나무날
오늘은 감자싹이 났을 것 같아서 가봤는데 감자싹은 안 나왔고, 대신 해바라기싹이 나올 것 같았다. 해움 옆 해바라기 심은 곳에, 흙이 봉긋 솟아 있었고 갈라져 있었다. 또 장독대 오디나무 옆에도 심었는데 그곳은 누군가 밟아서 안 나올 것 같았다. 오히려 해움 옆에 심은 해바라기가 더 안 나올 줄 알았는데 그 거칠고 딱딱한 땅을 뚫고 나와준 게 기특하고 고마웠다. 이렇게 열심히 싹을 틔웠는데 설마 새가 먹진 않을까 걱정이다. 고구마도 잘 자란다. - 어진

4월 23일 나무날
노린재가 살살이꽃을 싫어한다고 해서 밭 주변에 살살이꽃을 심었다. 그런데 누군가 살살이꽃에 노린재가 있는 것을 봤단다. 원하는 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을에 활짝 필 살살이꽃을 생각하니 그것만으로 기대가 된다. - 은진

4월 23일 나무날
오늘 동아씨를 심으러 갔다가 또 못 심었다. 풀을 뽑을 때마다 개미굴이 나오고 계속 말벌이 와서 내 얼굴 주변을 맴돌아서 도망가야만 했다. 내일 심지 뭐. 대신 오빠들이 나물 뜯는 걸 조금 도와줬다. - 성은

4월 23일 나무날
밥상에 올릴 반찬을 했다. 도라지미나리초무침에 우리가 뜯은 풀들을 함께 버무리기로 했다. 점심 먹고 밭에 있는 풀들에 대해 알아본 뒤 1~2시간 동안 풀들을 뜯었다. 내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꽃다지가 전부 꽃을 피우는 바람에 뜯을 수 없었다. 아쉬웠지만 이번 기회에 다른 여러 풀들을 알게 되었다. 점나도와 쑥을 뜯고 달맞이를 캤다. 오랫동안 뜯었는데도 생각보다 양은 얼마 되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풀들을 뜯어 요리한 적은 처음이었다. 어디서 구입하지 않고 풀들을 뜯어 맛있게 밥 먹는 것이 참 감사했다. - 진혁

4월 23일 나무날
며칠 전만 해도 땅을 길 정도로 작았던 밀동초가 갑자기 부쩍 커 꽃대를 올렸다. 다른 남새 씨 넣느라 겨울작물들에게 소홀히 한 탓에 한 번 무쳐 먹어보지도 못했다. 한참을 밭에 쭈그리고 앉아 나뭇가지로 흙을 쑤시다가 씨는 꼭 잘 받자 하고 마음 추슬렀다. 끝까지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품, 긴 호흡으로 생명과 마주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 주은

4월 23일 나무날
완두콩밭을 가봤는데 마치 싹 같은 게 올라왔다. 정확히 심은 자리마다 땅이 갈라지더니 그 틈으로 두툼한 줄기가 올라오고 있다. - 상원


4월 24일 쇠날
아무래도 완두콩 싹이 맞는 거 같다. 땅 뚜껑을 들어 올리듯이 힘차게 올라온다.
호박을 심었다. 호박 밭에 달맞이가 너무 많은데 뽑기가 아까워서 그냥 놔뒀다. 달맞이를 피해 한 구덩이에 세 알씩, 네 구덩이 심었다.
산에 가서 잔가지를 했다. - 상원

4월 24일 쇠날
터전과 산 곳곳에 진달래가 한창이다. 진달래로 화전만 해먹다가 진달래 효소를 떠올리게 되었다. 효소 담그려고 틈틈이 따고, 꽃 수술을 떼어냈다. 진달래꽃 수술에 독이 있다는 사람도 있고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기는 했지만, 혹시 모르는 경우를 생각해서 번거롭지만 꽃 수술을 다 떼어냈다. 진달래는 흐르는 물에 살짝 씻고, 설탕과 버무려서 소독해둔 꿀병에 넣었다. - 예진

4월 24일 쇠날
집으로 올라가는 길, 흐르는 계곡 옆 뭍에 늘어선 곤잘나무 꽃이 흐드러졌다.
곤잘나무 꽃 하얗게 흐드러지면 푸성귀 하러 간다던데…. - 주은

4월 25일 흙날
고구마 5개 중 4개는 싹이 났는데, 아직 1개의 싹이 안 올라왔다. 붉던 고구마 잎에 초록빛이 돌기 시작했다. - 은진

4월 25일 흙날
아직도 고구마싹은 나지 않는다. 감자싹과 옥수수싹이 움틀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뭔가 내일이 되면 짠하고 싹이 올라올 것만 같다. - 진혁

4월 25일 흙날
오이를 심었다. 오이씨는 내가 작년에 심어서 길러서 직접 받은 씨다. 작년에 심어봤는데도 씨가 감자, 땅콩, 완두콩 따위보다 심히 얇아서 그런지 왠지 불안하다. - 상원

4월 26일 해날
시원한 움(교실)에 있어도 덥고, 밖에 나가도 더운 날씨다. 사람은 후덥지근해 몸서리치지만, 메와 들의 연둣빛 생명들에게는 꽃 피우기 더 없이 좋은 때이다. 사랑채 앞 돌배나무에도 하얗게 꽃이 피어, 오갈 때마다 배냄새 은은히 난다. 화단에 자리 잡고 있는 개복숭아나무와 명자나무도 꽃을 내고, 자목련 몽우리는 소담스레 벌어졌다. 아름드리 뒤꼍 딸기들도 하얀 꽃을 피운다. 연둣빛 도화지에 하얗고, 노란 점들이 하나 둘 더해지고 있다. - 주은

4월 26일 해날
오늘 해바라기 싹이 올라왔다. 땅이 들썩거린 지 3일 만에 해바라기 싹이 올라온 것이다.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싹의 개수가 좀 많다는 것이다. 솎아주기를 해야 하는데 미안해서 어떻게 솎아야 될지를 모르겠다. 모든 싹이 내가 기다리던 싹인데 하나만 남기고 솎아야 한다니… 슬프다. - 어진

4월 27일 달날
감자싹이 드디어 났다. 오랜만에 두툼하고 쭈글쭈글한 감자싹을 보니 반가웠다. 심은 지 한 20일만인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 상원


4월 27일 달날
밭에 감자 싹이 올라와 있었다. 4월 6일에 심었으니 정확히 3주 만에 싹이 났다. 그런데 뽑아버렸다. 달맞이랑 비슷하게 생긴 놈이 좀 크길래, 뽑았더니 기다란 뿌리 밑에 감자가 딸려왔다. 순간 머리가 새하얘져서 미친 사람처럼 땅을 파고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말하며 묻어줬다. 씨눈이 여러 개니까 그 중에 하나 나는 게 있겠지란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 어진

4월 27일 달날
조, 수수 밭 헛김매기 했다. 벼룩이자리, 달맞이, 망초, 꽃다지, 고들빼기 따위가 군데군데 자라있었다. 한 개체만 있던 점나도는 놔두고 나머지는 푸성귀 효소에 보태었다. 들깨처럼 보이는 싹도 있었는데 떡잎 크기가 검지손가락만 했다. 한 이랑에 사는 생명만 해도 참 여러 가지다. 고구마밭 헛김매기도 했다. 헛김매기하면 흙 상태도 보고, 밭에 누가 살고 있는지 볼 수 있어 좋다. 연둣빛 동글동글한 상추싹이 빼꼼 머리를 내밀었다. - 주은

4월 28일 불날
오늘은 기적 같은 날이다. 오디나무 옆 해바라기가 난 것이다.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을 보고, 이건 안 나겠지 생각했지만, 났다. 4개 정도가 다져진 땅을 뚫고 올라와주었다. 너무 고맙고 기쁜 마음에 물을 듬뿍 주었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에 심어서 팻말이나 울타리를 만들어줘야겠다. 나중에 엄청 커질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 어진

4월 28일 물날
저녁 먹기 전에 뒷산에 갔다. 새가 지저귀고 산들바람 불어 더운 땀 식힐 수 있었다. 새소리가 너무 고와 소리 나는 쪽을 보았지만 작은 새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다람쥐 두 마리가 엉겨 붙어 뒹구는 모습을 보았다. 내 눈치 보며 노는 게 참 재미있었다. - 주은

4월 28일 물날
고추싹이 났다. 에구, 장한 것들. 조금의 활력을 얻었다. 오줌 비우고 돌아오는 길에 밭벼 밭에 들렀다 왔는데 도토리(고양이) 그 놈이 온통 파헤쳐놨다. 조금 있던 활력마저 빼앗겼다. - 해민

4월 29일 물날
비 한 번 내려주면 좋겠다 싶은 참에 보슬 비가 내렸다. 비가 알맞은 때 멈춰주어, 밝은누리움터 운동회 때 먹을 쑥 절편과 설기에 넣을 쑥을 바지런히 뜯었다.
조, 수수는 오늘 내일 심는 게 좋다 해서, 비가 오는데도 밭으로 나섰다. 조는 줄뿌림, 수수는 한 줄에 세 알씩 네 구덩이로 조, 조, 수수 순서로 심었다. 조, 수수를 섞어지으면 키 큰 수수가 휘청하고 쓰러질 때 조가 버팀목이 되어준다. - 주은

4월 30일 나무날
어제 미처 다듬지 못했던 수수와 콩밭을 다듬고, 메주콩 자리를 남기고 수수를 한 꼬집씩 넣었다. 마늘밭 사이사이에도 웃거름을 주었다. 웃거름을 주면 열매가 실해져 마늘을 캘 때 수확의 기쁨이 더욱 커진다고 하는데 그 수확의 기쁨을 꼭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 예진

4월 30일 나무날
수수와 조를 심었다. 수수가 키가 커서 쓰러질 수 있기 때문에 받침대 역할도 할 겸 조를 사이사이에 심었다. 수수는 한 줄에 4개 정도 심고, 조는 줄뿌림했다. 수수, 조 밭 정리하는데 냉이가 많아서 냉이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은 그냥 살라고 냅뒀다. 꽃다지도 많았는데 걔들도 한 무더기 뽑지 않고 살려뒀다. - 상원

4월 30일 나무날
해바라기에게 물과 부엽토를 주었다. 안 그래도 척박한 땅에 힘들게 싹을 틔워줬는데 혼자 자라라고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물도 듬뿍 주고 부엽토도 듬뿍 주었다. 정성을 쏟아준 만큼, 잘 자라주면 좋겠다. - 어진

4월 30일 나무날
감자싹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다. 모든 감자들이 싹을 틔웠다. 부쩍부쩍 크는 모습을 보니 올해 감자농사 만큼은 풍년이 될 것 같다. - 진혁

4월 30일 나무날
어제 못 다한 수수 심기를 했다. 반이랑은 조, 수수를 섞어 심고, 나머지 반이랑은 수수와 콩을 섞어지을 것이다. 수수 양쪽으로 50~60cm 터놓고 콩구덩이 미리 파놓았다. 수수와 콩을 섞어지으면, 거름이 필요한 수수에게 콩이 땅을 비옥하게 해주어 열매가 실하게 맺힌다. - 주은

5월 1일 쇠날
비올 때 맞춰, 마늘밭 거름을 덮어주었다. 상추 난 자리는 되도록 피해 덮고, 주변 풀들 뽑아 덮어놓았다. 조금만 떠왔다가 몇 번이나 더 푸러갔다. 어제 밭에서 벌레에게 물린 곳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가렵고, 근질근질하다. 
선생님이 내 마늘밭을 보시더니 간격이 너무 넓은 것 같다 하셨다. 보통 크게 한 뼘 간격으로 심는데, 나는 호미 한 자루 간격으로 심어놓은 것이다. 심기 전에 작물이 자랐을 때의 크기나 높이를 그려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 - 주은

5월 1일 쇠날
오늘은 조, 수수에게 정말 미안한 날이다. 씨를 심는데 잘 자라주라고 하진 못할망정 심으면서 성질을 부렸다. 날은 덥고, 땀은 나지, 날벌레도 꼬여, 수수-조-조 순서대로 심는데 헷갈리지, 너무 귀찮고 짜증이 나서 나도 모르게 괜한 풀들한테 욕하고 날벌레한테 욕하고…. 중간에 참 먹으러 오래서, 심다가 말았다. 오히려 그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계속 심었더라면 밭한테도, 나한테도 안 좋았을 것이다. 이랬는데도 조, 수수가 잘 자라주기를 바란다면 너무 이기적인 것일까? - 어진

5월 2일 흙날
운동회 때 우리가 뜯은 쑥이 들어간 절편, 설기를 참으로 먹었다. 쑥이 많이 자라 있는 것들도 들어가서 쑥의 큰 줄기들이 가끔 나오기는 했지만 쑥떡은 역시 맛있다. 이제 쑥이 꽤 커서 요리하기에는 조금 억세지만 단오날 즈음에 쑥효소 담궈야겠다. - 예진


5월 2일 흙날
밀밭에 오줌거름 줬다. 밀 사이사이에 길게 홈을 파, 꽤 진하게 희석한 오줌거름을 부었다. 확실히 웃거름 준 밀과 안 준 것은 크기는 물론 색깔 차이도 크다(준 것이 더 크고, 색도 진하다). 나를 포함한 몇몇은 저게 다른 종의 밀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저녁 먹고 친구들, 선생님들과 함께 상군두리 쪽으로 산책을 갔다. 다 같이 걸으니, 자주 지나다니는 마을길도 새롭다. 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수수꽃다리에 코를 파묻고 향을 맡았다. 개울에 돌멩이 떨어뜨려 생기는 파동들이 유연하게 섞이는 모습을 넋 놓고 보기도 했다. 별 것 아닐 수 있는 것에도 신기해하고 즐거워할 수 있어 좋다. - 주은

상원, 해민, 은진, 진혁, 성은, 어진, 예진, 주은 | 밝은누리움터에서 하늘, 땅과 소통하는 것을 배우고 있는 삼일학림 학생들입니다.


<아름다운마을>은 마을 주민들의 소박한 생활과 농촌과 도시를 함께 살리는 마을공동체 이야기를 전합니다.


펴낸곳 |  생명평화연대 www.welife.org

문   의 |  033-436-0031 / maeul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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