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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마을 하늘땅살이 10월 날적이

10월 1일 좋은 때를 찾아가겠지
조 거둘 때를 보다가 오늘 1차 수확했다. 낫질 몇 번이면 다 벨 수 있는 적은 양이지만, 아직 푸릇한 기운이 남은 아이들 좀 더 두면 더 잘 익을까 싶은 마음에 몇 개만 벤 것. 이렇게 해보면서 좋은 때를 찾아가는 것이겠지. 유리병 소금물 안에 단풍깻잎, 단풍콩잎이 매일매일 조금씩 쌓여가는 요즘이다 – 한영

10월 2일 도토리묵 쑤다
산에서 주워 여러 날 말린 도토리 선물로 받았다. 도토리 갈아서 며칠 동안 물 갈아주며 가라앉힌 전분만 모아 시험 삼아 묵 쒔는데 성공적이어서 양을 늘려 다같이 먹기로 했다. 여럿이 둘러 앉아 돌로 내리쳐가며 껍질 벗겨 찬물에 담궈두었다. 솎은 배추로 된장국 끓여냈다. 뿌리째 넣은 것도 몇 개 있는데 여린데도 그새 뿌리가 질겨진 것이 놀라웠다. - 한영

▲ 이곳저곳 고구마 캐느라 바쁘다.

10월 3일 잡곡 갈무리
수수, 조 수확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들깨도 조금씩 베어 말리는 중에 있습니다. 잡곡 농사 갈무리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곳저곳 고구마 캐느라 바빠 보입니다. - 윤희

10월 3일 팥잎찬
요즘 배추, 무 볼 때면 있는 힘을 다해 자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맙다. 특히 흙 위로 빼꼼 고개 내민 흰 무를 보면 마음이 벅차다. 그러다가도 아직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열무싹, 지난주에 고개 내민 밀동초싹을 바라보면 금세 초조해진다. 열무씨 꼭 받고 싶고, 밀동초는 내년 봄에 먹고 싶은 마음 크기 때문이다. 지난번 찐 팥잎에 양념 발라뒀던 것, 김치 대신 저녁밥상에 올렸다. 맛있어서 기뻤다. 곡식 농사와 장 농사만 충실하게 해도 반찬거리는 여러 방식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기도 해서다. - 한영

10월 6일 고구마 줄기 알뜰하게
기온이 한차례 더 떨어져 제법 추워졌습니다. 고구마 수확하기 전에 먼저 고구마줄기를 땄습니다. 줄기 따서 모으니 제법 많은 양입니다. 그동안 맛있게 먹었던 고구마줄기 볶음, 고구마줄기 김치 이야기 한참 나누었네요. 알뜰하게 거두어 아쉬울 것 없이 잘 먹었네요. - 민선

▲ 줄기를 살살 잡아당기면 폭죽처럼 터지며 올라오는 땅콩.

10월 6일 한 알 심어 열 알 받으면
지난 해 재미가 쏠쏠했던 터라 올해는 땅콩을 두 배로 심었다. 그런데 수확량은 기대에 못 미친다. '한 알 심어 열 알 받으면 된 거지, 넌 욕심도 많다' 하는 소리가 올라온다. 첫해 농사는 뭐든 잘 된다던데 심리적인 것은 아닐까? 첫해에는 모든 걸 그저 황송하게 받았는데, 올해는 그새 욕심이 생겨 ‘이렇게 좀 커주지~’ 하는 기대가 오히려 날 괴롭게 한다. 다른 일은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덤비지만, 농사 하나만은 바보같이 묵묵하게만 짓고 싶다. - 승화

10월 6일 살아남은 토종가랑파
숲에서 잔가지 세 짐 해서 내려오면서 땀내고, 상추씨 속에 섞인 참나물씨 집중하고 골라내며 마음 정돈했다. 고구마 일부 거뒀다. 상처내지 않고, 중간에 뚝 끊어먹지 않고 거두기가 쉽지 않다. 마늘밭 자리 다듬다가 전멸한 줄 알았던 토종가랑파 한 녀석이 살아있어 한 쪽에 옮겨 심어주었다. 내년에 씨를 만날 수 있길. - 한영

10월 7일 세심하게 고구마 캐는 비결
고구마 캤습니다. 세심하고 예민한 고구마를 캐는 비결은 “유물을 발굴하는 마음으로!”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한 이랑 안에서도 해 드는 곳과 덜 드는 곳이 확연히 다릅니다. 크기가 크지 않고 주먹보다 작은 것이,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루 이틀, 수분 말리고 따뜻한 곳에 보관했다가, 더 추워질 때 구워 먹으면 따뜻하고 달콤하겠죠? - 민선

10월 7일 고구마줄기 묵나물
고구마, 땅콩 거뒀다. 고구마 캘 때 굼벵이 한두 마리 덤으로 캔 곳도 꽤 있다. 고구마 먹고 통통해진 굼벵이들은 닭장으로 보냈다. 가지, 고구마줄기 기분 좋게 말라 걷었다. 오늘도 또 고구마줄기 살짝 데쳐 햇볕에 말렸는데 한동안 쭉 이어질 일이다. 마늘밭 밑거름 넣어두었다. - 한영

10월 8일 이곳에 적응한 청춘감자
청춘감자 캤습니다. 봄에 심어 가을까지, 꽤 긴 시간 밭에 있는 셈입니다. 이곳 기후에 잘 적응한 것 같고, 겨울에 보관했다 봄에 심을 때도, 순이 늦게 나서 종자를 이어심기에 수월합니다. 원래 울퉁불퉁 못 생긴 게 특징인데, 올해 감자는 동글동글한 것이 많아서, 종자를 여러 해 심으면서 달라진 것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민선

10월 8일 든든한 무짠지
틈틈이 다듬어둔 고구마줄기, 아침 일찍 데쳐 볕에 널었다. 아껴 먹던 무짠지 다 먹었다. 모두들 아쉬워했다. 냉장고에 기대지 않고 먹을 수 있던 음식 중 하나. 올해는 더 넉넉하게 담궈서 김치 보릿고개를 좀 더 유연하게 넘어가야지. 봄~여름 만들어둔 거름더미가 잘 띄워지고 있는 느낌이 아니라서, 잘 숙성되고 있는 큰 거름더미와 합치고, 땔감 정리했다. - 한영

10월 10일 서리 전 팥 따기
늦게 심은 옥수수밭에 멧돼지님이 다녀가셨다. 두이랑 정도 심은 것 가운데 1/3 정도만 넘어뜨렸으니 이 정도면 정말 조용히 넘어간 거라 생각하며 감사했다. 그래도 옥수수 씨앗은 더 여물기를 기다리고 있던 터라, 씨앗만은 남기면 좋겠다. 볕이 덜 드는 쪽이라 그런지 팥꼬투리가 아직 푸르다. 이곳에선 상강 전 주에도 서리가 내리기에 일단 손 가는 대로 따고 있다. 올해는 꼬투리째 따서 말리려고 한다. 이후에 갈무리하기에는 더 수월한 방법이다 - 민선

▲ 벼 베고 터는 일 거들며 탈곡하는 법을 배웠다.

10월 10일 바람과 햇살에 홀쭉해졌다
벼 베고 터는 일 거들고 배우러 갔다가, 잠시 나는 틈에 단풍콩잎 모았다. 콩잎이 크고 깨끗하게 단풍이 져서 좋았다. 바람 세게 불었던 하루, 강한 햇살에 장독대에서 말리던 고구마줄기도 하루새 홀쭉해졌다. - 한영

10월 11일 단풍콩잎 모으기
어제 이어 벼 베고 터는 일 거들러 갔다가 단풍콩잎, 풋고추 얻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단풍콩잎 한잎 두잎 모을 수 있어 좋았고, 덕분에 유리병 가득 채워간다. 풋고추는 삭혀두거나 효소로 담그면 두고두고 유용해서 역시 반가운 마음! 내년엔 고추농사 지어보고 싶은 마음도 덤으로 얻어 왔다. 메주 매달아 띄울 것 생각하며 볏짚도 조금 얻어 와서 해 좋은 장독대에 널어두었다. 조밭 뒷정리하고, 들깨 마저 베어 널어두고, 울타리콩 씨앗 꼬투리 땄다. - 한영

10월 12일 앉은뱅이밀 씨 나누다
어제 오늘 앉은뱅이밀 씨 넣고, 올 여름 수확한 밀짚으로 덮어주었다. 또 여기저기에 내가 받은 밀씨를 챙겨주었다. 내가 씨를 받아 나눠주다니… 혼자 뿌듯해했다. - 승화

▲ 밀 씨앗을 넣었다.

10월 13일 겨울바람 이겨낼 밀밭
밀 씨앗, 땅 모두 넉넉한 상황이 되어 밭 다듬으며 밀 심었다. 빗방울 섞인 세찬 바람이 불었다. 밀에게는 이보다 더 센 겨울바람 곧 만나게 될 거라 일러두었다. 내일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질 듯하여 단호박, 팥, 풋울타리콩 거뒀다. 작두콩은 아직 씨앗으로 쓸 만큼 여물진 않아 끝까지 수확을 망설이다 서리 맞는 것은 피하자 싶어 결단을 내렸다. 내일 밥밑콩으로 울타리콩 까두고, 급히 꼬투리만 거둔 팥에서 풋팥밥 해먹을 팥 고르고 있다. - 한영

10월 14일 몸의 형편에 맞게
아침엔 서리가 약하게 내렸다 한다. 몸이 따뜻하게 지내고 싶다길래 줄 서있는 바깥일에 대한 마음을 과감히 접고, 아랫목에 앉아 상추, 쑥갓꽃 베어다 말려둔 것 씨앗 갈무리했다. 몸의 형편에 맞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어서 좋다. - 한영

10월 14일 마지막 옥수수
밀 씨앗 넣었다. 늦게 캐어 말리던 가을감자 정리하며 씨앗 할 것 따로 보관했다. 씨앗하려고 대에 남겨두었던 옥수수는 조금만 더 익으면 좋겠다 싶지만, 서리 맞추면 안 되겠다 싶어 아쉬운 마음으로 수확하고, 남은 옥수수 다 거두어 달게 먹었다. 오늘 서리 내린다는 소식에 어젯밤에는 호박과 조롱박 거두고, 고구마는 따뜻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 민선

10월 15일 애기 모습으로 속 익은 애호박
내일 비소식 맞춰 무, 배추 세 번째 웃거름 주고, 밭에서 나온 부산물들 모아 작두로 썰고 오줌 부어 거름 만들었다. 서리 전후로 열매는 맺었으나 익지 못한 애호박 한 보따리가 옆마을에서 왔다. 겉은 아직 애기 모습이나 날씨를 의식한 듯 속은 누렇게 익으려고 애쓴 기색이 역력하다. 큼직하게 썰어 볶아 저녁밥상에 올렸다. 고구마 캔 것 실내로 들였다. - 한영

▲ 많은 생각이 절로 드는 밭벼 베고 난 자리.

10월 16일 서리가 이렇게 중요한 줄
도시 살 때는 몰랐다. 서리가 이렇게 중요한 것인 줄…. 상강 서리 내리기 전, 팥 다 거두고, 고구마, 땅콩, 미쳐 안 익은 밭벼 부지런히 거둬들이며 밭 정리하는 중이다. 다행히 내년에도 지금의 밭을 부칠 수 있게 되었다. 소작농의 마음이 무언지 새삼 느낀다. - 승화

10월 16일 농사지은 통밀가루로 빵 굽다
선물 받은 통밀가루와 팥으로 빵을 만들었다. 우리 마을에서 농사지어 기계 쓰지 않는 갈무리 과정을 거치고 면내 방앗간에서 빻았다는 이 가루는 반죽할 때도 색이 진했는데 구웠더니 호밀빵처럼 색이 진해진다. 시중에서 파는 통밀가루는 아무래도 기계로 털고 알곡만 남기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깎여나가나 보다. 농사지은 밀가루로 빵 굽는 날이 생각보다 이르게 찾아왔다. 며칠 전 밭에 들어간 밀 생각이 자꾸만 나는 하루였다. 오늘 비가 고맙다. - 한영

10월 17일 꼬투리 터지기 시작한 메주콩
메주콩이 콩대와 꼬투리만 남긴, 내가 바라던 모습대로 밭에 서있었다. 노린재 피해가 없진 않으나 메주콩 키와 달린 모양새 모두 만족스러웠다. 콩 심고 비오고, 꼬투리 익어갈 때 해 나고… 감사하다. 서리 내리고도 계속 밭에 둔 줄콩도 모두 거뒀다. 꽃이 늦게 펴서 씨를 받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도 내년을 기약할 수 있을 만큼 씨를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풋콩이다. 지주대 뒤 나무까지 타고 올라가서 마치 나무에 콩이 열린 듯 했다. - 한영

10월 19일 키 큰 장목수수
장목수수 수확했다. 키가 어찌나 큰지, 내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알곡을 매달아 양파망을 씌워줄 엄두도 못 냈다. 그래서 수수잡곡밥 먹고 수수처럼 쑥쑥 자라는 것이겠지. 수수대가 꽤 단단하고 야무져서 어딘가에 잘 쓰고 싶은 마음이다. 베어둔 들깨도 털었다. 두 줌 정도 되는 적은 양이어서 금방 털고 거칠게 갈무리했다. 내년 들깨밭 자리를 미리 정해두었더라면 거기서 털면 더 좋았을 텐데, 내년 봄 여기저기 들깨싹 보게 생겼다. - 한영

10월 24일 볏짚 덮개 덮고 자란 씨마늘 구하다
장에서 할머니 한 분이 보자기 위에 마늘 두 접 올려둔 것 보고 말을 건넸다. 풍암리 할머니께서 농사지어 가지고 오신 씨마늘. 이웃 살면서도 이렇게 장에서 만나 씨마늘 구해간다는 할머니 한 분과 내가 각각 한 접 가져왔다. 요즘 비닐 많이 치지만 볏짚이 훨씬 나은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가까운 곳에서 볏짚 덮개 덮고 자란 마늘 구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오늘 넘기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손질해서 심었는데 한 이랑 정도 남았다. 밀은 싹 나기 시작 - 한영

10월 25일
가을감자 캐고, 남은 옥수수대 베어서 작두질해서 밭에 덮어주었다. 팥도 마저 따고, 씨 받으려고 조금 심었던 들깨도 베어 털었다. 모든 것 수확한 밭 이랑들 베어낸 마른 풀로 덮어주며 가을밭 정리했다. 함께해주는 마음과 손길에 참 고맙고 감사한 하루다. - 민선

10월 27일 생긴 것도 크기도 귀여운 무
따뜻한 햇살 받으며 마늘 심었다. 마늘밭, 밀밭 덮어줄 이불 어디서 구해오나, 궁리 중이다. 푸르디푸른 작두콩, 혹시나 꼬투리 속에서 좀 더 익어서 씨앗으로 쓸 수 있으려나 싶어 그 중 통통한 아이들 남기고, 덜 여문 아이들만 썰어서 말리기 시작했다. 열다섯 개 무 모두 뽑았다. 생긴 것도, 크기도, 양도 모두 귀엽다. 갈라지거나 너무 작은 무만 먼저 먹고 나머지는 함께 겨울 나고 씨앗 받아보려 한다. - 한영

10월 29일 푸르른 밀싹 올라오다
어제 마늘 심으러 갔더니 앉은뱅이밀 싹이 잔디처럼 쑥 올라와 있었다. 잎 떨어지는 이때에 푸르른 새싹을 보니 묘한 힘이 샘솟아서 몸을 기울여 이리보고 또 저리본다. 귀한 마늘씨 얻어서 정성스레 심고 왕겨와 들깨찌끼를 덮어주었다. 겨울 농사는 이번이 처음인데 이때에도 무언가를 심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좋다. - 승화

10월 30일 아침에 널고 저녁에 들여놓고
오늘 아침에도 채칼로 무 썰어 햇볕에 널었다. 물 많은 무 언제 다 마를까 싶었는데 엊그제 널어둔 무 꾸덕꾸덕 누런 빛 띄기 시작한다. 아침에 널고, 저녁엔 집안으로 거둬들이는 게 하루 주요 일과 중 하나. 며칠 동안 말려둔 고구마 갈아서 김장 찹쌀풀에 넣을 고구마가루 만들어두고, 학림 학생이 거둔 알토란으로 함께 요리해서 들깨토란탕 나눠먹었다. - 한영

▲ 잘 여문 씨앗이 잘 털린다.

10월 31일 잘 여문 씨앗이 잘 털린다
떨어지는 빗방울에 쑥갓 베어둔 것 들고 정자로 향했다. 상추, 쑥갓 같은 작은 씨 갈무리할 때면 할머니들 그 작은 씨앗, 티끌 하나 없이 깔끔하게 어떻게 갈무리하셨나 싶다. 잘 여문 알곡이 털어도 깔끔하게 잘 털리듯, 씨앗도 꽃이 크게 피고 제대로 진 자리의 것이 갈무리하기 수월했다. 비구름 덕분에 쑥갓 씨 갈무리하며 잠시 쉬어 간다. - 한영

한영, 윤희, 민선, 승화
학교와 밭에서 씩씩하게 자라나는 생명들을 보며 희망을 얻는 홍천의 소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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